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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지켜준다는 것

오현경 |2007.03.24 23:22
조회 20 |추천 0

 

"글쎄…… 누가 누군가를 죽 영원히 지킨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야. 안 그래? 가령 내가 자기와 결혼을 했다고 쳐봐. 그럼 자기는 회사에 다니겠지. 그럼 자기가 회사에 있는 동안엔 도대체 누가 나를 보호하고 지켜 주겠어? 출장을 가 있는 동안엔 또 누가 나를 지켜 주지? 그러니 나는 죽을 때까지 자기와 붙어다녀야잖아, 안 그래? 그런 건 대등하지 못해. 그런 건 인간 관계라고 할 수도 없겠지. 그리고 언젠가 자기는 내게 싫증을 느끼고 말 거야. '내 인생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여자를 돌보는 일뿐이란 말인가'하고. 난 그런 건 질색이야. 그래 가지곤 내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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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서 힘을 좀 빼면 훨씬 몸이 가벼워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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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힘을 빼면 몸이 가벼워진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그런 말은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알겠어? 내가 지금 어깨 힘을 뺀다면 나는 산산조각이 난단 말이야. 난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만 살아왔고, 지금도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어. 한번 힘을 빼고 나면 다신 본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구. 난 산산조각이 나서 어딘가로 날려가 버리고 말 거야. 자기는 왜 그런 걸 모르는 거야, 응? 그걸 모르면서 어떻게 나를 돌봐 준다는 말을 할 수가 있어?"

 

 

 

 

"첫사랑에 목메는 스타일?

"아뇨."

"다행이다. 첫사랑은 처음이란 뜻밖에 없는 건데, 텔레비젼 보면 온통 첫사랑 땜에 목메는 거 비현실적이라 싫었거든. 두번 세번 사랑한 사람들은 헤퍼 보이게 하잖아. 성숙해질 뿐인데."

"?"

"갑자기 내 첫애인이 한말이 생각나네, 참 순진한 애였는데.."

"어떻게 순진한데요?"

"나한테 프로포즈를 하면서 그러드라. 세상에 여잔 나밖에 없다구. 그래서 내가 물었잖아. 너 엄마, 이모, 고모 다 없냐?

"그랬더니요?"

"그랬더니, 이번엔 자기 인생에 내가 마지막이라드라. 그래서 마지막이란 소린 스물네살짜리가 할 소리가 아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나없음 죽어버리겠대드라. 그래서 죽으라 그랬지."

"..."

"걱정마, 안죽고 애를 넷이나 낳고 잘 살고 있으니까. 사랑할 땐 왜 그렇게 빈말들을 잘 하는지. 순진한 애도 사기꾼처럼 말을 번지르르르."

"적어도 그 순간엔 진실 아닌가?"

"그럼 지금 이순간 니가 내 전부고, 지금 이순간 너만을 사랑하고, 지금 이순간 미치게 사랑한다고 해야지, 왜 건방치게 영원히를 앞에 붙여들."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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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안 변하지만, 사람 맘은 변한다."

"..."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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