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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빚진자

김연준 |2007.04.10 07:12
조회 14 |추천 0


 

젊은 노인은 그가 바라보는 세상,

그가 보고듣고맡고맛보고느끼고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

자신이, 자신만이 느끼는

그런 기쁨과슬픔과흥분과후회와눈물과희망과고통과웃음과절망을

나타내려 했다

 

어지러워 했다

 

세상은 그에게 그를 담아내지 못한다 했고

그는 자신이 세상을 담을 그릇이 못된다 했다

 

머리아파 했다

그리고 곧 불이 꺼졌다

 

그는 잠을 청했으나 오지 않았다

아침은 오지 않았다

 

그의 오른손에는 전등이 있었고,

그의 왼손에는 성냥이 있었다.

 

구역질이 났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그만 둘 다 포기하고 누으라 했다

 

잊혀져가는 세상과

그 세상이 잊으려 하는 그는

전등과 성냥 사이에서,

그 적막한 친밀함 속에서

씨름했다

 

-

 

전등의 전지를 몇 번 바꾸어 보고,

또 몇 개의 성냥을 부러뜨려 보고,

젊은 노인은 알게 되었다

 

전등의 빛은 너무나도 가늘어서

다른 수십억개의 전등들이 내는 빛에 묻힐 것이라고

성냥의 빛은 비록 짧지만

아무도 택하지 않는 빛이라서

모두가 바라보는 빛이 될 것이라고

 

그는

순식간에 타 들어가는 성냥불을

지키려고

애썼고

성냥팔이 소녀처럼

성냥 하나, 하나, 하나 그리고 둘에

자신의 꿈을 피웠고 밝게 비추었다

 

그가 버린 전등의 눈은 감겨 있었고

성냥을 들고 있는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

 

그의 주변의 전등들은 하나, 둘 씩 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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