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미명이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나는 새벽길을 나선다.
옷을 두껍게 껴입었는데도 추위를 느낀다면 마음이 추운 탓일 게다.
그래, 같이 걸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더욱 좋을 테지.
'동행'이라는 말,아직 그보다 더 따스한 말을 알지 못하는 나에게.
돌이켜보면 나는 늘 혼자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혼자였다.
기대고 싶을 때 그의 어깨는 비어 있지 않았으며,
잡아줄 손이 절실히 필요했을 때 그는 저만치 서 있었으니까.
산다는 건 결국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일이다.
비틀거리고 더듬거리더라도 혼자서 걸어가야하는 길임을.
들어선 이상 멈출 수도 가지 않을 수도 없는 그 외길을.
쓸쓸했다. 그리고 또 추웠다.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걷다 보니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숨쉬고 살아간다는 것이 고달프게 느껴진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썼을 때 쓰레기통에 쳐넣는 파지처럼
내 삶도 그렇게 구겨 던져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원고지는 새로 준비하면 되지만 내 삶은 하나밖에 없는,
다시 준비할 수 없는 것임을.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거리를 묵묵히 쓸어내고 있는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빗질사이로
호호 손을 불며 집집마다 신물을 돌리는 소년의 손끝에서.
종종걸음으로 도서관을 향하고 있는 학생.
출근길을 서두르는 회사원들의 발걸음에서 부터.
갑자기 내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 앞에서 나는 얼마나 초라한가.
이정하 / 지금,마지막이라 해도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넌 알겠지
바닷게가 그 딱딱한 겁질 속에 감춰 놓은 고독을
모래사장에 흰 장갑을 벗어 놓는 갈매기들의 무한 허무를
넌 알겠지
시간이 시계의 태엽을 녹슬게 하고
꿈이 인간의 머리카락을 희게 만든다는 것을
내 마음은 바다와도 같이
그렇게 쉴새없이 너에게로 갔다가 다시 뒷걸음질친다
생의 두려움을 입에 문 한 마리 바닷게처럼
나는 너를 내게 달라고 물 속의 물풀처럼 절라댄다
내 마음은 왜 일요일 오후에
모래사장에서 생을 관찰하고 있는 물새처럼
그렇게 먼 발치서 너를 바라보지 못할까
넌 알겠지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사랑하는 무한 고독을
넌 알겠지
그냥 계속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을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 류시화
쉴 줄도 모르는 당신, 얼마나 불행한가.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초조함에 휩싸이는 당신은 병을 키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억울하고 불쾌한 감정이라 해도 숨기는 게
모두를 위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당신의 스트레스를 키운다.
낮은 목소리라도 당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내면의 응어리가 풀어진다.
지금이라도 일상에 묻어둔 내면의 소리를 누구에게든 들려주어라.
변신의 귀재가 되어보라.
당신도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밥줄이 달린 일이라고 해서
당신의 몸과 마음을 그것에 묶어둘 필요는 없다.
때로는 깃털처럼 가볍게 일상의 무게를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떠나는 당신의 뒷모습도 아름답다.
당신이 없어도 세상은 돌아간다.
멀리에서 당신의 빈자리를 바라보는
여유를 지녔을 때 압박은 마침내 사라진다.
마음의 발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