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원작 향수를 정말정말 사랑했던 나는 솔직히 영화를 보고 많이 실망했다. 내면지향적인 소설을 영화화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향기'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제재를 다루어서일까. 원작의 감동? 그런 게 조금 결여된 느낌이었다. 역시 원작이 아니라 아우라(Aura)가 조금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영화는 두 시간 남짓이란 시간으로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그에 따른 한계가 있다는 것 또한 인정한다. 그러나 그르누이의 탄생부터 성장기를 뭉뚱그려 놓은 것이라던지, 한 마디 언급도 없이 무작정 '진행'만 되어가는 그르누이의 행동은 영화만 보아서 이해하기란 조금은 어렵지 않았나, 생각한다. 중세 시대의 배경이나, 벤 위쇼의 캐스팅은 나쁘지 않았다. 소설 속의 그르누이는 무두장이 병을 비롯한 병을 앓아 붉은 흉터가 추하다고 묘사되어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살인된 소녀들이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묘사되고, 또한 영화에서도 한 번 언급이 되는데- 살인 장면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그런 아름다움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가장 마음에 든 건 배경음악이었다. 중세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클래식 위주의 음악은 중세의 청명한 자연 배경과 어우러져 듣기가 좋았다. 그러나 원작에도 없는 말이 되지 않는 설정은 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로르(영화에선 로라라고 나오지만)의 숨바꼭질이랄까. 원작에 그런 말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그르누이의 실험― 인간의 체취를 가진 향수를 만든다던가, 그 향수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했던 실험이라던가, 벙어리 여인에게 비율을 달리한 유지들을 붙인다던가 하는게 유년기와 함께 사라졌다. 내가 나름대로 기대했던 부분은 미치광이 공작이 나오는 내용이었다. 그 우습고도 재미난 장면을 기대했었는데, 아쉽게도 영화에는 빠져있었다. 솔직히 스토리상 없어도 되는 내용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거다. 마음에 드는 설정도 있었는데, 향수의 비밀을 설명하는 발디니였다. 원작에선 12가지의 재료와 한 가지의 특별한 재료는 나오지 않았다. 그 장면이 마음에 든 이유는 두 가지였다. 향수 제조인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발디니의 모습과, 그 설명을 들으며 광기에 젖은 눈동자를 빛내는 벤 위쇼가 정말 멋져보였기 때문에. 초중반은 별로였지만, 후반, 즉 그르누이가 최후의 살인을 한 이후의 부분은 괜찮았다. 특히 나는 그르누이가 처형대에 올라가 향수를 뿌리고 난 이후의 그 문란한 장면을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했었는데, 그것 만큼은 원작을 거의 제대로 재현했다. (그 많은 누드 배우들을 어디서 구했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가장 마지막 부분 - 그르누이가 살해되는 장면은 별로였다. 원작에서 그르누이는 그야말로 갈가리 찢겨 살해되는데, 영화에서도 그 장면은 표현하기가 껄끄러워서 그랬을까. 그냥 사람들을 몰려놓는 것으로 영상을 대신하고 설명으로 처리해버렸다. 소설을 본 나로서는 실망했지만, 소설을 보지 않고 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로서는, 왜 쥐스킨트가 90년대 초반에 쓰여진 자신의 소설, 그것도 전 세계적인 베스트 스테디 셀러를 그토록 영화화 하는데 반대했는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원작의 아우라를 그대로 담아내지 못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