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보기드문 수작이다.
이 우울한 남의 나라 이야기에,
잔뜩 감정을 이입하고 흡사 이것이 우리의 이야기 인양 보고 말았다.
더 퀸은 다이내아비 사망 당시 영국왕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미처 몰랐던 그 당시의 상황을 영화는 그대로 보여준다.
흡사 이것이 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혼란스러울만큼 사실적으로...
영국의 국왕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다.
그녀는 감히 세계의 여왕이라 말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존재다.
어린나이에 여왕이 되어 50여년동안 왕좌를 지키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이며 전세계의 큰 어른인 셈이다.
왜 남의 나라 여왕에게 이리도 후한 평가를 하느냐 묻는다면,
그것은 내가 예의와 공경을 중시하는 대한민국의 젊은이이기 때문이다.
여기 한 나라의 여왕이 있다.
그녀는 50여년간 한나라의 최고 권력자로서 군림해 왔지만,
늘 왕실의 법도를 지키며, 국민에게 봉사하며 살았다.
자신의 기쁨과 슬픔보다 국민의 기쁨과 슬픔이 우선이었고,
나의 아픔을 이야기 하기보다,
국민들의 아픔을 달래는 것이 우선이었다.
여기 한 나라의 수상이 있다.
그는 개혁적이었고, 진보적이며, 혁신적이었다.
때론 그의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장 보수적인 왕실과 대립해야 했고,
그의 오랜 노력으로 그는 압도적인 표차의 수상이 된다.
여기 비운의 왕세자비가 있다.
그녀는 아름다웠으며, 모든이의 축복속에 왕실의 일원이 된다.
그녀는 왕실의 권위를 존중하였으며,
왕실을 대표하여 도움이 필요한 세계의 모든이들에게 구호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왕세자의 외도로 문제가 발생하고,
그녀는 점차 왕실에 대한 굴레가 자신을 죽여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왕실의 권위를 어기며,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왕비는 그런 왕세자비를 궁에서 내 쫓는다.
왕세자비는 온갖 언론의 주목을 받다가,
어느날 파리의 외곽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다.
하지만, 여왕의 의도와 다르게 전세계인들은 왕세자비의 죽음에 애도한다.
거의 광적으로 시작된 애도의 물결은,
버킹검궁전을 조화로 뒤덮고, 아무런 애도도 않는 왕실에게,
비난을 가하기 시작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여왕을 손가락질하고 비난할때,
그녀와 항상 대립했던 수상이 그녀의 편에 선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를 존경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녀는 영국이 가장 힘들때,
갑작스런 부왕의 죽음으로 어린나이에 여왕에 올랐고,
지난 50년동안 가장 든든하게,
자신의 조국 영국을 지켜왔던 여왕 엘리지베스 2세였던 것이다.
여왕은 누구보다 다이애나비의 죽음을 슬퍼했다.
비록 그녀때문에 왕실의 권위가 손상되고,
그녀가 지켜왔던 모든것을이 크게 훼손되었지만,
그녀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사랑하고,
사소한 짐승의 죽음앞에서도 애뜻하기만한 여성이었던 것이다.
왕세자비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눈물을 보일수 없었다.
런던으로 돌아와 수많은 조문객 앞에서 그녀를 애도하는 사연들을 읽으면서,
왕비는 눈물을 삼키며 슬픔에 복받쳤지만,
돌아서 조문객들 앞에서는 언제그랬냐는 듯 웃어야 하는...
그래야 한다고 배워온 여왕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압권인 장면은 이거였다.
조문객 중에 섞여 있는 한 꼬마에게,
"내가 대신 꽃을 놓아줄까?"
라고 말하자, 그 꼬마가 이렇게 대답을 한다.
"아니요. 이건 여왕님을 위한 꽃이에요."
영국국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말하던 여왕.
그녀는 국민들 네명중 한명이 왕실을 미워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꺼이 국민들의 뜻대로 왕실의 법도를 어긴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왕실은,
이미 왕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녀였던 것이다.
영화속의 메세지중 하나인데,
젊은 세대들은 그의 선배들이 걸어온 그 길을 인정하고 존경해야 하며,
선배들은 다음 세대들의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에게,
너무나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닐지...
더 퀸.
정말 좋은 영화였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헬렌 미렌.
그녀의 연기에 찬사를 보낸다.
절대된 감정과 품위있는 모습.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본다해도 흡족할 듯 싶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추천한다.
단, 한순간이라도 영화속에서 웃음이 없으면 재미없는 영화라 믿는 자.
조근조근한 이야기를 한시간 이상 듣고 있지 못하는 자.
스스로 주위가 산만한 사람이라고 생각 하는자.
뭔가 진지한 이야기 앞에서는 머릿속에서 반론부터 준비하는 자.
남의 나라 이야기에는 별 감흥이 없는자.
이런 자들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눈물과 감동을 원하지.
하지만 나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
그저 간직할 뿐이지.
그렇게 배워왔고,
국민들도 그런 여왕을 원하는 줄 알았어.
야이너마가 뽑은 최고의 명대사 되시겠다.
이런 아름다운 여왕을 둔 영국 국민들이...
왠지 부럽게 느껴지는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