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일화 하나를 소개할게요. 제가 4년 전에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잠깐 가 있었거든요. 어느 날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깐 문학에 대한 지식이 정말 상당하더라고요. 그래서 의학을 하시는 분이 어떻게 문학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알고 계시냐고 물었더니, 그 분 하시는 말씀이 하버드 의대나 MIT공대 등에서는 교양 과목이 거의 다 문학이라고 하더라고요. 거의 영문과 수준으로 수업을 한 뒤에 의학, 공학 전공으로 넘어간다는 거죠.
이 분이 농담처럼 하시는 말씀이,초음파로 어떤 사람의 내부를 들여다 볼 때 전혀 모르는 환자인데도 그 사람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선한 사람인지 악한 사람인지, 고뇌에 찬 사람인지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인지 느껴진다는 거죠. 너무 비과학적인 말이잖아요.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어떻게 사람의 마음으르 알 수가 있겠어요.
그러면서 이 분이 웃으며 하는 말이 자기가 문학을 공부해서 그렇대요. 문학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라고요. 의사인 자신도 치료받는 환자와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다는 거죠. 문학은 바로 그런 학문이기 때문에 그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꼭 필요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냥 몸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훌륭한 의사가 되는데, 자신은 문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환자를 대할 때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요.
어떤 학문을 하더라도, 어떤 직업을 가지더라도 문학이 가장 기본이며 인간다움을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이야기했던 게 기억이 나요. 지금 학문이라는 말을 썼지만, 어떤 의미에서 문학은 학문이 아니고 삶 자체라고 할 수 있어요.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의 말 중에서),인디고서원,궁리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