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의 열기로 뜨거웠던 2002년 여름이였다.
난 그때껏 가장 더운 여름을 맛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런 생활을
했는지 지금도 믿기지 않을만큼 나를 버리고 군생활을 하고 있었던 때다.
힘든 유격훈련이 끝나고 가족의 면회로 1박 2일로 외박을 나왔던
그날은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경기가 있었던 날이다.
A급 전투복으로 갈아입었어도 몸에 찌든 기름냄새와 땀냄새가
가시질 않아서 울 엄마 마음을 아프게 했던 그 날.
싸구려 다방에서 가족과 월드컵 경기를 지켜봤던 그날.
그날 밤. 난 '연애소설'이라는 영화를 빌렸다.
영화가 시작되고 엄마와 누나들이 모두 잠든 시간.
불꺼진 여관방에서 '연애소설'을 봤다.
내 철 모르던 첫사랑과 그리운 학창시절이 모두 아련히 너무나
간절히 내 가슴을 압박해왔다.
난 가족에게 너무나 잘 지내고 있다고, 즐겁다고 말을 했지만
그건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하는 모든 군대에 있는 아들들의
거짓 웃음들이였다.
쉽게 웃어지지 않는 얼굴을, 그 답답한 가슴으로 억지로 억지로
웃어줬었는데 그런 일련의 서글픈 마음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복받쳐올라왔다.
그 후 항상 내가 본 가장 좋은 한국영화 1순위는 이 영화가 지켜왔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싸구려 신파극으로 보는 사람도 많고 흥행에 실패한 B급영화.
이 한이란 신인감독의 데뷔작 정도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난 이 영화에 나왔던 음악만 나와도 가슴이 쨘하다.
아직도 그 불꺼진 여관방에서 혼자보던 연애소설이 생각나고
그 당시 나의 애잔함 마음이 느껴질듯하다.
다른 얘기를 하자면 그 날 새벽,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가 자다말고 벌떡 일어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걸 누나가
부대가 아니니까 다시 자라고 나를 눕혔다고 한다.
전혀 기억이 안나지만. 그 일로 우리 누나는 내가 군대에서 고생을
많이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그 얘기까지 포함되어진 내 그 시절 '연애 소설'에 관한 기억은
너무나 특별하게 포장되어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