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는 지금.. '어제 무슨 꿈을 꿨지?' 생각중이다
일부러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그녀와 같은 버스를 타게 되다니...
기억은 잘 나진 않지만 아마 좋은 꿈을 꿨나보다.
사실 K는 오늘 하루 운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자판기 앞.... 엘리베이터 앞... 화장실 근처...
우연히 마주칠수도 있는 어느 곳에서도 그녀를 보지 못했고,
점심시간 식판을 들고는 구내식당을 몇 바퀴나 둘러봤지만
그때마저도 그녀를 볼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 오늘은 얼굴 한 번 못보고 집에 가는구나' 그랬었는데...
"밥 먹었어?" K는 반가운 마음에 덥썩 물어 놓고는 생각한다.
'앗! 퇴근길에 너무 어울리지 않는 질문이구나..'
다행이 그녀는 고개를 까딱하며, "응" 대답해 준다.
"날씨 되게 좋지 응?" 연달아 물어 놓고는 생각한다
'앗! 너무 뻔한 이야기군...'
이번에 그녀는 버스 창밖을 내다보며 눈을 가늘게 뜬다.
그리곤 꽤 길게 대답해 준다
"응.5월은 정말 생활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달이야. 맨날맨날 놀고만 싶어!" 라고..
맨날맨날 놀고만 싶어라... 맨날맨날 놀고만 싶어라...
K에게는 그 말이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말같다. 귀여워서 견딜수가 없다.
'어쩜 말도 저렇게 이쁘게 할까.
내가 사장이라면 저렇게 말하는 직원은 맨날맨날 놀게해줄텐데..'
K의 행복지수는 수직으로 무섭게 상승하고 있고,
그의 입은수평으로 겁나게 찢어지고 있다
'이제 뭐라고 말을 할까?' K가 고민을 하는 동안 그녀는 전화기를 꺼내 든다
'앗! 전화기다.' 내가 그렇게 번호를 알고 싶은.. 바로 그 전화다
'오~ 저렇게 생긴 전화를 쓰는구나. 아~ 그녀의 벨소리는 이거였구나...'
동공, 침, 맥박.. K의 자율신경이 날뛰기 시작하는 그 순간.
근데 그녀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어? 오빠~ 다 왔어. 이제 내릴거야. 어.. 어~~"
K는 설마.. 하고 생각했다
이제 전화기를 가방에 넣고 나면 그녀는 자길 보며..
"어~ 우리 친오빠야.." 라고 말해줄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그 말 대신 "나 갈께." 라고만 하고, 버스에서 진짜로 내렸다
K는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친구도 있는게.. 왜 이 버스를 탔으며,
남자친구도 있는게..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는건 뭐며,
남자친구도 있는게.. 왜 나와 동기로 우리 회사에 입사했으며.. 왜! 왜!
무엇보다 기분 나쁜건 그녀는 자기에게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
봉지가 뒤집히듯 순식간에 기분이 최악으로 바뀌었다는 사실.
성질을 부륵부륵내며 K는 생각한다
'참~ 언제부터 내 행복을 남이 결정하게 된거야? 내 기분은 왜 이렇게 나쁜거야?'
대답은 그 남을 나보다 더 좋아하게 된 순간부터....
급행복과 급불행의 씨앗!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