
어째서 항상 이렇게 되어 버리는 거지?
남자가 말했다.
왜 당신은 거기서 한 발자국도 나오려고 하지 않는 거지?
어쩔 수 없잖아요,
여자가 말했다.
한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되는데.
단지 1퍼센트야,
남자가 말했다.
당신은 우리를 충분하게 만들어줄 1퍼센트가 필요 없는 거야?
1퍼센트여요, 단지.
여자가 말했다.
완전히 끝나 버리기에 충분한 1퍼센트죠.
그래서 난 박제가 된 채로 핀에 꽃혀
언제까지나 이곳에 진열되어 있기로 했어요.
여자가 말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소멸되지 않고,
영원히 변하지 않고, 영원히 움직이지 않고,
영원히 당신을 잃어버리지도 않게.
그러니까 당신은 당신 좋을 대로 하세요.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남자가 물었다.
어떻게도 되지 않아요.
여자가 대답했다.
그냥, 이대로, 언제까지나, 영원히,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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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 소설집 [슬프지만 안녕] P.224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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