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희와 강성연이 주연이라고 하여 이 영화를 선택해서는 안된다. 분명 영화 를 보려고 마음 먹은 관객이라면 두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한가지는 하드 보일드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이고, 다른 한가지는 연출을 맡은 최양일 감독에 대한 사전 정보와 그에 전작들일 것이다. 이들 중 한가지라도 놓친다면 위의 두 가지를 이해하고 있는 관객이 아니고선 불쾌하고 잔혹함에 놀라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먼저 이 영화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두 가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자. 첫 번째 하드보일드(hard-boiled)는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지만, 전의(轉義)하여 '비정, 냉혹'이란 뜻의 문학용어가 되었다. 개괄적으로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다. (출처:네이버 백과사전) 이 처럼 하드보일드란 장르는 간단히 말하자면 영화적 등급 수위에 맞추어 냉혹하고 폭력성이 짙으며, 잔인하게 묘사될 수도 있으며 일반 관객의 상식으로 이해를 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 녹아있는 영화적 장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러한 면에서 하드보일드한 부분의 이해가 없다면 이 영화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그냥 거부감이 느껴지는 영화로만 남을수 있다는 것이다.

[간담회장에서의 하드보일드의 거장 최양일 감독]
또 하나의 사전 지식은 연출을 맡은 최양일 감독에 대해서이다. 현재 일본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인 최양일 감독은 1949년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났다. 즉, 제일교포 감독이다. 조명보조로 영화계에 입문해 당시 일본 뉴웨이브 영화의 선두에 있었던 우리에게도 익숙한 을 연출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조감독을 거쳐 1983년 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아내에게 이혼당한 경찰관이 자신의 세계에 파묻혀 조금씩 몰락해 가다가 마침내 인질강도로 전락하는 이야기를 그린 에서 최양일 감독은 세밀한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한 인간의 내면이 어떻게 붕괴하는지를 냉랭하게 묘사했다. 그는 이 영화로 마이니치영화콩쿠르 스포니치그랑프리 신인상과 요코하마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였다. 데뷔작부터 화려했던 최양일 감독에게는 첫 작품부터 지금의 최양일스러움들이 묻어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영화 에서 주연을 맡은 지진희, 강성연]
이후 부터 그는 주로 하드보일드 영화를 만들었는데, 삭막하고 죄악으로 가득 차있는 세상을 냉혹하게 그려내는 데 남다르게 탁월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1989년에는 베트남전쟁 중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로 요코하마영화제 각본상을, 1993년 재일한국인 문제를 소재로 한 작품 로 키네마 준보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주연배우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해 로 일본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11개 부문을 석권하는 등 국내외 50여 개의 영화상을 휩쓸었다. 재일교포 작가인 양석일의 '택시광조곡'을 각색한 이 영화는 재일교포, 동남아시아인 등 비 일본인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신주쿠라는 무국적의 공간을 배경으로 아웃사이더들이 바라보는 일본사회를 냉정하면서도 온정어린 시각으로 그려냈다. 이러한 시각은 이후의 그의 작품 (1998)에서도 이어져 그의 하드보일드한 작품들과는 다른 따뜻한 시선을 드러내었다.

[보이시하면서 속옷이 보이는 란제리 룩을 보여준 강성연의 패션]
이 처럼 그의 작품은 어찌 보면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에 박찬욱 감독과 같이 자신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영화를 잘 만들어 내는 감독임에 틀림없다. 최양일은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서 처음으로 작업을 시작한 는 다시 하드보일드한 스타일을 표방했다. 그의 장기인 '하드보일드'라는 그의 스타일을 이번 영화에서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를 보고 극찬을 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어찌 보면 두 사람의 작품에는 비슷한 구석이 많아 보인다.
이제서야 이 영화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 처럼 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최양일감독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더 쉽게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진희, 강성연, 문성근, 이기영, 오만석, 조경환 등 출연 배우들이 무지하게 고생했을 것 같은 이 영화, 신영우 작가의 만화 '더블캐스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는 줄거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바로 최양일 감독이 보여주는 하드보일드한 장면 및 구성들이 이 영화의 의미를 더 부여해준다. 바로 황량하고 암울한 현실이 영화 자체인 것이다.

[1인2역을 맡아가며 처절한 복수 액션을 보여준 지진희]

[옷 매무새에 신경을 쓰고있는 태진의 약혼녀 강미나역의 강성연]
1인2역을 맡은 지진희는 "촬영을 할 때 방해되는 요소가 하나라도 있어선 안 된다는 최양일 감독의 스타일이 배우로서 최고의 조건이였다"라고 밝히며 "왜 세계적 거장이라고 하는지 알았다"라며 그와 작업하며 느낌을 밝혔다. 또한 강성연 역시 "영화를 하면서 많이 파헤쳐지고 달라진 느낌이였다", "강한 집중력이 길러졌고, 최양일 감독과 일하면서 배우로서 배울수 있는 점들과 감독님의 스타일에 놀라웠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하면서 최양일 감독이 얼마나 현장에서 무섭고 카리스마가 있는 프로인지를 시사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쌍둥이 태수와 태진(지진희 분)이 헤어지게 된 것은 형 태수가 마약조직 두목 구양원(문성근 분)의 돈을 훔쳐 달아나다 똑같이 생긴 동생 태진이 붙잡혀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19년 후 태수는 '수'라는 이름으로 암흑가를 활동하는 해결사가 됐다. 그의 유일한 삶의 목적은 19년 전 자신 때문에 붙잡혀간 동생 태진을 찾는 것이다. 조직 두목의 손에 자라난 태진은 자신의 삶을 망쳐버린 태수가 죽도록 미웠다. 그럼에도 그는 형 찾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경찰이 되어 첫 발령을 앞둔 시점에서 그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날 결심을 한다. 하지만 그때 형 태수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마침내 두 형제가 만나는 날, 태수는 태진의 얼굴을 보고 벅차오른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 태진이 형의 이름 한번 불러 볼 사이도 없이 저격당한다.

[과감한 룩의 강성연의 패션이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처럼 이 영화는 이러한 원인으로 태수의 복수를 다룬 영화이다. 어느 복수극 장르의 영화를 보아도 복수를 하는 원인이 있으면 그 원인에 대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어떠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는가에 집중이 된다. 최양일 감독은 통쾌한 복수가 아닌 처절한 복수의 방법을 택했다. 때로는 의미 없어 보일정도로.. 하지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자에게서 동생에 대한 복수는 다른 삶의 '의미'가 되는 순간이다. 그 동생에 대한 복수 자체로 영화가 흘러 가는 것이 아니라 킬러로 살아온 태수에게 동생에 대한 복수를 통해 자신 인생의 목표를 찾는 것이다.


[포토타임의 주연배우와 최양일 감독 - 서로의 포즈를 보며 대기하는 모습]
이 과정에서 최양일은 영화속 구양원(문성근)과의 대결에서 각자 자신의 존재를 지키려는 자들의 사투를 보여준다. 태수가 자신의 복수를 위해 사투를 벌인다면 구양원 역시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사투를 벌여야 한다. 즉, 냉막한 현실에 자신의 삶을 지키려 싸울뿐, 누가 더 하고 덜할 것도 없다. 그 사투속에서 최양일 감독은 피와 살을 이용해 폭력을 선택했다. 더욱이 칼로 찌르면 바로 죽고 멋진 발차기등으로 여럿을 제압하는 비 현실성 액션을 지향하지 않았다. 바로 엉키고 설키고 뒤엉켜 물어뜯고 살을 비틸고 뼈를 자르는 삭막하고 사실적은 액션을 보여준다.

[성대를 긁는 발성으로 목소리를 바꾸어 악역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문성근]

[구양원파의 고용된 킬러 역의 오만석]
많은 씬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주목할만한 배우임에 틀림없다.
피가 난무하고 마약중독자 아버지를 양육하는 등 잔혹하기에 과연 현실에 저런상황이 있을까? 할 정도로 강한 상황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최양일표 하드보일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최양일 감독의 를 본 관객이라면 그 이상의 충격을 받을 수도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한국 배우가 출연하고 한국을 배경을 한 이 영화에 한국 영화라고 꼬리표를 붙이기에는 분명 색다름이 있다. 그냥 '피의 복수'라는 한가지 목적을 가지고 달려가는 이 영화에는 좋고 나쁨을 평하기 보다 이 영화가 가지는 성격으로 인정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이 영화를 소개하는 필자가 최양일 감독과 하드보일드에 대해 설명을 길게 한 이유가 바로여기에 있다.
(씨네통 닷컴 빡's의 기자시사회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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