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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역행하는 싸이월드의 html 기능 삭제

김준기 |2007.03.31 00:23
조회 354 |추천 16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글쓰기 기능에 html 편집 기능이 사라진 거 아실겁니다.

하도 답답해서, 나만 이 기능에 화내고 있나 싶어 게시판을 검색해보니,

산발적으로 이런 글이 올라오고 있긴 하더군요.

대부분 조회수며 리플이 많지 않아서 별 이슈가 못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싸이월드 정식 공지를 보니 방문자 조회 프로그램 방지를 위해 금지했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웃기지도 않습니다. (막말로 그건 또 어디가 사생활 침해일까요?)

우선 싸이월드가 html 편집 기능을 사용자 동의도 한 번 구하지 않고 삭제한 이유를

나름 짐작해 보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싸이월드의 상업적 속성 때문이겠지요.

칙칙한 회색 배경을 깔고 스킨이랍시고 간단한 이미지를 덧대어 팔아 치우기 시작한 싸이는,

기업의 이윤창출 목표에 충실히 반응하며 철저하게 팔아먹을 아이템을 찾습니다.

사실 사용자 중심이라면 얼마든지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하여

스킨 형태에 맞출 수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거기에 일명 태그(html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만 한다면,

스킨부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스킨만 살 사람, 스킨 사고 자기만의 것으로 꾸밀 사람, 오로지 자신이 스킨을 만들어 달 사람,

이렇게 나누어진다는 것 만으로도 다양성은 훨씬 배가됩니다.

하지만 돈 되는 아이템을 그냥 놓아줄 리 없겠죠.

네이트로 넘어갈 무렵 제가 한 번 건의해 보았지만 대꾸조차 없더군요.

사실 배경음악은 요즘 같은 때에 어쩔 수 없습니다. 권리를 돈 주고 살 수 밖에요.

(예전엔 다음 까페 메인에 태그로 노래 올리곤 했었지요, 기억하시는지?)

하지만 스킨은 정말 돈벌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군요.

아무튼 html 편집 기능 삭제는 싸이가 새로운 돈벌이 수단을 찾아내면서 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이 과점 업체는 급기야 글씨체까지 팔아먹기에 이르죠.

사실 폰트라는게, 디자인 회사에서 열심히 개발한 재산이기야 하겠지만,

대단한 것도 아니고, 별 요란하고 읽기도 힘든 글씨체 팔아먹는 것 보면서 경악을 했습니다.

그리곤 html 편집 기능이 사라졌죠.

이 편집 툴이 사용자에게 강력한 편집 능력을 부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태그 몇 개만 알면 폰트 변경은 아주 쉽죠.

글씨체를 많이 팔려면, 무료 폰트라는 경쟁자를 없애야 할 것 아닙니까.

완전한 독점 시장으로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죠. html은 단순히 글씨체 편집만 하는 툴이 아니라는 겁니다.

주로 게시판에서 게시판으로 동영상이나 음악 등을 퍼 나르는데 아주 유용한 툴이죠.

싸이도 유튜브처럼 UCC 왕국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사이트인데,

아무래도 동영상이 저렇게 손쉽게 퍼날라진다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죠.

새로 만들어진 싸이월드 동영상은 자신이 저장하고 있는 파일만 업로드 할 수 있습니다.

이로서 외부 동영상은 링크의 형태로 밖에 옮겨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이는 주소만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고, 동영상은 못 옮겨오게 되었다는 게 맞는 표현이죠.

한마디로 '내가 제시하는 것만 쓰라' 이겁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분명 사용자 중심이라면 사용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싸이월드는 UCC 시대를 맞아 발전한다 하면서도,

정작 사용자의 권리를 하나씩 제거해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죠.

넓게 보아 인터넷의 가장 큰 능력은 정보의 손쉬운 공유임에도,

싸이월드는 이를 막고 있는 겁니다.

당연히 싸이월드 내에서는 정보 불균등 현상이 생기고,

이를 감지한 사용자들은 여기서 이탈해 다른 사이트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거죠.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사용자의 대응조차 봉쇄해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싸이월드의 취약점이라면,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작죠.

다음은 아고라가 활성화 되어 있고, 폴poll도 있습니다.

하지만 싸이의 광장은 사실 UCC 감상이 아니면 별 쓸모가 없죠.

깊은 내용이 담긴 글도 별로 없고, 사회 이슈를 다룬 글도 별로 없고,

그저 개인적이고 호사스러운 취향만 얕게 만족시켜줄 이쁜 사진과 짧은 글,

신변 잡기적 사담과 연예 글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환경에서 싸이월드 중앙의 무지막지한 통제에 누가 어떻게 대응하겠습니까.

그저 싸이월드의 오만함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죠.

아마 이 기능을 삭제한 정책부(?)에서는 1:1 문의를 통한 개별적 항의 추이만 주시할겁니다.

사용자 대비 항의 건수가 예상보다 작다면 그대로 강행할 것이고,

아마도 그들의 예상대로 산발적인 항의글 잠깐에 끝나겠죠.

이들의 막되먹은 비민주적 독재에 저항하려면 사용자가 뭉쳐야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모든 사용자가 실명 등록되어 있고,

모든 사생활 정보가 싸이월드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개인 개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 개개인은 움츠러들게 되는 것이고,

조직적인 행동이란 건 생각할 수도 없게 되는 겁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소름끼치지 않습니까?

지금 싸이월드 사용자나 관리자나 공히, 자신들이 알건 모르건간에,

미래에 있을 정보 독점-인터넷 독재의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거란 말입니다.

 

그렇다면 뭐하러 쓰고 있느냐, 탈퇴해라?

이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라는 정보재화의 속성에 있습니다.

굳이 학문적인 표현을 빌지 않고 간단히 말해,

같은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편리함이 더욱 커지는 속성을 말합니다.

싸이월드가 이전의 '아이러브스쿨'등을 누르고 동호 사이트의 강자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들 싸이월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까짓거 난 네이버 블로그로 간다'라고 해도 쉽게 발길을 끊기 어렵죠.

또한 '잠김 효과'라는 게 있어서, 한번 사용한 정보재는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지금 싸이를 관두고 네이버로 가려고 한다면,

여기 쌓아둔 3년치 사진과 글, 일기 등을 다 옮겨야 하는 전환비용이 발생하는데,

언뜻 봐도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한다 해도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렇다보니 싸이월드 측에서는 어짜피 정책적으로 조금 무리수를 던져도

탈퇴할 인원이 많지 않을 거란 것 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죠.

 

아마 이번 html 기능 삭제는 쉽게 되돌려지지 않을 겁니다.

이미 싸이월드는 블로그 시장에서 과점 기업이 되었고,

엄청난 여론이 형성되어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앞으로 사용자 중심의 정책들은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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