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집으로 돌아가고
남기고 간 유월과 그 벤치에
마지막 흔적으로 너는 앉아서
본드처럼 검은 봉지에 싸인 석양을 흡입하고 있었다.
우연히 너, 작은 공원, 초저녁
하나둘 켜지는 불빛, 저자거리의 술냄새, 시끄러운 음악, 더러운 아스팔트를 지나
어둠에 뿌리를 적신 잡풀숲 향기가 코를 찌르는 길가
마음 둘데 없어 숨죽이는 발걸음
가로막는
황혼
그리운
갈곳없음
노을의 시각, 입사귀의 청각, 들쥐의 후각, 묻어나기 시작한 어둠의 촉각, 혀 끝에 달라붙는 젖은 바람의 미각
모든 감각의 촉수들이 살아나는
신비의 끝머리에서
불현듯 엄습해오는 너의 모습
화들짝 놀라 세상을 비치는
고요한 호수
사랑보다 빨리 읽어버리는 외로움
내민 턱끝의 위험한 윤곽, 불켜지는 미소,
은갈색 톤의 살갗, 황혼이
빨려들어가는 젖가슴
저녁의 가슴
처음부터
유월의 벤치엔
나의 황혼이 있었다
하늘가에 너를 흔들어
소리 없는 울림을 빚어낸
노을보다도 먼저, 태초에 대지 위엔
그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