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다는 말은
불행히도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부인하고 외면하려 해도
떨칠 수 없는
내 존재의 의무와 책임이다
생명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눈물뿌려 감사해야할
겸허의 원칙이다
산다는 것에 대해
죽는다는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지독히도 살기 위해
고통했던 인생들을 기억할 때
죽고 싶다는 말은
교만한 목숨에서만이
내뱉어질 말이다
살기 위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수치와 굴욕과 저주와 고통과 학대와 채찍을
견뎌낸
겸손한 목숨들 앞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사치에 불과하다
살고 싶어서 사는게 아니니까
살아있어서
사는 거니까
살아내야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