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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umber 23

강주승 |2007.03.23 11:09
조회 22 |추천 0

이 영화는 스릴러라는 장르에서만도 두가지를 잃었다. 다름아닌 스릴러장르의 영화로서 절대로 가져서는 안되는 지루함, 그리고 맥없는 반전이다. 불가능한 것을 억지로 끼워맞추는 듯한 스토리 전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따분함을 넘어서서 극도의 짜증까지 유발하게 한다. 을 연상케 하는 숫자를 사용한 제목이나, 를 생각나게 끔 하는 23에 얽힌 비화를 털어놓는 듯한 영화의 트레일러까지, 덤으로 코믹배우가 아닌 진지한 정극배우로서 스크린에 지속적으로 서는-게다가 분명 발전하고 있는- 짐캐리의 모습은 영화에 대한 많은 기대를 가지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을 간과해버렸다. 바로 감독 조엘 슈마허의 존재이다.

 

조엘 슈마허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광고와 시나리오 참여를 통해 내공을 쌓은 후 80년대 중반 청춘영화를 통해 많은 인기를 얻어낸 후, 자신이 관심있어 하던 스릴러 장르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허나 범작보다는 평작수준에 그치기 일수였고, 결국 소설과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제작에 몰두하였다.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 과 안그래도 지루한 법정소설을 더 지루하게 만들어 낸 , 등이 그의 작품이다. 소설과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통해 평단에서 큰 재미를 못보자 다시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시나리오를 가져다 영화로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망한 영화 중 대표적인 것이 이다. 단순한 문장으로도 역동감과 긴장감이 넘쳐흐르던 시나리오를, 조엘슈마허가 완전히 말아먹었던 것이다. 게다가 결론은 영화 초반의 전개가 우스워 보일 정도로 구렁이 담넘어가듯 어영부영 뽑아내고서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조엘슈마허의 영화의 결론에 대한 접근법은 에서 다시 한번 반복 된다.

 

하긴, 이만큼 조엘슈마허 감독에 대해 미리 알고있었더라면 만큼은 절대로 피했어야 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경지에 올라서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프랜시스 드 코폴라, 마틴 스콜세지와 달리 헐리우드를 발판 삼아 그저 감각잃은 늙은이에 불과한 조엘슈마허 감독이 감독만 맡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손수 각본까지 썼으니, 설상가상이 아니었겠는가. 그가 영화 전면에 내세운 숫자에 대한 논리는 그야말로 싸구려 논리이다.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왜 하필 23이 었는가? 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영화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고, 이미 영화의 시작과 함께 예상가능했던 영화의 반전은 영화를 더욱 우스꽝스럽게 만들 뿐이다. 영화는 23이란 숫자를 통해 정밀한 심리적 묘사를 통한 서스펜스 스릴러에 접근하는 듯 했지만, 스릴러 답지 못한 구석이 너무 많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단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배우 버지니아 매드슨의 호연으로도 결코 가릴 수 없었던 허술하기 짝이없던 영화, 전세계 통틀어 과연 몇명이나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있을까, 아니 납득이라도 할 수 있을까? 보는 이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영화는, 영화로서의 자격을 잃은 것이다. 이 영화는 감독과 각본, 이 두가지가 영화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해준다. 90분동안 영화를 바라보면 서 기억나는 것은 짐캐리의 횡설수설하는 나레이션 뿐이었다. 이 것또한 영화에 득 보다는 실이 되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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