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끝이 났다. 화려한 봄날에 상춘객들의 놀이는 짙은 황사모래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천막은 날아가고 쓰레기 더미만이 사방을 나뒹굴고 있다..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었던지 한 쪽 기퉁이에 적혀있는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약속이나 한 듯 하트를 그려 넣는다..그게 전부인양...뒤를 보지 못할 사랑을 말한다.공원 앞 사람들은 하루 종일 뛰고 있다. 앞으로 뛰고 뒤로 뛰고 이어폰을 끼고 연인끼리 미소를 건네고 모자를 눌러쓰고 뛰는 사람 중엔 그가 있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도 듣기 싫고 구절초 잎의 화려함도 싫고 비둘기의 합창도 듣기 싫어서 였을까..모자를 눌러쓰고 다섯바퀴 째를 돌고 있다..셔츠는 눈물을 흘린 듯 흠뻑 졎어있다.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면 한 숨을 토해낸다. 이 죽일 놈의 사랑아........울고있다. 시선은 항상 땅을 바라보아야 하고 하나님은 두려운 존재가 된다. 검은 나비가 구절초를 휘감고 돌고 있을 무렵 수민이 정신이 든건 수술 후 몇일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식도를 넘나드는 구토 증세.도대체 무슨 약을 줬기에 연신 고개를 뒤 흔든다.
"괜찮아?"
" 오빠. 나 죽을것 같애"
등을 두드린다.
" 그런 나약한 말 하지마!"
"수민이는 착해서 하나님이 지켜주실거야"
"아니야.난 오빠만 있으면 되"
"나 머리 다 빠진데' 그럼 나 미워 할거지"
" 아니야...머리 나도 밀면되지..머리카락은 다시 자라는거야 그런 걱정마!"
수민이 빠진 머리를 부여잡고 울고있다. 그렇지 않아도 애민한 성격인데..옆에서 달래는 영식.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한달동안 계속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점점 심해지는 수민이의 증세와 함꼐 지쳐가는 것은 가족뿐 만이 아니다.영식이는 도시락을 쌓는것도 버겁다.쾡한 눈과 지친어깨에 도시락 가방을 들고 구절초 밭을 지난다.웃음을 잃은지 한달이 되어간다.
수민이 컨디션이 좋은지 목소리가 카랑카랑하다.
"오빠! 왜 안웃?"
"나보고 웃어줘야 할거아니야"
"웃어달란 말이야!"
수민이 갑자기 화를낸다.
"오빠 그렇게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
영식이는 삐에로가 되어야 한다. 직장에서도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하고 수민 앞에서는 더더욱 웃어줘야 한다. 밤새 지친 몸으로 와서 웃음을 선보여야 하는 영식.
영식이 수민의 부모를 설득하려 한다. 왜 일까! 아마 옆에서 지켜 보는게 힘들었을 것이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더 이상 볼수가 없다. 빈 가방을 들쳐메고 구절초 길을 다시 걷는다. 이건 아니야...이대로 가면 모두가 지쳐 쓰러질꺼야. 그때까지는 책임감이다. 사랑은 사랑이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인 것이다. 영식이 가족들의 간호를 권유 했으나 받아 들이질 않는다.수민이 영식 곁을 떠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집착하고 있다. 혹시나 떠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영식은 아니라고 말해보지만 ..검은 나비가 꿈틀 댄다.
식당앞.
수민의 친척들이 문병을 오곤한다. 돈이 없어 고민하던 영식...카드를 긁고 나서 내색을 하지 못한다..뻔한 월급에 집에서 조차 손을 벌릴 수 없는 상황. 몸에 좋은 음식을 사주고 싶어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음에 눈물이 난다. 헤어지길 결심한건 그것 때문이다..마지막 보루 였던...보험금..수민의 건강을 위해 써야 했던 돈이다..수민이에게 생명이고 영식에겐 마지막 한숨이다. 허나 수민의 부모는 이별을 미리 알았을까......쓰지 못하게 한다......나중에 병원비 해야 하는데 쓰면 안된다고 막는다..맞는 말이다.
버티고 버터야 했건만 영식은 포기 상태다..더 이상 아무 역할도 해줄수가 없었기에 마지막 눈물로 호소한다. 이중 인격자가 소리를 듣더라도 죽일놈의 사랑이 되더라도 결정을 해야 한다.
검은 비가 내린다..마스크를 써도 심해지는 기침소리...달팽이관을 맴돌고 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로 지워질 수 없는 눈물로도 달래수 없는 사랑..
아무도 알 수 없는 삶과 죽음의 현실 앞에 놓인 사랑은 한줄기 빛과 같은것이리라..하나님이 원망스러울 것이고 영식이 한 없이 미울것이고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하는 사람이 되버리지만 수민은 그 맘을 모르리라..
마지막 메시지를 뛰우며 영식을 보낸다.
"미안해요!"울고 있다...한 마디 말로 전부를 표현한다..:미안해요
모래 먼지가 눈물과 함께 범벅이다..씻고 싶어도 씻기지 않고 항상 부옇게 쌓여만 가는 봄날은 그렇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