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제17대 한국 대통령의 몽타쥬

김수민 |2007.03.20 12:09
조회 94 |추천 2

제17대 대통령선거에 관한 나의 공식적 예견은 지금까지

이명박근혜, 고건, 손학규, 정동영, 김근태는 안된다,

정운찬, 문국현, 박원순, 진대제는 분위기 메이커다

정도의 수준이었다.

 

이제 조금 더 나아가 틀렸을 경우 망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다음 대통령이 누구인지 맞춰보려고 한다.

 

2001년 가을 예닐곱명쯤 모인 자리에서 혼자만 노무현이 대통령된다고

예견하면서 다구리 먹었던 생각이 난다. 아무리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도 안 들어줬다.

그러나 나는 맞췄고 이번에도 맞춰보련다.

 

 

1. 한국전쟁 이후에 출생한 70년대 중후반 학번.

 

북핵문제가 가파르게 타결된다. 미국과 북조선 양측이 자국 내의 기득권집단과 여론을 의식해

가끔씩 멈칫거리는 제스춰를 취하고 있지만 이것은 전술일 뿐이다.

현재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가 유력해 보이며 북미종전협정도 불가능하지 않다.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1950년체제의 마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컨설턴트 '민'의 예측, "전후 세대의 경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옳다.

 

그러나 60년대생까지 범위가 넘어가지는 않을 듯하다. '58년 개띠'를 전후하여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곳곳에 굵직한 인재들이 포진해 있다. 386세대는 그에 비하면 아이들이다.

이 세대는 386과는 달리 개인주의적, 실존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독고다이로 밀어붙이는 깡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하나의 '군'(群)을 형성했다고 생각해 보라.

 

개인주의자들이 모인 집단은 잡음과 얼룩을 늘 불러 일으키지만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이심전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황지우의 시 제목인 "나는 너다"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말이다.

 

386 학생운동권은 이들 세대가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이름 날리고 자리 산 사람들이다.  

 

 

2. 고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지역주의의 혜택을 혜택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수도권 이미지가 강하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이 PK에서 30퍼센트, TK에서 20퍼센트 내외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

단순히 그가 영남 출신이라서 받을 수 있었던 몫인가? 그렇지 않다.

지역주의는 이념정치의 소리없는 진전 속에서 슬며시 허물어지고 있으므로

영남 지역에서도 반란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호남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범여권 후보에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다분하긴 하지만

근래 들어 민주노동당 지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호남 지역주의도 완화되고 있다.

 

충청도나 강원도도 자기네 동네에서 태어난 대통령 그다지 바라지 않는다.  

 

 

3. '인권'

 

차기 대통령은 핵심지지층을 가진다. 이점에서 정몽준, 박찬종처럼 이명박이 불리하고 그래서 안되는 것이다.

이 핵심 지지층이 판단하는 제1의 기준은 인권이다. 이 지지층은 민족이나 민중, 평등에 앞서서

'인권'을 판단한다. 이들이 진보주의자든 자유주의자든 그러하다. 민족, 민중 문제도 인권이라는 틀 속에

녹여서 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결국 인권이 키워드가 된다.

 

인권이라는 어휘에 어울리는 이미지는 뚜렷한 고집을 갖고 있되 다른 한편으로는

무언가 느슨해 보여야 한다는 점이 있다. 저 정치인의 노선은 정해져 있고 그걸 그대로

밀어붙일 거라고 여겨지는 이는 인기가 없다. 

 

 

4. 여성 또는 여성친화성

 

삼김시대가 막을 내리고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서 상당 부분의 문화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번에는 여성 대통령이 탄생해도 어색하지 않을 시기이다.

이미 박근혜가 멋도 모르고 분위기 메이킹을 해줬다. 한나라당의 골수 지지자들도 여성 후보를 미는데,

다른 곳에서도 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박근혜에 이어 한명숙 의원까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여성이 아니더라도 여성친화적인 이미지를 가진 남성이 대통령이 된다.

물론 여기서 여성친화적인 이미지는 종류가 다양하다. 그러나 그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명박은 아니다. 김근태, 정동영, 손학규는 다소 가능성이 있으나 파워가 적다.

 

 

5. 잘 논다. -'문화' 

 

다음 대통령은 잘 노는 사람이다. 예술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독특한 구석이 있어야 한다.

노래를 잘 못 불러도 좌중을 휘어잡을 수 있다거나, 유려한 문체가 아니더라도 왠지 읽는 맛이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여기서 논다,라는 건 유희, 오락, 예술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업무수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북한과의 대결이라는 그늘이 걷히고 나면 지도자 스타일도 많이 바뀐다.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인식은 김영삼이 마지막이었다.

김대중은 "구관이 명관이다"+"저 사람도 한번?"이라는 여론을 받아 집권했고,

노무현은 "저 사람 한번?"에 전적으로 기대 당선됐다.

 

하나 빼먹은 것이 있는데 노무현 정부가 김영삼처럼 아주 참담하게 끝나지 않는 한

'대통령문화'에 관한 국민여론은 시대를 거스르지는 않는다.

노무현과도 또 다른 면모가 있는 인물이 뜨겠지만 말이다.

 

잰척하는 군바리들과 지역주의와 보스정치의 화신들은 사라졌다.  

국민은 TV에서 자주 보고 싶은 사람을 찍는다.

노무현이 당선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지금에 와서 보기 싫어졌을 뿐)

 

 

 

6. 재산은 많지 않다.

 

부자라고 하기가 힘든 인물이 대통령이 된다. 이건 결과적인 건데 부자라고 할 만한 인물들은

온갖 결격 사유에 묶여 있어 대통령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찢어지게 가난하다거나 박찬종처럼 재산이 마이너스면 팔푼이 취급받는다.

구리다고 낙인찍힌다.

 

호화롭지 않은 집, 특히 중산층~서민형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7. 대졸 서울대 or 고려대

 

학벌. 유감이다. 상고가 어지간한 명문대에 대적했던 시대, 그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많아서이다.

그들이 대학을 다녔을 적에는 대학생 수도 적었지만 대학 수도 적었다.

또 학생운동이라는 발판이 있었는데, 거꾸로 해석하면 학생운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으면

정치에 발을 붙이기가 힘들었다는 말이 되겠다.

 

연세대 출신은 서울대나 고려대보다 정계에 별로 없어서 불가능하다.

이광재, 송영길이 대통령 될 거라고 보는 사람 있을까? 

 

 

8. 학생-청년운동의 '의장님'은 안 된다.

 

위에서 내가 거론한 항목에 비추어 보면 민주화운동 경력이 있는 인사가 다음 대통령이다.

학생운동에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었거나, 부채감이라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의장님'은 안된다. 절대 안 된다. 의장을 해먹을 만한 인물이라면

대통령 안해도 되는 인물이다. 바꿔 말해 대통령되는 인물은 대통령 아닌 자리는,

국무총리나 서울시장이나 국회의장이 안 어울리는 인물이다.

 

김영삼 국무총리. 어울리나?

김대중 서울시장. 어울리나?

노무현 국회의장. 어울리나?

 

학생운동 의장도 마찬가지다. 

학생운동 지도자가 다 안된다는 게 아니다.

'의장'이나 '회장' 따위는 안된다는 거다.

 

의장님 문화로 유명한 전대협 수뇌 출신들은 떨어진다. 다음에도 떨어진다.

그들은 홀로 되어본 적이 없다. 창문 깨고 튀어나와 10초간 샤우팅하고 징역사는,

그러한 체제를 경험하거나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주변에서 의장님 의장님 띄워주면서 헛물이나 먹었을 뿐 국가지도자는 될 수 없는 인물이다.

정치판은 더러운 곳이고 운동판도 사실 깨끗한 곳이 아닌데

거기서 '왕따' 한번 안 당해봤다면 결격 사유다.

의장님들이 왕따를 당해봤을 리가 없다.

 

김근태부터 임종석까지, 꿈깨는 것이 조을 거시네~  

 

 

9. 엘리트임에는 틀림없지만 특권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인물.

 

위에서 짚고 넘어갔듯 소위 명문대를 나온 자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육사 출신의 시대, 상고 출신의 시대 (이 둘 사이에 '서울대 맞어?'라는 말을 무수히 들었던 한 대통령이 있었다)를

지나 다시 서울대 출신의 시대로 가는 것이다.

학벌은 x같은 거지만 지금의 현실을 만든 과거가 그랬고, 그 현실은 지속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지식인 이미지가 대단히 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노무현의 경우는 좀 아리송한 인물이다.

노무현은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스타일인데, 운이 아주 좋은 것이다.

상고 나온 찢어지게 가난한 넘이 감히 사시에 붙어서 판사에 변호사 해먹더니 대통령까지 됐다.

이에 대해서 개혁적 엘리트들은 호감을 보였지만 보수적 서민들은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다음 대선은 어느 정도는 이 두 집단의 선호도가 교차할 것이다. 왜냐면 노무현 같은 인물이 더이상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개혁적 성향인 전문직, 사무직 종사자의 표를 얻고,

가중 나중에는 '늙었지만 왠지 그래도 신선함이 좋은' 유권자의 표를 얻어 당선이 될 것이다.

 

 

10. 당은 중요하기도 하고 안 중요하기도 하다.

 

정당정치의 발전이 가장 강조되는 시점이기도 하고, 양당제와 다당제의 압력 속에 3~4당 체제가 압박을 받고 있기도 하며,

사회양극화 담론 등으로 정당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들 가운데서 현존하는 정당들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는 거의 없고,

다들 조용하면서도 체계적인 개편을 원하고 있다.

 

"아, 저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결성됐구나"

또는

"그가 대통령이 되면, 새로운 정당이 등장하겠구나"라는 인물이 당선된다.

 

이것은 박근혜나 이명박에게도 아킬레스건인데 그들이 당선되면

'철새'들이나 한나라당에 입당해서 플러스알파가 될 뿐 한나라당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여건들이 맞물리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후보자의 소속정당이 중요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중요하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정당담론과 관련해서는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선진적일 것으로 보여진다.

 

 

자 위의 10가지 항목들에서 유추해보자. 다음 대통령은 누구인가?

현재 우리의 시야, 넓은 범위에서의 제도정치 안에 들어와 있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대충 후보군이 나온다.

 

위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정치인을 가나다순으로 열거하면

 

강금실, 노회찬, 심상정, 유시민, 천정배, 추미애가 있다.  

 

심심한 김에 정치권 바깥에서도 찾아보자면 손석희? (아서라.)

 

현재 대선체제의 좌에서 우까지를 보자면 

ㄱ. 민주노동당

ㄴ. 민생정치모임+시민단체 등

ㄷ. 노무현

ㄹ.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손학규

ㅁ. 한나라당

 

이렇게 5각으로 짜여 있어서, 특정인물을 꼽기에는 유동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나는 비겁하게 특정인물을 꼽지는 않겠다.

 

다만 저 여섯 인물 중에 하나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예견해 본다.  

 

추천수2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