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강호라는 배우가 출연한 영화라고 하면 대한민국 관객 누구라도 기대부터 가질 것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송강호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손가락을 절로 치켜 세울 정도로 '참 징글징글 하게 연기를 잘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외에도 국내 최다 관객 작을 제외하고도 촬영예정이나 촬영중인 영화를 보면 박찬욱 감독의 , 김지운 감독의 , 이창동 감독의 이라는 것만으로도 송강호라는 배우가 충무로에서 어떤 위치인지 알수 있다.

[과감한 란제리 룩으로 무대인사를 온 박지영]

['우아한 세계'를 그려낸 한재림감독과 주연배우들]
데뷔작 으로 연애에 대한 촌철살인의 직격타를 날리며 관객과 평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대종상 신인감독상까지 수상한 한재림감독과 송강호가 만난다는 것은 를 더욱 신뢰하게 되는 초석이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여기에 연기력으로는 브라운관을 통해 입증이 된 박지영, 충무로에서 가장 웃기고 연기력은 최고레벨에 드는 오달수까지 가세되었으며, , 등의 음악감독출신인 칸노요코의 음악까지 더해 졌다면 관객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섹쉬한 란제리 룩 의상의 박지영]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 조폭영화에서 보는 느와르 적 영화의 형태를 띄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는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아버지라는 공통분모는 그의 직업과 신분을 초월하게 만든다. 가족과의 우아한 세계를 꿈꾸고, 그것을 위해서는 때로는 현실과 타협을 할수 밖에 없는 아버지들의 애환을 '조폭'이라는 소재로 더욱 강렬하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와 같은 영화의 장르는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한재림 감독은 "영화의 이야기 구조와 장르적 특징을 볼 때 느와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단정 지으며 '생활 느와르'라는 말로 그것을 대신했다.
'생활 느와르'장르로 규정한 는 기존의 느와르와 달리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 가장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 댄다. 직업은 조폭이지만,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이 사회에서 또 가정에서 인정 받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주인공의 모습이 때로는 실소를 자아내고, 때로는 측은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청과물 도매업자이자 '들개파' 조직의 중간 보스 강인구(송강호)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가장이기도 하다. 인구는 햇빛 잘 들고 물 콸콸 쏟아지는 전원주택에서 온 가족이 함께 우아하게 살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인구에게 아버지나 다름 없는 들개파 보스 노회장(최일화)의 동생 노상무(윤제문)가 중간보스 자리를 놓고 인구를 조직에서 몰아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고, 인구의 고향 친구이자 라이벌 조직의 간부 현수(오달수)와의 관계도 썩 편하지 만은 않다. 게다가 캐나다로 유학 보낸 아들의 학비 보내기도 빠듯한데,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조직 일을 그만두라는 아내(박지영)의 냉대 때문에 인구의 일상은 하루하루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결국 큰 사건 하나를 해결한 뒤 조직 일을 그만두고 가족들과의 우아한 세계를 꿈꾸지만 이권을 노리는 노상무와의 갈등은 그를 우아하지 못한 곳으로 끌어내린다.

[자신의 연기와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는 송강호]
시사회가 끝난 후 송강호는 '강인구'라는 영화 속 인물에 대해 "조폭도 아버지로서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같다"며 "직업만 다를 뿐 내 자신과 닮아있다. 더 나아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의 일상이 '강인구'와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초등학생인 두 명의 자녀가 있는 송강호는 딸과 갈등하는 모습을 연기한 것에 대해 "아직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이라 영화에서처럼 딸과의 갈등 같은 것은 경험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일이라 본다. 가족이 바라는 아빠의 상에 대해서도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하지만,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가족에 대한 사랑의 방식이나 책임 등을 풀어나가는 것에 있어서는 가족과 아빠의 입장 차이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어서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내 고민도 극중 강인구의 고민도 비슷하지 않을까?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빠들 또한 근본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부분은 강인구와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연출력이 뛰어난 한재림 감독의 간담회 모습]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가 맡은 강인구는 내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고 한국 사회의 가장의 모습이기도 하다. 누가 밟을까 두렵기도 하고 또는 내가 누군가 밟아야 성공할 수 있는, 가족을 위해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가장의 모습을 연출하려 했다. 우리의 현실 자체가 조직 폭력배들의 삶만큼이나 치열하고 섬뜩하다고 생각했다"며 연출의 변을 밝혔다.

[간담회 중인 박지영]
18년 만에 첫 영화에 출연한 박지영은 "그동안 영화를 피한 것이 아니라 결혼을 빨리 해 기회가 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첫 영화가 매우 훌륭한 작품이어서 기쁘다"며 흡족해 했다. 박지영은 특히 "송강호와 꼭 같이 연기해 보고 싶었다. 첫 작품이 송강호와 같이 출연한다고 해서 망설임이 없었다."며 송강호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송강호와 연기하면 무언가 뻥 뚫린다는 오달수의 간담회 모습]
인구의 친구 역을 맡은 오달수는 "영화를 본 뒤 송강호에게 엄지손가락 들어 보여줬다"는 말로 송강호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오달수는 "도 네 번이나 봤는데 이 영화도 그렇게 될 것 같다"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송강호 딸 역활의 김소은의 시사회장 모습]
인구의 딸을 연기한 김소은은 "뛰어난 선배들과 연기할 수 있어 기뻤다"며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칸나 요코는 간담회때 한국말로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O.S.T를 들었던 학창시절 때부터 팬이었던 한재림 감독의 청으로 영화음악을 맡은 칸노 요코는 "배우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따라가려고 했다"며 "관객들이 내 음악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 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를 본 소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예. 저는 건달이(의) 마음을 잘 몰라요. 건달이가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양아치의 삶은 슬퍼요. 감독님은 주인공 남자를 나쁜 남자로 그리고 싶어했는데 송강호 씨 연기를 보면 (강인구가)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응원하고 싶어졌어요" 라고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해 웃음을 자아 냈다.

[한때 칸나요코의 팬이였던 한재림이 감독이 되어 같이 작업을했다]
의 인구는 비록 야만과 폭력에 몸을 의탁해 살아가는 조폭이지만 '생활'이라는 것을 가꾸어 보려 애를 쓴다. 의 우아한 조폭 선우가 그랬던 것 처럼. 하지만 인구는 선우보다 더 몇 곱절이나 어렵다. 바로 그에게는 부양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한재림 감독은 인구라는 캐릭터를 기존 조폭캐릭터와는 다르게 두 가지로 그려낸다. 즉, 한국 남성 느와르 영화 주인공에게 그려지는 페이소스에서 감성적인 부분을 덜어냈으며, 조폭코미디의 웃음에서 가학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그려내었다. 인구가 계단 오르기에서 40대의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며, 합으로 그려내는 액션씬 보다는 처절한 몸부림의 리얼한 액션이 그것이다.


[극중 부부로 나오는 아름다운 박지영과 최고의 연기파 배우 송강호]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점은 이처럼 '생활느와르'의 장르를 통해 한국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 외에 송강호와 배우들의 열연일 것이다. 영화 전편을 짊어지고 거의 모든 신에 등장하는 송강호의 연기는 설명이 필요 없다. 그의 눈물은 눈이 아니라 악다문 어금니 새로 흐른다. 배우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고음을 내며 웃음을 주는 연기와 무거운 연기로 손쉽게 분류하는 것을 잘못되었다고 강하게 말하는 것인양 의 인구는 무거운 감정을 발설하는 연기를 할 때 송강호의 목소리는 낮고 칼칼하게 가라앉는 연기와 고음을 내며 오버 발성을 하지는 않지만 적잖이 웃음을 자아낸다. 시나리오도 별반 코미디를 의도하지 않고 배우들 또한 웃기려고 연기하지 않는데 순전히 송강호와 오달수라는 인물로부터 유머가 실실 새나온다.
어쩌면 우리 대부분은 인구처럼 '잘 살기' 위해 훼절하고 있다. 원칙을 저버리고 타인을 속이고 다치고 약자를 이용하며 나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인구의 아내와 자식처럼 그런 식으로 누군가 벌어온 것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과정에서 가장과 피부양 가족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타협, 서로를 핑계로 삼은 밥벌이의 지겨움과 서러움을 는 보여준다. 그것들은 수습할 수 없이 엉켜있다. 마치 엎어진 비빔면의 퉁퉁 분 면발처럼. 는 겉보기보다 심각한 비극인 것이다.

[우아한 세계의 주연배우 포토타임-박지영,김소은,송강호]
이 영화 주인공은 조폭이지만 자상하고 브드러운 가부장으로 이상과 치열하고 딱딱한 부양인으로서의 현실 사이에 꽉끼어 이시대의 가련한 가장의 모습을 느와르 장르로 끌어와 상당히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여기에 송강호의 연기력과 일상적적인 요소들을 탁월한 재구성에 능한 한재림 감독의 재능은 이 영화가 돋보이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후 변화하고 있는 한국 조폭영화의 새로운 얼굴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우스운 듯 슬프고, 치사한 듯 인간적이고, 미운 듯 사랑스러운 인간 삶의 모습이 깔끔한 편집과 영리한 연출, 절묘한 연기 속에 녹아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만듦새가 그야말로 '우아'하다. 이 영화 한국영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썩 괜찮은 영화가 나온듯 싶다.
(씨네통 닷컴 빡's의 기자시사회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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