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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에게_시오노 나나미

정경선 |2007.03.08 09:50
조회 117 |추천 0

#1.

나치 시대 독일인은 회화나 건축은 보잘것없으나,

군복만큼은 걸작이다.
그것은 그들이 군인이라는 것을 완전히 파악한 결과로,
어떻게 바깥 모양을 꾸미면 정신마저 거기에 따라가는지를

염두에 둔 결과이리라.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파티에서 한 번 시험해 보라.
그 누구든 어제까지만 해도

일부러 구명 뚫은 지저분한 청바지나 입고 다니던 헤죽한 젊은이가

가죽장화 발 뒤꿈치를 모으고

'차려!'하고 기압이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옷차림이란

입는 사람의 개성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는 종래의 생각에

나는 찬성할 수 없다.
반대로

입는 사람이 어떤 개성을 택하려는지에 따른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차려입는다는 행위는 근사한 것이다.

 

#2.

문명이란 문화와 달리 살아가는 매너란 뜻이다.
삶의 스타일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
매너의 확립이란 따라서 삶의 스타일을 가진다는 말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음식은 문화요 먹는 법은 문명이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먹는 방법만은 자기 것이어야 한다.
아무튼 충분히 훌륭한 문명이니만큼

부모의 가정교육 또한 중요해진다.

 

어제 막 다 읽은 소설 중에 이런 구절이 나와서 웃음이 나왔다.
"식탁에 앉을 때는 한껏 먹어보자고 덤비는 여자가 나는 좋아.

메뉴를 들고 앉아 지뢰밭을 걷듯이 움찔거리는 여자는

꼴도 보기 싫어."
정말 동감이다.
여자라는 말로 된 곳을 남자로 바꿔도 타당할 정도로

요즘 남자들은 칠칠치 못하다.

 

'문화'를 먹으니, 이 정도는 의욕이 있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욕과 상관없는 사람들은

어차피 문화 또한 창조해 내지 못한다.

-깨작거리는 남자는 딱 질색이지만

동시에 돼지같이 아귀아귀 쑤셔넣는 남자도

무지하게 싫어하는 나.

보기좋을만큼 먹성 있으면서도

"추접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도록 먹는 남자는 사실 많지 않다.

 

부자인 집에서 자랐지만,

식사태도를 보면

밥맛이 뚝떨어지게 만드는 남자를 알고 있다.

나름대로 매너 트레이닝 같은 것을 받은 탓에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 같은 건 잘 알고 있었던 사람임에도

그의 식사 느낌은 뭐라 설명할 수 없을만큼 천박했다.

한번의 식사만으로도

"졸부" 출신이라는 것,

"가정교육"이라고 부를 만한 건 없었겠다는 것을

느껴버렸다.

 

#3.

남편이든 애인이든 사랑하는 사람이

한 번 병이 나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지 않아 본 여자는

여자도 아니다.
하지만 진짜 병이어서는 곤란하다.
생명에 지장이 있는 병으로는 이야기가 심각해지니

정말로 바라서는 안되겠지.
감기나 골절쯤으로 해두자.

 

왜 병이 나 주었으면 하느냐 하면,
병이 나서 침대에서 일어나 앉지 못할 상태가 되어야

겨우 여자는 남자를 독점할 수 있으니까.
남자란 요상한 동물로

능력 있는 남자란 것과 바쁘다라는 것을

정비례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렇지만은 않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바쁘면 바쁠수록

자기가 무슨 '대단한' 남자인 줄 알고,

또 그런 모습을 여자에게 과시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
.
.

 

바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바쁜 중에 단 십 분이라도 상대방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는 것은 가능하다.
이것은 충분히 '멋있는' 남자의 능력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보내는 시간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질"이 문제인것.

완전 초공감하는 바이다.

 

근데 난 원래 "바쁜" 남자를 "한가한" 남자보다 좋아하는 탓에

딱히 내 옆의 이성이 아파보기를 바래본적은 없는데,

난 여자도 아닌가^^;;;;

 

#4.

어머니 올림피아는

권력과 권위를 확장시켜가는 아들로부터

이토록 소중히 모심을 받고 하니

조금 억척을 떤 점이 없진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편지를 통해서까지

정치나 군사에 입대기 좋아하는 어머니를

알렉산드로스는 잘 견뎌냈다.
언젠가 부하 한 사람이

자기 어머니를 비판하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이것을 다 읽은 다음 알렉산드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 사나이는 아무리 몇 천 통의 편지로 어머니를 비판한들,

어머니가 흘리는 눈물 한 방울에

내가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어머니의 눈물"의 의미를 아는 남자는 참으로 멋지다.

 

많은 여자들은 "효자"를 싫어한다.

하지만 난 "효자"가 아닌 남자가 싫다.

 

그리고 뜯어보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싫어하는 대상도 "효자"가 아니라

"가짜 효자"일거라고 난 생각한다.

엄청나게 이기적이지 않고서야

진심으로 부모님께 감사하고,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남자가 싫을 이유가 없는걸.(심지어 꽤나 이기적인 나조차도 싫어하지 않는데 말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짜증내는 "가짜 효자"는

부모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유아적 남자"나

자신의 불효에 대한 죄책감을 부인을 시켜 대리만회하고 싶은 "무책임한 남자"

이 두 가지 타입 중 하나가 아닐까.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이 두 가지 유형은 나도 당연히 싫다.

 

#5.

정말로 교육은 있으나 교양이 없는 남자(이것은 여자도 마찬가지지만)란 쓸어내 버릴 만큼 많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머리 좋은 남자'란
무엇이든 제 스스로 생각하고,
그것에 의해 판단하고,
그 때문에 편견을 갖지 않고,
무슨무슨 주의 주장에 파묻힌 사람에 비해 유연성이 있고,
더욱이 예리하고 깊은 통찰력을 가진 남자다.

 

또한 자기 자신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다.
철학이라고 해서 무슨 어려운 학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대처하는 '자세'(스타일)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하는 말이다.
따라서 연령도 관계없고 사회적 지위나 교육의 고저도 관계없고,
그것 그것을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읽는 순간 초감동한 부분.

나의 이상형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교육은 있으나 교양이 없는 남자란 쓸어내 버릴 만큼 많다."는 구절..ㅠ.ㅠ

정말 절실히 절실히 공감하는 바이다.

 

내 주변에도 널려 있다.

특히 서울대 시절의 지인(친구가 아니라 "아는 사람"범주에 넣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과는 친구도 되기 어렵다고-_-;)들은 대부분이 거기에 해당한다.

교육은 넘치고 교양은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닌 인간들에 질린 나머지 공부 잘하는 남자를 거의 무조건 싫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_-;

 

#6.

질투와 선망은 때로는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사실은 완전히 다르다.
질투란 본질적으로는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에서 생기는 것이고,
선망이란 대단히 얻고 싶지만 도저히 얻어질 것 같지 않은 것을 실제로 가진 자에 대해 품는 감정이란 것이다.

 

오셀로는 질투의 지옥에 빠지고 이야고는 선망의 아귀가 된다.
질투든 선망이든 둘 다 희생자였다는 말이다.
희생자란 희생되려는 맘은 털끝만큼도 없으면서도 그 감정이 너무나도 세다 보니 제 몸이 제물이 되어 버린 사람이다.
질투와 선망은 서로 등을 맞대고 있다.

 

.
.
.

 

질투는 임포텐스가 아니라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선망은 임포텐스가 아니면 품지 않는다.
그러나 질투는 임포텐스가 아닌 자마저 임포텐스로 만들어 버리는 위험을 내포한다.
질투에 미쳐 버린 오셀로는 정신적인 허약아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럼 선망은 임포텐스로부터의 해방에 도움이 될까?
역시나 불모는 불모를 낳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능은 아무리 선망해 본들 유능해지지는 않을 테니까.

-정말로 질투는 임포텐스가 아닌 나를 임포텐스로 만들곤 한다.

공감 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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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책 중에 실망스러웠던 책은 단 한권도 없다.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

 

시오노 나나미의 글을 읽다보면

그녀의 남자 취향은 나의 남자 취향과 굉장히 비슷해서

굉장히 반가운 마음이 들곤 한다.

 

나의 남자 취향은

언뜻 눈이 높은 것 같지만(특히 외모^^;)

좀더 파고들어보면

한없이 독특하기 때문에

공감받기가 매우 어려운 편이다.

 

그런 내가

그녀의 글을 읽을때면

내가 어렴풋이 원하는 바를

거의 완벽하게 언어로 표현하고 있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는

아마도 그녀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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