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집으로 걸어가다가 아파트 한 동의 불빛이 집집마다 제각각인 것을 보고 문득 집에는 어떤 밝기의 어떤 색 전등을 켜놓는 것이 좋을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에디터는 겨울이 오니 형광등 불빛이 추워 보여 붉은 기가 감도는 전구색으로 거실등을 바꿔 끼웠는데 퇴근 후 거실에서 쉬고 있으면 눈이 시큰거린다. 그저 몸이 피곤해서일까, 전구가 문제일까.
조도는 사람마다 주관적이다
주거 공간에서 적합한 조도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전구 회사와 전문 조명 공사 업체, 디자인 조명을 판매 설치하는 숍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도란 소음이나 먼지보다 훨씬 주관적이어서 “가장 좋다”에 부합하는 똑 부러지는 척도는 없다고 한다. 심지어 눈부심 정도를 나타내는 휘도는 아예 수치 자체가 없다. 에디터의 경우처럼 조명이 눈부시게 느껴진다면 좀 더 어두운 램프로 바꾸는 것이 좋다. 게다가 방의 크기와 생김새, 조명 기구의 종류도 고려해야 하고, 같은 면적이라도 어떤 연령대가 사느냐에 따라 밝기에 대한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수치화된 척도는 없으나 권장 사항은 있다는 것.
밝기를 나타내는 럭스와 색깔을 나타내는 켈빈
불빛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2가지 단위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첫 번째는 조도. 조명의 밝은 정도를 나타내는 조도는 럭스(lx)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워낙 밝은 것을 좋아하여 국가에서 내놓은 조도 기준도 유럽이나 미국의 기준보다 높다. 문화적 차이도 있고, 실제로 안구도 다르기 때문이라는 보고가 있다. 두 번째는 형광등색, 전구색처럼 빛의 색깔을 나타내는 켈빈(K)이다. 우리가 흔히 형광등색이라고 부르는 것이 주광색 6500K 4000K은 백색으로 이름은 백색이나 화이트가 아닌 살색이 약간 섞여 있다. 전구를 살 때 ‘백색’이라는 표시는 하얀색이 아니라 연한 살색인 것. 백열전구의 색은 2700K이다. 숫자가 작을수록 붉은 기가 더 돈다. 집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색은 너무 하얗지도, 붉지도 않은 3000~4000K이다
●현관은 거실보다 어둡게
현관에는 켜졌다 꺼졌다를 수시로 반복해도 무리가 없는 백열전구를 권한다. 천장 꼭대기의 전구를 바꾸는 수고를 줄이려면 에너지 절약형 센서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거실보다는 어둡게 150lx 정도면 적합하고, 컬러는 3000K 이하의 온백색이나 전구색이 좋다. 현관을 화사해 보이게 하고 싶다면 천장에서 떨어지는 조명 대신 벽으로 비치는 부분 조명을 사용할 수도 있다.
●●침실은 집에서 가장 어둡게
침실은 휴식 공간이므로 집에서 가장 어두워도(150~200lx)된다. 수면 외에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므로 디머(버튼을 돌려 빛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 밝기를 어느 정도 조절하면 이상적이다. 침실은 거실보다 붉은 기가 도는 백열 램프(2700K)를 사용해도 좋다. 백열전구를 끼우는 샹들리에를 달아도 어울리는 공간이다. 침대 양쪽에 독서등을 달거나 화장대 쪽에 보조 조명 기구를 설치할 때는 메인 등보다 밝은 것을 선택할 것.
●●●●서재, 공부방에는 백색 전구
일반 사무실의 조도는 500lx 정도이다. 일의 능률을 올리는 데 적합한 조도이다. 사무실에는 주로 주광색 형광등을 쓰지만 주광색은 온도가 높아서 피곤할 수 있으니 백색(4000K)을 쓸 것을 권한다. 400lx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최소의 밝기다. 사무실처럼 밝은 조도보다는 거실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게 조도(400lx)를 맞추고 보조 스탠드를 책상 위에 올려 부분 조명으로 밝기를 조절한다. 형광등 스탠드보다는 온화한 백색 전구를 끼운 스탠드를 쓰는 것이 피로감이 덜하다. 바느질 같은 집중력을 요하는 섬세한 작업을 할 때는 백색 할로겐 조명을 쓰면 눈의 피로를 덜 수 있다.
●●●욕실에는 형광등색을 쓰지 않는다
욕실은 공간이 작고, 화이트 컬러의 세면대나 변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같은 개수의 전구를 써도 집 안의 다른 방보다 밝아 보인다. 세안 및 샤워를 하는 공간이므로 너무 어둡지 않은 것이 좋다. 밝기는 200~300lx 정도면 적합하고 신체가 창백해 보이지 않도록 주광색(형광등색)보다는 온백색(3000K)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60와트의 백열등 1개 또는 18와트의 삼파장 램프 2개를 쓰면 적합하다. 백열등 수명은 3000시간 정도여서 자주 갈아줘야 하는 불편이 있으므로 삼파장 램프를 권장하는 편.
●●●●●주방 식탁 위는 백열등이 적합
우리나라처럼 조리대와 식탁이 한 공간에 있는 경우에는 조명 기구로 공간의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 칼을 사용하는 조리대 쪽은 500lx 이상으로 집에서 가장 밝게 조명 한다. 조명의 위치를 다시 잡는다면 작업대 조명은 조리대 쪽으로 가깝게 설치하고 주광색이나 백색을 사용한다. 식탁 위에는 4구짜리 샹들리에(30평대 4인용 식탁일 경우)를 달아 분위기를 낸다. 식탁 위에는 햇빛과 가장 유사해 음식의 색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2700K의 백열등이나 백열등보다 붉은 기가 약간 덜한 3100K의 할로겐등을 사용한다.
●●●●●●거실은 온화한 분위기로
가족이 모이는 공간이며 텔레비전도 보고, 책도 읽고, 바느질도 하는 다용도실이다. 가족실이므로 컬러는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백색(4000K, 앞서 말했듯 형광등 색이 아니라 살색이 감도는 컬러)으로 선택한다. 30평대를 기준으로 기본 밝기는 300~350lx가 적합하고, 55와트의 삼파장 램프 3개 또는 36와트의 램프 4개면 된다.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할 때는 별도의 스탠드가 필요하다. 요즘 트렌드는 거실도 밝은 것을 선호해 메인 등 외에 소파 쪽과 확장한 베란다 쪽에 할로겐등을 매립하여 500lx 정도로 밝히기도 한다. 특히 소파 쪽 할로겐등은 독서를 할 때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