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혹은 꽃님의 글...
황인영
|2007.04.04 16:34
조회 17 |추천 0
내 맘의 그들이 원치않을때 십자가를 내리고 불에 태우고 그 재를 나누어 먹을지언정
내 맘의 삶을 가로막는다면 그 꿈에 내 몸을 불태우는 삶을 이루리라.
............................................................................................파블로 네루다 '내 맘의 그들처럼' 中에서
.
나는 언제나 혁명가들을 동경해왔다.
죽음의 문턱을 제 집 드나들듯하면서도 그들을 끝없이 내달리게하는
그 신념과 이상을.. 나는 동경해마지 않았던것이다..
하여...
새로운 길을 내기위해 죽어서라도 달릴것이라 읊조리던 성백은
처음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지에 뼈를 묻는 한이 있더라도 멈추지 않겠다는 그를 보며..
백성의 하늘이 아니라면 하늘도 벨것이라는 그를 보며..
나는 핏빛어린 그의 신념과 마주할 수 있었고..
나환자를 돌보고 산채의 형제들과 웃음짓던 그를 보며..
혁명 동지들의 죽음을 두려워하고 아파할 줄 아는 그를 보며..
나는 또 설익은 그의 이상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성백의 그 신념과 이상을 사랑하게 되었다...
.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김수영 '거미' 中에서
.
나는 차츰 성백을 통해 혁명적 삶의 뒤안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놓쳐버린 어린 누이를 떠올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삶..
한많은 아비와 어미를 위해 목놓아우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삶..
그 가혹한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했던 16세의 소년...
반역을 꿈꾸면서부터 그는..
백성의 응어리들이 천지를 불태울 그 날을 위해
세상에 대한 분노와 설움으로 기꺼이 자신을 태우고 또 태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백은 강하고 의기로운 구원자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허나..
그라고 왜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이 지겹지 않았겠는가
눈을 감으면 누이가 울부짖는 악몽이 그를 짓누르고..
눈을 뜨면 백성들의 기대와 희망이 그를 짓눌렀을 것이다.
혁명이 자신에게 맡겨진 역사적 과업이라 여기다가도..
그도 때로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을지 모른다.
몇번이고 칼을 버리고 도망치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라고 왜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이 지겹지 않았겠는가
.
침묵으로, 희망도 없이
난 당신을 사랑했소
때로는 두려움, 때로는 질투로
괴로워하면서도
..................................................푸시킨 '나는 당신을 사랑했소' 中에서
.
정 주는 일 따위 헛된꿈일뿐이라 다짐했던 그였으리라..
그런 그가 옥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모습을 보며..
나는 성백이 홀로 감내했을 고독과 상처의 깊이를 그제야 가늠할 수 있었다.
혼자인게 지긋지긋해졌을테지..
제 손으로 상처 꿰매기가 벅찼을테지..
누군가의 품에 지친 몸을 기대어 쉬고싶어졌을테지..
하여...
왜 하필 그녀인가....나는 묻지않을테다..
그녀가 칼 끝을 겨눠야할 적일지라도...그녀가 그의 친누이일지라도..상관없다
희망도 없는, 끝이 보이는 사랑을 하면서도..그가 행복했다면..
그녀를 마음에서 베어낼 수 없다는 두려움에 떨면서도..그가 위안받았다면..
그런것은 아무래도 좋다..
또 나는 그들의 사랑에 어떠한 이름도, 어떠한 이유도 붙이지 않을테다
남녀간의 연정이라해도 좋다...혈육의 이끌림이라해도 좋다..
그것이 속울음을 혀끝으로 들이밀며 뒤척이던 성백에게
짧은 순간이나마 달콤한 설레임을 안겨줄 수 있었다면..
그런것은 아무래도 좋다..
.
이후 혼돈의 세월이 얼마를 더 흐른후에라도-
멋대로 떠들지 마라!
가볍고 무책임한 입술들이여!
어째서 우리는 일어설 수 밖에 없고
서로 싸울 수 밖에 없고,
그리고도-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 .............................................................. 김혜린의 '테르미도르'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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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혁명가 성백은 참패했다..
그는 감히 저 고결한 혁명앞에 사랑때문에 투사의 본분을 망각한 죄를 범했고..
그는 감히 저 고결한 혁명앞에 사랑때문에 혁명의 패배를 초래한 죄를 범했다.
허나...멋대로 떠들지마라! 가볍고 무책임한 입술들이여!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자신을 소진시키던 그에게
그 누가 차마 돌을 던질 수 있는가.
혁명의 도화선을 스스로 끊어내고 죽음으로써 그 빚을 갚고자 했던 그에게
그 누가 차마 칼을 물릴 수 있는가
그는 실패했을지언정 아름다운 혁명가이다..그래..내게만은..
혁명에 대한 그의 열정만은 정당했고..
혁명을 위한 그의 희생만은 아름답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나는 이제...성백의 그 열정과 희생까지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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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묻겠다..
내가 목이 잘려 저잣거리에 걸리고
만인의 멸시를 받아야할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누구냐고 물었더냐?
백성이다. 너와 다름없는 이 나라의 백성이다...
.....................................................................다모' 성백의 대사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