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시간과 인간으로 이뤄진 세간(世間)으로부터 단절된 곳에서 사색은 무료함의 달램이 되기 십상이다. 네모난 방에 드나드는 문도 사각이고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통로인 창마저 직각의 사각형이다. 그 안에서는 생각까지도 사각이 되어 모나지 않을까 두렵다. 그러나 신영복 선생의 서간에서 묻어나오는 사색들은 그것을 담고 있는 네모난 책마저 탈피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잔잔한 생각에 빠지게 한다.
실로 긴 세월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제쳐두고 책에 드러난 그의 자연애와 인간애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초반에 내세워진 청구회에 대한 추억은 그가 쥐고 있는 인간에 대한 희망과 미래에 대한 소망이 담겨 있다. 나는 그 글을 읽으면서 그와 함께 추억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섯 꼬마들과의 만남부터 그는 섬세하고 치밀하게 관계를 시작한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는 먼저 생각하면서 다가간다. 그 모습은 예전에 감명 깊게 본 영화‘코러스’의 마티유 선생과 비슷한 면모다. 신뢰가 사랑을 낳고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장충 체육관 앞에서의 모임과 소풍 등을 통해서 세대와 갈등을 뛰어넘는 존경과 신뢰를 배울 수 있었다. 모임 시간과 우편저축 등을 통해 드러난 약속을 통해 보여주는 신뢰관계는 무사하게 넘기기 급급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의 자연관은 높다란 담장에 가려 계절의 변화를 한난(寒暖)의 변화로 밖에 느낄 수 없는 단절 속에서도 깊이 있게 드러난다. 요컨대 그 표현들이 너무나 좋다. 계절마다 피고 지는 한 송이 꽃과 뿌리 박혀 있는 한주먹 봉지화분에서 느끼는 감상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한갓 흙 한 덩이보다 더 많은 능력을 지닌 내가 보잘 것 없는 꽃이라도 피울 수나 있을까 하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다. 조그만 창으로 고개 내민 햇살에서도 그는 자연의 모성애를 느끼고 새벽녘 찾아오는 뼈 시린 찬 공기에서도 그는 정신을 일깨우는 선각자적 자세를 보여준다.
자연애뿐만 아니라 편지 전체에 드러난 가족애는 가슴 뭉클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언제나 편지 끝자락은 부모님에 대한 강건함과 가내 평안을 기원하는 문장으로 마무리 된다. 하하동동(夏夏冬冬) 옥살이를 걱정하시는 어머님의 사랑을 한 마리 제비의 빗대어 표현한 마지막 편지에서 모성애의 그 깊은 사랑을 애잔하게 아파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식을 옥에 두고 자신이 죄지은 양 살아가며 흘리셨을 눈물을 생각하며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을 생각했다. 어머님의 사랑을 대지와 바다에 비유한다면 아버지의 사랑은 높은 산과 하늘이다. 말없이 끌어주시고 의지할 수 있는 분이 아버지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언사에서 수인(囚人)인 자식에 대한 가슴앓이를 화자또한 느낀 듯해서 공감이 갔다.
15척 담벼락이 세상과 금을 그어 속세와 떨어진 그들만의 삶이 드러나지 않게 수인들을 얽어맨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네모난 틀 속에 갇혀버리기 쉬운 옥살이에서 자신만의 벗어버림을 위한 투쟁을 생각하니 매체를 통해 던져진 생각만 넙죽넙죽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 서평을 쓴다는 것이 책에 대한 미약하고 작위적인 평가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책 속에 담긴 짧은 글 하나만 읽어도 무한한 감정과 사색의 연장이 될 수 있음을 칭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