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 ‘모닝구 무스메’가 마침내 국내에 상륙한다. 결성 10년째를 맞은 모닝구 무스메는 최고 히트 싱글 ‘러브 머신’과 최신 앨범 ‘섹시 8 비트’의 수록곡을 4월부터 온라인 및 모바일로 국내에 음원 서비스할 계획이다. 음악사이트 멜론, 도시락, 싸이월드 등을 통해서도 음원이 유통된다.
모닝구 무스메의 국내 진출은 소속 여성 아이돌 집단 ‘헬로 프로젝트’는 물론, 일본 대중음악계 전체로 놓고 보았을 때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일본 대중음악계 아이콘이 드디어 대대적인 아시아 진출을 표방한 사건이기 때문. 온라인 서비스로 첫 상륙을 기획했다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는 음반 시장과 온라인 시장으로 양분되어 있다. 아이돌성 강한 뮤지션이 마니아층에게 팬시적으로 어필하여 음반을 판매한다. 온라인 음원 시장은 마니아층을 넘어서는 범대중적 어필이 필요한 시장이다. 모닝구 무스메는 한국의 고정팬층을 넘어서 일반대중에의 어필을 의도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헬로 프로젝트의 아시아 진출 계획은 지난 수년 간 치밀하게 준비되어 왔다. 2004년 전 모닝구 무스메 멤버 아베 나츠미의 타이완 팬미팅을 기점으로 아시아 시장 가능성 점검이 시작됐다. 마츠우라 아야, 비유덴 등의 소속 솔로 가수와 유닛이 대만, 중국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해 전 모닝구 무스메 멤버 고토 마키의 한국 공식 투어 및 라이선스 음반 발매가 이루어졌다.
일단 팬베이스에 대한 확신이 서자, 헬로 프로젝트 프로듀서 층쿠는 지난해 향후 전망으로 ‘아시아’를 언급했다. 결성 10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유닛 ‘모닝구 무스메 탄생 10주년 기념대’는 첫 싱글로 ‘우리들이 살아가는 마이 아시아’를 내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금기’마저도 깼다. 지난 3월14일, 아시아 진출을 위해 중국인 소녀 ’준준‘과 ’링링‘을 헬로 프로젝트 ‘본체‘라 할 수 있는 모닝구 무스메에 8기 유학생 멤버로 가입시킨 것.
이로써, 자위대 선전에까지 등장했을 만큼 강한 일본색을 표방했던 ‘아침의 딸’ 모닝구 무스메는 막을 내렸다. 일본의 마니아층 사이에선 아예 ‘아시아 무스메’로 그룹명을 바꾸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헬로 프로젝트가 모닝구 무스메의 정체성을 부수면서까지 아시아로 눈길을 돌린 까닭은 자명하다. 모닝구 무스메는 사실 일본 내에서는 대중적인 수명을 다했다 볼 수 있다. 고정 마니아층만을 대상으로 각종 관련 상품을 팔아 수익을 챙기는 ‘오타쿠 아이돌’이 되어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먼저, 초기 모닝구 무스메의 외인구단적 이미지가 깨어졌다. 10세 이상 차이나는 멤버들의 연령대와 서로 간의 이질적인 외모, 성향이 초기 모닝구 무스메의 특성이었다. 여기서 나오는 정형화되지 않은 면모가 일반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새로 신멤버를 영입하고 기존멤버를 졸업시키면서 이런 아슬아슬한 특성이 사라져 버렸다.
멤버들은 모두 동안에 빼어난 미모를 지니게 되었고, 기존 소녀 아이돌 그룹의 정형화된 이미지에 가까워졌다. 소녀 아이돌 그룹은 일본 내에서 이미 소멸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 시장에 다가서게 된 현재의 모닝구 무스메는 사실상 대중성 상실을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시아는 다르다. 아시아는 일본식 소녀 아이돌 그룹 개념에 있어서 처녀지나 마찬가지다. 한국의 예만 보아도 그렇다. 한국에서 근 몇 년 간 등장한 여성 아이돌 그룹은 모두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섹시 콘셉트가 그것이다.
성숙미를 내세우고, 파워풀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미국 팝시장 분위기를 따라가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문화 환경의 차이도 있다. 한국에서 일본식 소녀 아이돌 그룹 스타일, 즉 귀엽고 깜찍하며 애교 많은 내숭형 아이돌은 발붙일 곳이 없다.
여성이 대중음악 소비의 주축이 된 한국시장은 여성 뮤지션에 있어서 ‘닮고 싶은 여성’을 좇아간다. 섹시함으로 무장해 극단적 여성미를 뽐내거나, 남자다운 털털함으로 어필하는 경우가 그렇다. 내숭형 소녀 아이돌이 등장하면, 곧바로 표적이 되어 인터넷상에서 뭇매를 맞는다. 사생활에 대한 각종 루머가 등장하고, 어린 시절 사진, 사생활 사진 등이 공개된다.
한국 대중은 ‘만들어진 이미지’를 즐기는 모의 개념이 없다. 이미지와 실체의 불일치에 분노하고, ‘솔직하지 못함’에 염증을 느낀다. 타이완도, 홍콩을 위시로 한 중국도 드러나 있는 양상은 비슷하다. 대부분 강한 여성미 또는 중성성을 내세우는 여성 뮤지션이 주류이며, 일본식 소녀 아이돌은 비주류이거나 아예 존재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주류시장이 별다른 개성이나 변화의 조짐 없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 데 있다. 아이디어는 부족했고, 의상노출도 및 안무의 콘셉트만 수위가 높아졌다. 주류시장에 대한 실망과 염증이 심해지자, 틈새시장이 더 크게 벌어졌다.
현재 국내 3개 포털사이트의 모닝구 무스메 팬클럽 회원은 총 13만명에 육박한다. 더 이상 틈새시장이라고만 보기엔 힘든 숫자다. 이들 팬클럽에는 그간 여성 취향 여성 아이돌 그룹에 실망했던 남성팬층은 물론, 여성팬층도 상당수 존재한다. 주류시장에 대한 염증은 성구분에 따른 취향 차이마저도 부순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모닝구 무스메는 의도했던대로 아시아 시장에서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시장은 마련되어 있지만, 과연 그 주어진 시장을 온전히 차지할 수 있을까.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한국과 중국의 대중음악시장은 불법 복제 CD 및 불법 음원 다운로드로 초토화되어 있는 상태다.
모닝구 무스메가 중국인 멤버를 받아들인 것도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해 동반효과를 보려는 의도로 파악되지만, 불법 시장의 근절 없이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미지수다. 헬로 프로젝트 측이 초장기적 전망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닌 이상, 상당기간 동안의 수익성은 보장할 수 없다. 또한, 한국의 경우는 여전히
일본 대중음악계와 페어플레이 상황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공중파 방송에서 일본 노래를 방출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거나, 혹은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어 있다. 범대중적 어필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한국과 중국의 반일감정도 언제이건 국제문제가 터질 때마다 거세게 촉발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닝구 무스메, 헬로 프로젝트의 아시아 진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공격적 콘셉트에 있다. 헬로 프로젝트 측은 향후 모닝구 무스메에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소녀들도 가입시킬 예정임을 밝혔다. 한국에서는 20세기말의 ‘써클’, ‘Y2K’로부터 시작해, 최근의 ‘캣츠’, 곧 데뷔 예정인 ‘포코스’까지 꽤나 익숙한 전략이긴 하다.
그리고, 성공사례가 딱히 없는 전략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체가 한국인 그룹이 화제성 유발용으로 외국인을 영입하는 것과 모체가 해외인 그룹이 자국인을 멤버로 영입하는 것은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해외문화에 대한 동경심리와 자국 멤버에 대한 동질감 형성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 일종의 교두보 역할로서 이러한 다국적 해외 모체 그룹이 기능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공격적인 콘셉트를 시도할 정도라면, 향후 더욱 계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도 구비해놓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어찌됐건, 계기가 반드시 모닝구 무스메가 되지는 않더라도,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가 범아시아, 범세계적인 교류와 호흡을 필요로 하는 때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의 국내 가요 표절 논란을 지켜보고 있자면 더더욱 그렇다. 안에서만 괸 물은 필연적으로 썩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