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만약 죽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노력한 끝에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세계에서 제일 가는 무엇이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지난 날을 돌이켜보자. 내가 흘렸던 땀의 열정과 고픈 배를 움켜쥐던, 지금은 굳은 살이 오롯이 박힌 두 손. 오늘이 있기까지 참고 견뎌내야만 했던 온갖 무시와 경멸의 말들.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었던 많은 사람들. 헤아리다 보면 밤을 샐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쯤 되면 자신도 모르게 허양과 교만에 빠져 초심을 잃고 변해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그들의 눈은 이유도 없이 한치 한치 높아져서 목에 힘을 더욱 주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이들은 좀 더 허리를 숙이고, 좀 더 낮은 곳을 향해 살아가는 새봄 꽃향기 같은 존재들이다.
필자가 만난 라스트포원은 새봄 꽃향기를 닮아 있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쳐보이는 그들의 온 몸 곳곳마다 선명하게 새겨진 흉터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끊임 없이 이어지는 엄청난 연습량을 대신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세계최고가 되기까지 견뎌야 했을 배고픔과 시련들이 그들의 울퉁불퉁한 근육을 비집고 들어가 땀이 되어 쏟아지는 것이다. 이제는 티브이에 단골로 출연할만큼 유명인사의 길로 접어든 그들이지만, 만날 때마다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고 악수를 건네는 모습을 보면 보잘 것도 없으면서 거드름이나 피우던 내 모습이 부끄럽고 민망하기까지 하다. 이토록 겸손하고 사랑스러운 남자들의 땀내와 열정으로 가득한 연습실에서 펼쳐진 프리라인스케이트 포스터 촬영. 쉽게 범할 수 없는 특별한 장소에 진입한 필자. 신난 나머지 셔터를 연신 누르며 하나하나 기록으로 담아 왔다. 
유난히 일교차가 심한 날이다 한낮에는 봄볕이 따사롭게 온 몸을 스몄건만, 밤이 되자 찬 바람이 살갗을 에인다. 두 볼은 시뻘겋게 변하고, 어깨는 잔뜩 움추려야만 했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우리 일행은 라면으로 허기를 떼우고, 차 안에서 추위를 피하며 기다렸다. 매우 중요한 작전회의가 이뤄지고 있기라도 한 걸까? 연습실의 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는 비밀장소처럼 느껴진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10시. 드디어, 라스트포원의 연습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 막 연습을 마쳐서 굉장히 힘든 그들의 표정이 가장 먼저 눈에 띄고, 그 다음으로 무언가를 끝마친 후의 안도감과 자유분방한 미소와 자세들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헤드스핀을 감행하는 팀원이 눈길을 끈다. 비보잉에 한계라는 건 없다
애니웨어, 애니타임. 그들에게 연습은 끝이 없는 수행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프리라인스케이트의 무한함을 알면서 수행을 게을리 해온 필자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들은 이미 프로페셔날하기 때문에 우리가 따로 거창한 포즈를 주문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그들의 폼새는 예사롭지 않았고, 대부분은 필자가 도저히 따라할 수조차 없는 것들이였다. ^^; 다만,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마음 한 구석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라스트포원은 지금 격렬한 연습을 마친 직후이고, 그들의 표정에는 그만큼의 피로가 묻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셔터를 누를 때마다 그들이 보여주는 상큼한 재치와 유머가 다량 함유된 포즈와 표정들이 모든 걱정을 가시게 해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스텝들의 표정에서 흐뭇함이 잔뜩 묻어나오고 있다.


진짜 제대로 겸손한 청년들 '라스트포원'
포스터 촬영이 모두 끝난 시간은 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각. 평소같으면 샤워를 하고 지체없이 이부자리로 파고들 시간이지만, 오늘은 피곤해도 어쩔 수 없다. 필자는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인데, 뭐가 힘들다고 이렇게 엄살을 부렸다가 나무랐다. 라스트포원의 멤버들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지독한 연습을 했단다. 3월3일 르네마그리트 공연, 3월 14일부터는 영국 원정 공연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집중력과 연습이 필요할 때이기 때문, 하필 이럴 때, 포스터 촬영을 하게 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고, 끝난 후에도 인사를 잊지 않는 그들의 겸손함에 무한한 경의와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프리라인도 열심히 타세요 ^^;)


<다음은 배병엽군과 신영석군의 프라 인터뷰>
나 : 프리라인 타보신 느낌 좀 말해주세요
L4o : 처음에는 어렵지만 재미 있어요. 비보잉처럼 ㅎㅎ 중독성 끝장나요
나 : 요즘도 스케이트 좀 타세요?
L4o : 그럼요, 점심 먹고 간간히 탑니다.
나 : 음....뭐 해주실 말씀 없나요?
L4o :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어요. (옆에서, 아깐 어렵다매~가 나온다 ㅋㅋ)
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L4o : 네 고생하셨습니다. (꾸벅 - 허리를 90도로 숙인다)
* 이 짤막한 인터뷰가 진행 된 며칠 뒤에 2007 스포엑스 현장에서 엑슬라이더를 홍보하기 위해 공연에 나선 '익스트림크루'를 볼 수 있었다. 전문MC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는 입담 좋은 청년을 필두로 '엑슬라이더 어렵지 않나요?' '엑슬라이더 무지 쉬워요' '여성분들이 타기에 어려울 것 같은데?' '이 거 우리 멤버들이 다 탈 줄 알아요!' 라며 자기들끼리 묻고 답하는 광경을 봤을 때,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 열렸구먼 하고 중얼중얼 댈 때,'라스트포원'의 솔직담백함이 불현듯 의미 있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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