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부쩍 젊은이들로부터 `외교관이 되고 싶습니다. 어떻게하면 훌륭한 외교관이 되지요? 외교관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었입니까?` 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북핵6자회담이다, 한미 FTA협상이다하여 외교관들이 활약하는 모습이 부쩍 눈에 많이 띄어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또 반기문효과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하여튼 외교부와 외교관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것은 이미 그길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저같은사람에게는 기쁘고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받을때마다 약간은 곤혹스럽게 느꼈습니다. 금방 대답이 잘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우선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대답을 해보겠습니다. 외교관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소양이라면 우선 어학능력을 들수있겠지요.외국에 나가 생활하며 외국인들과 수시로 소통하기위해서는 어학능력이 필수적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영어실력은 인터넷시대에 공통적으로 요구되기도하지만 외교관에게는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평소에 꾸준히 실력을 쌓아나가야 되겠지요. 영어이외에도 주요언어 하나정도는 더 구사할수있어야합니다. 13억인구의 언어인 중국어든지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일본어등 무엇이든지 좋습니다.
또다른 소양이라면 국제법 경제학등 외교와 관련된 기본 지식들도 생각할수있겠지요.외무고시에 합격하려면 이런 과목들은 시험을 봐야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교관도 갈수록 전문직이 되어가니 어떤 한분야에 전문성을 갖추어야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외교부에 들어와서 커리어를 쌓아가는과정에서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만들어 지는게 보통입니다. 그러므로 이점에 대해서는 너무 급하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오히려 외교관이란 특별한 직업에 따르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된 것입니다.외교관에게는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개방적태도 (open mind),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할수있는 능력, 따뜻한 심성이 요구되는 직업입니다. 또 지적호기심, 다른나라 다른문화에 대한 깊은관심 이런것도 꼭 필요한 자질이지요.
외교관에게 왜 특별히 이러한 자질이 필요한가하는것을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어떻게 생각하실지모르겠지만 외교관이란 직업은 정말 고독한 직업입니다. 사실 우리 외교관의 상당부분은 한국인이라고는 거의 없는 낯선땅에서 직원 3-4명정도의 작은 공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같은 공관의 직원 몇명과 가족이 몇년씩 낯선땅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야합니다. 공관장과 직원, 또 직원 상호간에 갈등이 생길 여지가 많습니다.이러한 마찰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지못하면 본인이나 가족이 겪는 심적고통은 말할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대화나 고민을 나눌수있는 부모 형제나 친구가 주변에 있는것도 아닙니다.어떻게 생각하면 몇년을 고통속에 감옥속에서 보내는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나는 우리 선배들중에서 공관장 또는 직원들과의 갈등으로 말할수없이 마음고생을 하다가 귀국한 이야기들을 심심찮게 들었습니다.그러므로 남을 이해하고 포용할수있는 능력 심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또하나 공관일 이외에 그나라의 역사나 문화등에 대한 관심등 지적 호기심이 외교관이 되려는 사람에게는 매우 필요한 자질입니다. 본인은 그런 사치스런 일에는 도대체 관심이 없다는 사람은 다른 직업을 찾아보는게 낮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 4강국가공관에 근무하는 경우에는 일도 많고 손님도 많고 바쁘게 지내야하는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등 일부지역에 나가서 일하게 되면 꼭 그런것 만은 아닙니다. 저는 90년대초에 미얀마라는 나라에서 근무한적이 있었습니다.우리 중소기업업자들이 간혹 드나들었습니다만 제가 그곳에 있은 2년여동안 한국의 공직자로서는 외교부의 서남아과장이 다녀간것이 최고위공직자의 방문이었습니다. 지금은 달라졌겠지요.
하여튼 때로는 대한민국국기를 꽃아놓고 그냥 버티고있는것 자체가 가장 큰 일이될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일 즉 한나라를 대표하여 존재감(presence)을 보이는것도 물론 중요한 외교업무이긴 합니다. 돈을 벌지못하면 있을 필요가 없이 바로 폐쇄되는 기업사무실과는 그런점에서 차이가 있지요. 그러므로 공관의 일여하를 떠나 또 어떠한 오지나 소외된곳에 부임하더라도 적응할수있는 능력, 이런것들이 중요합니다. 지적호기심이 강하고 문화적 소양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곳에 부임해도 생활의 활력을 유지하며 현지 국민들과도 적극적으로 잘 어울립니다. 그렇지못한 사람들은 무료함과 소외감속에서 외국생활자체가 고통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런것들이 무슨 대단한 능력이나 소양이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그러나 그런게 그렇게 간단한게 아닙니다. 스스로가 이기적이고 남을 이해하지못하고 포용력이 없고 자기만 출세하면 된다는 사고를 가지신분은 외교관으로서는 가장 부적격자입니다.진작에 다른길을 가시는게 낮습니다. 외무고시나 다른경로를 통해 일단 외교관이 되었다하더라도 그이후의 생활은 본인 스스로에게도 고통의 연속이 될것입니다. 또 다른사람들에게도 많은 고통을 주게 됩니다.그사람이 대사나 총영사와 같은 공관장이 되고 다른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하더라도 동료와 조직에 사실은 많은 해악을 끼치게 될것입니다.
저도 외무고시 공부를 시작할때는 일단 합격되어 외교공무원이 되기만하면 모든게 해결될것 같았습니다.그러나 일단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가지는데 성공한뒤에 기다리고있는 고독과 번민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본인이 전혀 원하지않는 낯선 어떤 나라에 강제이주(?)해서 살아야할지도 모릅니다. 거의 2-3년마다 서울과 외국을 오가는 인사 발령에 신경을 써야합니다.다른 사람은 잘 되고 저렇게 날리고 있는데 나는 이오지에서 무었이냐 , 때론 한없는 자괴감과 소외감으로 번민의 밤을 지샐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직업도 그런 측면이 없는것은 아닙니다. 외교관이란 직업이 특별히 그렇다는 것입니다.
저의 외무고시 선배몇기는 수석합격자들이 모두 중도에 외교부를 그만 두었습니다. 아마도 외교관이란 직업이 요구하는 이러한 특별한 성격과 본인의 개성이 맞지않았을 지도 모릅니다.처음부터 다른길을 같으면 훨씬 성공하였을 분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궂이 외교관으로서 필요한 자질로 개방적태도 남을 이해하고 포용할수있는 성격 다른 세계와 문화에 대한 지적호기심 적응력등을 이야기한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