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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선데이, 스포有) 그남자의 혹은 그남자들의.

주사랑 |2007.04.10 23:31
조회 240 |추천 1

 

이 영화, 불쾌하다. 그리고 기분이 어지럽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기에 왠만하면 좋은 면만 얘기하고 감동받은 부분만 얘기하는 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영화 자체가 수준 이하라는게 아니다, 이 영화의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불평이 아닌 최대의 찬사가 될지도 모를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이다.

 

경고 - 스포일러 가득하니(길게 쓰다보니 주체가 안되었음;) 알아서 걸러내 읽으시기를, 나중에 저를 원망치 마시라.

 

 

 

 

남궁민이라는 배우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다. 사담으로 필자가 짝사랑하는 이와 너무도 흡사해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이가 스크린에 가득차면 괜히 떨렸다고 해야 할까? 또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는 참 선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이가 맡아왔던 배역들도 이제까지 그런 역할들이었고. 처음부터 환하게 웃어주며 등장하는 남궁민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옆은 따듯해진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남궁민은 가면 갈 수록 나를 배반했다. 치열했다, 그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이 점점 불편해왔다. 그만큼 그는 변해있었다. 사실 어느 정도 영화를 보다 보면 아, 아직 남궁민은 안 되는구나 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한 영화에서 보여주는 일은 참 어렵다는 것을 남궁민을 보면서 다시 느꼈다고 해야 할까. 그러면서 이 역할을 박해일이 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보여준 박해일의 모습이라면 충분히 커버가 될 테니까. 그러나 반전의 장면들 동안 나는 그 생각이 오히려 남궁민이 나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남궁민이라는 배우를 배신했구나 란 반성을 하게 했다.

 


 

사랑 때문에 집착할 수 밖에 없어진 남자의 고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안쓰러웠다. 죽어버린 표정을 하고서는 아내를 죽였다고 담담하지만 슬프게 내뱉는 남자를 어떻게 버릴 수가 있을까. 오히려 손을 뻗어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차라리 엉엉 울었으면 했다.  물론 남궁민이란 배우가 연기한 역할은 그의 힘에 비해 조금 어려운 역할이었을지도 모르나, 충분히 남궁민이란 배우가 가진 메리트를 잘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남자배우들 중에서 저만큼 선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배우는 얼마 없으니까. 개인적으로 남궁민이란 배우가 개성있게 생긴 외모를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외모가 오히려 그를 흰 도화지같다란 생각을 하게 하는 장점을 주지 않는가. 물론 지금은 선한 이미지로 좀 굳어져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 이 역을 한 건 아닐까 싶긴 했지만 성급한 선택은 아니었다. 잘 했다, 이 정도면 괜찮은 힘을 발휘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다. 이런 스타일의 영화는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영화이고, 무엇보다도 배우들이 주연급이 아니다. 최근에서야 주연급으로 올라온 박용우와 아직은 포스가 미진한 남궁민, 그리고 신예 민지혜까지. 배우들의 이름만으로 선택했다고 대답하기엔 무리인 영화다. 이미 소문이 다 났지만 이 영화는 반전영화다. 최후의 반전을 위해 달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말 그래도 끝의 10분 반전을 위한 영화다. 이 영화는 여타 영화처럼 시간의 흐름을 표현해주는 자막처리도 없다. 대체 저 남자들이 어떤 연계를 가지고 있나도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혹시 이게 아닐까 싶으면 이게 아니고 저거다. 어떤 이들은 어느정도 갔을 때야 아, 이런 영화야? 한다지만 나같은 사람들은 영화 끝 반전에 가서야 그 모든 퍼즐들이 한번에 끼워진다(물론 몇 개는 안 끼워져서 아직도 생각중이다).

들어가기 전에는 그 기대를 모두 버렸다. 기대를 하면 실망도 큰 법. 괜히 좋은 영화 너무 기대했다가 좋은 영화마저 안 좋게 볼까봐서. 그렇지만 이 영화, 꽤 괜찮다. 내 돈 주고 봐도 안 아까운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한번 더 볼 생각도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 사람의 기분을 너무 좌지우지 한다. 영화를 보고서 그 영화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이야 상관없지만 나같이 영화에 깊이 몰입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우울한 영화가 끝나면 속상하다. 멍하고 우울해진다. 그래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찔끔찔끔 울었다. 박용우의 사랑이 너무도 불쌍했다. 남궁민이 기대 이상으로 연기를 잘 해줬다. 그리고 우울해서 마트로 가 맛있는 것들을 사들였다.

 

생각을 해 본다. 사랑이 어째서 죄가 되었을까. 단지 사랑만으로 죄가 된 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그 원인은 사랑이 아닌 것인가. 그렇다면 뭐가 왜 죄가 되었을까.

 

박용우의 또다른 인격, 남궁민. 박용우의 죄의식이 만들어낸 또다른 인격체, 남궁민. 그 남궁민은 현실이 되어 현실을 돌아다니고 결국 박용우에게 돌아온다. 담배를 커피에 적셔 태우는 습관은 복선이다. 그리고 그 둘이 한번도 만나지 않는다는 것 역시도 복선. 그리고 박용우의 병원에 누워 있는 아내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역시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왜 감독이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지 않았는가도. 아마도 감독에게는 현실과 과거를 명확하게 나누지 않는 것이 영화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좀더 박용우와 남궁민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있었을 것이다.

 

나오면서 제작비가 아깝네, 왜 이 영화 만들었냐는 평을 들을 때 화가 났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들일테지만 내겐 이 영화가 근래에 만들어진 그저 그런 영화들 중 괜찮은 축에 속했다고 생각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꽤 괜찮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박용우가 러닝타임 내내 풀린 눈을 하고 있어서 부담스럽다고 했는데, 난 오히려 현실감이 있어 보였다. 아내는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지, 자신은 마약조직과의 거래에 걸려들어있지, 끊임없는 죄의식에 시달려야 하지. 그런 사람이 멀쩡한 눈을 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을까. 명확한 눈은 남궁민이 하고 있으니까.

 

포스터 중에 남궁민을 배경으로 박용우의 얼굴이 있는 포스터가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해가 된다. 아, 이 둘은 결국 한 사람이었구나 라는. (박용우는 항상 강형사라고 불리고, 남궁민은 민우라고 불린다)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민형사가 잡았던 강간범은 그럼 누구고 어떤 내용이었던 거지?...; 난 그자가 정말 남궁민인 줄 알고 있었는데.

 

 

 

분명 아직 미진한 부분은 있지만 이 영화, 이대로 묻히기엔 너무도 아까운 영화다. 조금 지루한 면이 있다고는 하나, 그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는. 앞으로 두 배우의 행보가 기대된다. 박용우는 점점 더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고, 남궁민은 자신의 이미지를 변신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을테니. 앞으로 좋은 작품에서 또 좋은 두 배우를 만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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