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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금단의페트 - promise - Chapter 6-1

홍한석 |2007.04.16 23:52
조회 32 |추천 0

금단의 페트(The forbidden pet) -

[애니, 소설 보러 오세요^ - ^]

이 름 배진국

제 목 금단의페트 - promise -
 
 
 
 
 
 
 
 "… …."
 책을 전부 고르고 시아 녀석에게 돌아갔을 때, 나는 의외의
 사태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회장, 엘리 녀석의 오빠였던가? 녀석이 시아의 옆에서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굉장히 즐거워 보이는 미소를 지
 어 보이며 말이다.
 시아 녀석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모양인데, 정작 시아 녀석
 은 아무런 반응도 표정도 없이 멍하니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내가 성큼 걸음을 움직이자, 학생회장 녀석이 날 눈치
 채고 말을 걸어왔다.
 "여어, 안녕하신가?"
 왜 저 녀석과 이런 장소에서, 오늘 같은 날에 만나야 하는
 걸까. 나는 그렇게 스스로의 운명을 저주하면서 그 학생회장
 녀석을 날카롭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엇을 하시고 계신 거죠?"
 "응, 아리따운 레이디가 심심해 하시기에 말을 걸어드렸지."
 위험한 녀석이군, 아직 어린아이한테 레이디라니. 하여튼 멀
 쩡하게 생긴 녀석들이 더 위험하다니까. 내 눈길이 점점 예리
 해지는 것이 뜨끔했었는지, 학생회장 녀석은 내 손을 부여잡고
 괜스레 친한 척을 하며 수다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차라도 한잔하는 게
 어때? 그리고 생각이 있다면 저녁도 살 의향이 있는데 말이야.
 학교 앞에 괜찮은 곳을 알고 있으니까."
 "시아, 집에 돌아가자."
 가뿐히 무시하고 시아 녀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아 녀석은
 내 한 손을 잡고, 그렇게 자리에 일어선 후 천천히 걸음을 움
 직이기 시작했다.
 "어, 어이…."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죠. 오늘은 좀 바쁜 일이 있어서."
 학생회장 녀석이 멍해 있을 때, 나는 그렇게 빠르게 걸음을
 움직이며 자리를 빠져나갔다.
 
 "… …."
 "… …."
 도서관을 나가고, 학교 밖을 나가고 시장 쪽을 향하고 있을
 때까지 한 마디도 없다. 그냥 손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움직일
 뿐이다.
 시아 녀석은 정말 말이 없는 편이었다. 꼭 해야 할 말이 아
 니라면, 그냥 넘어간다. 그리고 웬만한 일이라면 자신이 스스
 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떻게 보면 남자 같은 성격이라
 고도 할 수 있겠다. 저 또래의 여자 아이들이라면 조금은 떠들
 썩하고 그런 것을 좋아할 텐데 말이다. - 어쩌면 좋아하고 있
 으면서 속으로는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지. 워낙 능구렁이 같은
 녀석이니까. -
 하여튼 시장 쪽에 들어서니, 사람도 많아지고 시끄러워서 소
 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시아 녀석을 바라보
 며 조금은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손 꼭 잡아. 너무 이곳저곳 살펴보지 말고."
 그러다가 길을 잃어서 미아라도 된다면 큰일이니까 말이지.
 시아 녀석은 알았다는 듯이 내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
 고는, 더욱 손에 힘을 주며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 것도 많고, 시간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나는 걸음을 부지
 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곧 저녁이다. 손님이 오기 전에
 일단 재료를 완벽하게 준비해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다.
 그렇게 무게 나가는 것은 제외하고, 향신료라던지 하는 것만
 사오라고 한 것을 보면 아이린씨는 역시 남을 잘 배려해 주는
 착한 엘프인 것 같다. 대조적으로 그 오빠인 기르디 녀석은 설
 명하기도 힘든 끔찍한 성격이지만 말이다. - 일부러 수행이 어
 쩌구 하면서, 필요하지도 않은 무거운 재료만 잔뜩 사오라고
 할지도 모른다. -
 "자, 3골드일세."
 넉살 좋게 웃고 있는 상인의 얼굴을 날카롭게 바라보며 나
 는 입을 열었다.
 "시장 표준 가격 리스트를 봐도, 이 정도 양은 2골드를 넘
 지 않을 텐데 말이죠. 어리다고 만만히 보시는 겁니까?"
 "… …."
 역시 바가지 씌우려 드는군. 그러나, 나는 살림만 10년도 넘
 게 한 베테랑이다. 어설픈 바가지쯤은 가뿐히 무시할 자신이
 있었다. 군말없이 재료를 담는 상인 아저씨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좀 더 줘요."
 "어허! 알고 보니 이거 순 날강도 아냐."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조금 더 재료를 추가해 주는걸 보니,
 그래도 인심 좋은 아저씨군. 종종 자주 자주 와줘야겠어. 하여
 튼 나는 그렇게 풍족(..)하게 한 가지 재료를 구입하고, 다른
 사냥감(..)을 찾아서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재료들을 사 모으고 드디어 식당에 돌아갈
 무렵, 갑자기 시아 녀석이 내 손을 놓고 어딘가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뒤따라 가보자 조그만 공터에 몇몇의 사람이 모여
 있는 모습이 시야에 사로잡혔다. 시아 녀석은 멍해져 있는 내
 손을 잡고는 그 군중들 속으로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자, 집안일에서부터 각종 잔심부름을 하는 묘인족(猫人
 族), 대 특별 세일입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하나 사 가시기 바
 랍니다."
 흐음, 저런 것이군. 묘인족들은 얼굴도 단정하고, 애교도 잘
 떨어서 노예로 그럭저럭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번식력
 도 좋아서, 가격 면에서도 저렴했다. 능력이 안되면 저런 묘인
 족 여자 아이를 구해서 같이 사는 남자도 종종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묘인족은 수명은 대충 10년쯤 정도로, 조금은 짧은 편이기도
 했다. 인간과 겉모습은 크게 차이가 있지는 않았지만 몸집이
 조금 왜소하고, 머리 위에 귀가 쫑긋히 서 있으며, 꼬리가 조
 금 길게 나 있었다. 그리고 눈빛도 인간과 비교해서 조금은 날
 카로운 편이었다.
 "자자, 그럼 구경들 하시고 좋은 녀석들로 많이 사 가세요."
 묘인족 아이들은 최대한 밝게 웃으며, 자신을 사 가라고 사
 람들에게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노예 상인들과 같이 사는
 편보다는, 다정한 인간에게 팔려서 일하는 편이 자신에게 더
 이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여튼, 저런 것을 보면 왠지 속이 울렁거릴 만큼 역겨웠다.
 인간이 무엇이 잘나서, 다른 종족을 노예로 삼는 것인가. 보다
 편해지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스스로의
 우월 의식을 숨기기 위한 위선이나 가식이다. 그래서 경멸스러
 운 것이다. 토하고 싶을 정도로 역겨운 것이다.
 시아 녀석은 묘인족 꼬마를 둘러보더니, 구석에서 쪼그려서
 훌쩍거리는 한 녀석에게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작은 생체기가 가득하며, 몸은 거부감 들 정도로 더러워져 있
 고, 머리는 들쭉날쭉 여기저기로 솟아나 있는 녀석이었다.
 녀석은 나와 시아가 가까이 다가가자, 경계심 짙은 눈초리를
 보내고는, 다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버린다.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조금은 웃음이 나기도 했다. - 남을 신용하지
 않고, 저렇게 스스로만을 믿는다. 마음을 닫아버리고, 누구라도
 접근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런 모습이 나와 비슷해 보인 것이
 다. -
 "아, 손님. 이 녀석은 아직 '훈련'이 덜 된 녀석입니다. 조
 심하세요, 멋모르고 접근해서 다친 사람도 있거든요."
 저 냄새날 정도로 지저분한 묘인족 꼬마보다, 가식적인 웃음
 을 지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 노예 상인 쪽이 훨씬 역
 겹다는 생각을 했다. 노예 상인은 그런 나와 시아를 무시하고,
 다른 돈있어 보이는 손님에게로 부지런히 걸음을 움직이기 시
 작했다.
 시아가 손을 뻗자, 이를 드러내며 묘인족 꼬마는 적의를 보
 였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조금은 무서워 보이기도 했다. 하여
 튼 시아는 녀석이 이를 드러내든 말든,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손을 움직여 녀석의 머리를 슥슥하고 어루어 만질 뿐이
 다.
 "이 아이, 살 꺼야."
 시아 녀석은 날 바라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정말 대책없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무턱대고 저런 묘인족 꼬마를 사
 서, 뒷감당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주인에게 버림받은 묘인
 족의 뒤는 참 끔찍하다. 쓰레기를 뒤지고, 행인들의 물건을 홈
 치는 그런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책임질 수 없다면 차라
 리, 가만히 이곳에서 놔두는 편이 나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착한 사람에게 팔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어떻게 책임진다는 거냐?"
 저 묘인족은 생각없는 인형이 아니다. 웃고, 울고 생각하는
 생명체라는 것이다. 비록 이런 곳에서 이렇게 형편없는 꼬락서
 니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 아이에게는 자존심이란
 것이 남아 있었다.
 어설픈 동정심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아니, 자신을 동정한
 다는 것 자체를 혐오할지도 모른다.
 시아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 볼 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이 녀석을 처음 봤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이
 녀석처럼 무모했었나?
 "그래도 사겠어요."
 내가 망설였던 거에 비하면, 이 녀석은 굉장히 적극적이군.
 하여튼 보통 묘인족 꼬마를 살 정도의 돈은 가지고 있었다. 적
 기는 했지만 한 달마다 수고비를 꼬박 받아서 모아두고 있기
 도 했고, 아버지가 준 돈도 꽤 남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는 별말 없이 시아 녀석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조금의 망
 설임이나 동요라도 보인다면 바로 거절할 작정이었기 때문이
 다. 그러나 시아 녀석은 추호도 망설이지 않겠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한숨 쉬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봐요, 이 녀석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이런 녀석이니까,
 반값만 받으세요."
 망설이는 노예 상인에게, 보통의 가격에 절반을 쥐어주고는
 나는 그렇게 시아와 그 묘인족 꼬마를 데리고, 식당을 향해서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기르디 녀석은 아주 간단하게 거절했
 다.
 "싫다."
 하지만, 시아는 '싫다'라는 말 한마디에 주눅이 들어서 포기
 할 그런 근성없는 녀석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투지
 를 불태우며 기르디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그 둘은 아무런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늘 한 개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살벌한 분위기다. 나도 약간의
 잘못이 있으니 시아 녀석의 편을 들어주고는 싶었지만, 조금이
 라도 말했다가는 기르디 녀석에게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었기 때문에 입 다물고 몸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빠, 그냥 허락하지 그래."
 아이린씨는 마지못해 시아의 편을 들어주며, 기르디 녀석에
 게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르디 녀석도 순순히 포기할 녀
 석이 아니었다. 기르디는 시아를 바라보며 무엇인가 굉장히 사
 악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입을 열었다.
 "포기해라."
 "싫어요."
 보는 내가 심장이 덜컥할 정도로 완고하고 날카로운 시아
 녀석의 대답이었다. 그런 시아 녀석을 기르디는 한참 동안이나
 날카롭게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일어서서 주방 쪽
 으로 걸음을 움직였다.
 휴, 하여튼 힘들긴 했지만 이렇게 일단락 지어진 것 같군.
 물론 조금이라도 트러블이 생기면 식당이 뒤집어질 정도로 난
 리가 나겠지만 말이다.
 그 묘인족 꼬마는 그냥 구석에서 양팔로 무릎을 감싸 안으
 며,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바닥에 앉아 있었다. 시아는 천천히
 녀석에게 다가가서 부드럽게 녀석의 몸을 감싸 안아주었다. 무
 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왠지 나나 아이린씨나 함부로
 끼여들 수 없는 분위기다.
 아이린씨는 잠시 나가 있다가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그렇게 얼싸안고 있는 두 녀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 준비해 두었으니 목욕해라."
 저렇게 지저분한 꼬락서니를 하고 식당을 돌아다니다가는,
 밥맛 없다고 손님들이 뭐라 할지도 모를 노릇이다. 하여튼 나
 는 그 시아의 품에 안겨 있는 녀석의 손을 낚아채고는, 그렇게
 목욕탕 쪽으로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시아 녀석에
 게 씻길 것을 부탁하는 것보다는 내가 행동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 하나 들어가고도 넉넉할 정도의 크기를 가진 나무 욕
 조까지 녀석을 끌고 가서는, 나는 조금은 과격하게 행동하기로
 마음먹고 천장을 바라보며 크게 심호흡했다.
 "… 뭐 하는 거야!"
 이 녀석 이렇게 말할 줄 알면서도 여태껏 한 마디도 안 하
 다니, 참 융통성도 없는 성격 같군. 하여튼 나는 녀석의 그 걸
 리적거리고 지저분한 옷을 벗겨내기 위해 부지런히 손을 움직
 였다. 녀석은 당황스러워하며 그런 나의 손길을 참으로 끈덕지
 고 날카롭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이 변
 태가 된 기분이었다. - 손톱으로 얼굴을 긁고, 이빨로 팔을 물
 어뜯으며 말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 체력의 승리였다.
 찌익-하고 녀석의 상의가 내 손의 힘에 못 이겨 찢어져 버
 렸다. 녀석이 얼굴을 창백해하며 당황해할 때에, 나는 그렇게
 녀석의 상의를 억지로 벗겨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아랫
 도리군. 그냥 순순히 있어준다면 좋겠는데 말이다.
 "어라?"
 그러나 나는 그렇게 녀석의 상체를 바라보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너 여자였어?"
 "… …."
 젠장, 어쩐지 이상하게 지나칠 정도로 반항하드라. 졸지에
 변태가 된 상황이다. 묘인족 꼬마는 그렇게 자리에 풀썩 주저
 앉더니,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무어라고 말해주고 싶어도,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그냥 그런 녀석을 놔둔 체, 시
 아와 아이린씨가 있는 방으로 빠르게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
 다.
 깨끗하게 옷을 입히고, 단정하게 머리를 빗어 넘기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었다. 의외로 녀석은 새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입을 벌리고 놀라워하자, 아
 이린씨는 한숨 쉬며 입을 열었다.
 "으윽, 말도 마. 계속 반항하는 바람에 정말 생고생했어."
 아이린씨 몸 여기저기에 작은 멍이나, 상처들이 드물지 않게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두 개의 귀를 제
 외한다면, 크게 인간 여자 아이와 구별하지 못할 모습이다. 녀
 석은 토라진 듯, 나를 비롯한 모두의 시선을 맞추지 않으며,
 고개를 숙이고 그렇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 일단 말문 먼저
 트는 게 좋겠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녀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봐, 이름이 뭐야?"
 내가 말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
 지 않았다. 조금 몸을 움찔거렸을 뿐이다.
 "그럼 '냐옹이'라고 불러주길 원하냐?"
 말이 끝나자마자, 녀석은 고개를 들어 올리고 적의에 가득
 찬 눈빛을 보내왔다. 정말 한마디만 더 했다가는 목을 물어뜯
 어 버릴 기세다. 나는 쓴웃음 짓고는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말
 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름을 말해."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겨우 포기한 듯 입을 연다.
 "…셀브렛."
 흠, 좋은 이름이군. 묘인족치고는 지나치게 세련된 감이 없
 지 않아 있지만. - 그래도 내 이름보다는 낫다. - 하여튼 이름
 은 알았으니, 일보 전진한 셈인가?
 "내 이름은 베리다."
 내 말을 무시하고, 녀석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런 것은 결국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너무 많이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도 있다. 천천히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
 게 생각하고 나는 천천히 식당 일을 하기 위해 걸음을 움직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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