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도가 돈 때문에 의사선택 세태 안타깝다"
세계 3대 인명기관의 하나인 미국인명연구소(ABI)가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의 초전도체 전문가 성태현 박사(47)를 자사 인명록에 등재한 데 이어 성 박사의 업적을 인정해 그의 이름을 딴 '성태현상'을 제정하기로 하고 이를 수여할 재단을 만든 것이다.
국내에서 그간 ABI나 마르퀴스사의 '후즈후' 등에 이름을 올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자들의 소식은 종종 있었지만 이들의 이름을 딴 상까지 만들어진 사례는 처음이다.
성 박사는 소식이 전해진 1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성과가 박사 과정 입학 이래 20년간 초전도체만을 연구한 '한우물 파기'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만 올라가게 됐지만 이는 결코 개인의 성과물이 아닌 전력연구원내 초전도체팀 전체의 성과임을 특별히 강조했다.
--ABI 등재소식은 더러 있었지만 이름을 딴 상을 만든 경우는 듣지못했던 것 같다. 소감은.
▲ABI측에 문의한 결과 저 외에 3명의 한국분이 더 있다고 한다. 이 분들은 의료계와 법조계, 종교계 인사로 과학자는 저만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저로서는 영광이지만 이것은 저만의 성과물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저희 팀 모두의 노력의 결과다. 이 점을 외부에서 분명히 알아줬으면 좋겠다.그리고 오늘 얻은 영광은 모두 하나님께 돌린다.(성 박사는 집안은 독실한 기독교도다.)
--언제부터 초전도 분야의 연구를 시작했나.
▲1987년 1월 박사 과정 공부를 위해 일본에 갔을 때부터다. 1986년 12월에 고온 초전도체가 처음 발견되는 등 세계적으로 초전도체 연구 경쟁이 본격화됐을 때였다.
처음에는 형광재료를 연구하려했지만 형광재료와 초전도체 분야의 구조가 비슷해 이쪽으로 전공을 삼게 됐다. 일본에 있는 국제 초전도 산업기술센터에서 근무했고 박사후 과정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초전도 물질의 미세구조와 특성을 연구했다. 한국에 와서는 초전도 재료연구를 하면서 시스템 제조까지 하게 됐다.
박사 과정에 들어가면서부터 만 20년간 한국, 미국, 일본 세 나라를 돌면서 초전도체 전 분야를 돌아가며 연구한 셈이다.
--현재 연구를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에너지 저장장치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심야전력을 저장해서 주간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내용을 연구하고 있다. 전기 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저장해서 필요할 때 발전기를 이용해 다시 전기 에너지로 꺼내 쓰는 일종의 기계식 배터리라고 이해하면 된다.
회전 상태로 에너지가 저장되므로 마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마찰손실을 없애기 위해 초전도 자기부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2010년 정도에 실용화하는 것이 목표이며 2015년께 상품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공계 기피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다. 성공한 과학자로서 젊은 과학.공학도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공분야에 관심이 있지만 생활안정과 보수에 대해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과거 미국에서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1천500명을 대상으로 원하는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돈을 먼저 벌고 나중에 원하는 것을 할 것인지 물었더니 이중 83%가 돈을 먼저 벌겠다고 했고 17%만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런데 20년 뒤 이 가운데 백만장자가 101명이 나왔는데 이 중 100명이 17%에 속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변하는 시대다. 변하는 시대에 변화를 선도해나가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것을 찾는 것이 과연 안정적인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찌보면 안정적인 것 같지만 변화를 회피하다보면 삶 전체로 봤을 때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
돈을 원한다면 과학에서 더 많이 벌 수도 있다. 그런 기회가 더 많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지 않고 안정적인 삶만 추구하다보면 잠재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게 된다. 원하는 게 과학인데 돈 때문에 의사의 길을 택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가족중에 과학.공학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있나.
▲아버님(성기초)이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남산 케이블카를 시공하신 엔지니어셨다. 아버님으로부터 과학자로서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한 것이 오늘의 성과에 밑거름이 됐다.
LG화학에 근무하는 매형(이원호 상무)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촉매를 상업화하고 '장영실상'을 수상한 화학공학 전문가이며 동생도 화학공학을 공부한 뒤 미국 필립스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자녀들도 이공계통으로 키울 생각인가.
▲아들이 셋인데 모두 과학자를 꿈꾸고 있다. 대학 1학년인 큰 아들은 미디어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한다. 중학교 2학년과 1학년인 둘째와 셋째도 모두 과학도를 희망한다. 둘째는 별명이 '노벨'이고 셋째는 '천재'다.
--과학자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에너지 저장장치를 개발한 뒤 에너지 저장단지를 만들고 싶다. 과학기술이 개발되면서 사람이 편리해졌지만 인간의 편리를 위해 자연을 훼손한 경우가 많았다.
자연에 보답하면서도 편리를 도모할 수 있는, 자연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량을 줄이는 고효율의 에너지 저장장치 등 환경친화적 기술을 개발하는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