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항해사(예비항해사)를 남자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남자친구는 지금 태평양을 항해중이라고 말할수 있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관광을 하며 찍어 올려놓은 싸이 사진에 동경을 느낄 것이고..
밑에 여러명의 부원을 둬서 지시를 내리는 그 사람의 모습이 당당해 보일것이며..
당신이 바쁘게 지낼 때 두 세달씩 휴가를 받고 쉬는 그 사람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낄 것이며..
매일을 바다의 일출과 일몰을 바라보며 전세계를 다니는 그 사람의 직업이 신선해보일지도 모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도 알고 있나요??
당신을 만날 때 항상 15분 먼저 나와 당신이 30분 늦게 나와도 전화해서 빨리 오라며 닥달하지도 않는 그 사람의 모습..
당신이라면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일일히 조심하라며 주의하며 밥 꼬박꼬박 챙겨먹고 차 조심하라는 그 사람의 모습..
항상 윤기났던 피부였는데 부드러운 머릿결이었는데 몇 달만에 만난 그는 피부트러블이 생겨있고 탈모가 생길법한 그 사람의 모습..
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그 사람은 마음껏 먹지도 못하고 쪼금쪼금씩 먹거나 급하게 빨리 먹는 그 사람의 모습..
오랜만에 잡아본 그 사람의 손에 유난히도 둔턱한 군살이 많이 생기고.. 손톱 사이엔 페인트가 묻어있는 그 사람의 모습..
어리버리한지 아님 부주의한지 팔에 상처가 나서 당신을 속상하게 하는 그 사람의 모습..
목 빠져라 이멜이나 편지나 전화를 기다리지만 한달 넘게 연락이 없다가 곤히 잠든 새벽에 전화를 해 잠을 깨우는 그 사람의 모습..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남자친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나요??
당신의 남자친구는 두달의 휴식을 얻기 위해 남들 다 쉬는 주말에도 8시간 당직을 서고 당직후 갑판에서 일을 하고..
그렇게 8개월여..길게는 1년을 추석도 잊고 설날도 잊고 자신의 생일도 잊은채로 그렇게 일을 합니다..
당신은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에이스 침대에서 잠을 잘 때..
엔진의 시끄러운 소리와 진동 그리고 폭풍우에 20도 넘게 계속 줄기차게 흔들리는 배의 좁은 방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참다못해 위스키한병을 들이 마시고 어렵사리 짧게 잠을 자고 다시 당직을 섭니다..
입항하는 날이 다가와도 각종 검사때문에 신경쓰여 잠도 못자고 브릿지에서 당신과 전화할 생각에 복잡한 일을 빨리빨리 끝내놓습니다..
하루마다 달라지는 시차와 계절에 식사시간은 불규칙해져 그의 위는 제 기능을 못해 소화불량과 변비에 시달리기 일수 입니다..
그가 관광을 해 사진을 찍기 위해선 하루에 12시간의 당직을 서고..
때에 따라선 24시간 한숨도 못자구 당직을 서고 관광을 하기 위해 밖에 나와 사진을 찍고 당신과 제법 긴 통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피곤한 상태로 찍어서 매번 눈이 풀려있고 피곤에 가득한 사진을 찍는게 다반사랍니다..그래서 항상 피곤에 지친 목소리입니다..
탱크에 물을 저장해놓기때문에 그가 씻는 물은 녹물이기 일수여서 피부도 나빠지고 머릿결도 나빠집니다..
브릿지에 당직을 서면서 당신 얼굴 그리며 담배에 불을 붙이며 당신 만날 생각에 하루를 소중하게 바쁘게 사는 그를 알고 있나요?
책상위에 올려놓은 당신과 찍은 액자를 보며 웃음짓는 그를 알고 있나요?
당신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오랜시간 공중전화앞에서 기다리다가 당신에게 전화한 그를 알고 있나요?
당신의 열심히 하라는 이멜에 외로움 그리움 잊어버리고 안전항해를 책임지는 그를 알고 있나요?
당신은 일상속에서 그를 그리워하지만 당신이 그리워하는 그는 그리움 속에 또 그리움의 길을 걷고 또 걷고 있습니다..
알고 있나요??
당신의 그 사람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외로운 사람이며 힘든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바보처럼 당신에게 걱정을 끼치게 하지 않으려고 언제나 밝은 목소리의 전화를 해주고 밝은 이멜만 보내주는 그 사람입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것은 그 사람의 직업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이며 그럼에도 그는 당신에게 그것을 알아달라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를 더욱 멋진 항해사로 만들수 있으며 , 별 볼일 없는 뱃놈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늦은 새벽에 그에게 전화가 와도 밝은 목소리로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거칠어진 그 사람의 손을 잡고 조금만 힘을 내라고 속삭여주세요~
피부트러블이 있어도 탈모증이 있어도 점점 젊어져간다 거짓말을 해주세요~
상처입은 그 사람의 팔에 약을 발라주세요~
바쁜 당신의 생활을 알지만 가끔씩 짧은 이멜과 당신 사진이 담긴 편지로 그 사람에게 힘을 주세요~
마지막으로 믿고 기다려주세요~
지켜봐주세요~
그러면 그에겐..
캐나다의 아름다움에 당신의 얼굴이 걸려있고..
홍콩의 화려한 야경에 당신의 빛나던 눈동자가 비치고있고..
그리스의 평화로움에 당신과 만들었던 추억이 떠오르고..
브라질의 열기에 당신과의 첫키스의 따뜻함이 피어나고..
한국에 도착한다는 설레임엔 당신과의 멋진 미래가 보일테니깐요..^^*
기다리는게 지치고 힘들어도 잠시만 참아주세요..
당신의 남자친구 하루하루 당신과 만날 그날을 생각하며 오늘도 담배한개피에 당신과의 사랑을 기억하며 지는 해를 바라봅니다..
당신의 남자친구 주체할 수 없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눈물을 차마 흘리지 못하고 술한잔으로 눈물을 대신합니다..
당신의 남자친구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겠노라며 다짐하며 폭풍을 뚫고 그렇게 외로운 항해를 합니다..
기억해주세요~ 그 사람이 보여줬던 당신에 대한 진심을..
잊지말아주세요~ 어설프게 꺼냈던 사랑한다는 그 말을..
용서해주세요~ 당신을 기다리게 한 그 사람의 죄를..
사랑해주세요~ 당신밖에 모르는 그 사람의 모습을..
당신의 남자친구..
철이 안든듯 당신에 투정을 부리고..어리광을 부려도..
바다를 품은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당신의 남자친구..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