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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김일영 |2007.04.01 23:23
조회 14 |추천 0


 

구절초


- 이영진

 

화순 적벽 가는 길가에 구절초 피고 수몰지 물그림자 단풍져 붉다. 낡은 자전거에 도시락을 얹고 페달에 힘을 주며 폐광이 다 된 광산을 향해 광부 하나 하얗게 가고 있다. 불꽃이었던 옛 사내, 어둔 땅속으로 불을 캐러 간다. 푸른 하늘가, 농창 익은 연시가 불송이보다 더 밝은 대낮, 화순 적벽 가는 길가에 구절초 피어 저 홀로 한세상 깊어만 가고

 

*꽃은 누군가를 위해 피지 않는다. 꽃은 봐주는 이 없어도 피고 아무도 모르게 시들어 간다. 80년대를 뜨겁게 살아낸 사람으로서의 광부 또한  불을 캐러 간다. 민중이니 자유니 해방이니 하는 가치들은 폐광이 되었지만, 사내는 간다. 도시락을 싣고. 제 안에 아직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캐러. 그렇게 그래서 홀로 사내는 살다 가리라. 뜨겁게. 누가 봐주지 않아도 피고 누가 봐주지 않아도 지는 남도 들녘에 백의민족을 닮은 구절초처럼.

 

화순 적벽: 김삿갓이 두 다리를 펴고 마지막으로 누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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