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은 누구 한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고 끝낼수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승희란 사람이 왜 그렇게 되었나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가정에서 무언가 문제가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들고, 그 가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부모님들이 이민후 빠른 정착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시느라 어린 아이들을 돌볼 틈이 없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분명히 그들이 고생길임을 알면서도 이민을 결심할수밖에 없었던 무언가의 사연이 있었을거고...
어제오늘 사이에 각종 포털사이트에 봇물처럼 쏟아진 조승희 관련기사들을 통해 나는 왜 이사람이 이렇게 될수밖에 없었을까에 대한 어느정도의 유추를 해볼수 있었다.
조승희는 그가 8살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의 부모님들은 이민후 조기 정착을 위해 세탁소에서 밤낮없이 일하셨고 원래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조승희와 그의 누나는 부모님의 별다른 케어 없이도 공부도 곧잘 하고 별 탈없이 잘 자라주는듯 했다. 하지만 사람의 후천적인 성격, 인성, 자아관, 가치관 등이 형성되는 유, 청소년기에 가정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자랄수밖에 없었던 조승희는 겉보기와는 달리 마음의 병을 심하게 얻게 되었다.
중산층 이상이 사는 동네의 고등학교를 다녔던 그는 그리 넉넉하지 못한 가정환경 때문에 부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을 느끼게 되었고, 게다가 성격마저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친구도 잘 사귀지 못했다. (처음 몇번의 친구를 만드려는 시도가 잘 안되자 - 생활수준의 차이로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 그 뒤로 아예 마음의 문을 닫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졌을것이다) 그러다 보니 약간의 자폐증상까지 얻게 되었다.
하지만 생업에 바빴던 부모님들은 그를 돌보아줄 여유가 없었고, 학생수가 워낙많은 학교에서도 그에게 많은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그 사이 그의 누나는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 프린스턴 대학교에 장학금까지 받고 입학하게 되었고, 부모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누나에게로 쏠릴수 밖에 없었다. (누나와 비교를 당했을수도 있다.)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그의 마음의 병은 더욱 더 커져만 갔고 그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지않는 세상을 향한 그의 증오심도 같이 커져갔다. 하지만 그도 별 탈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버지니아 테크 대학교로 진학했고 영문학을 전공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조승희의 문제가 언어장벽이나 문화 부적응에서 온것이 아님을 알수있다.)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그는 친구를 사귈수 없었고 (이미 타인을 향한 그의 마음이 완전히 닫힌 상태였을 것이다) 먼저 인사를 하며 접근해오는 사람들에게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했던 룸메이트들과도 대화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특정이성에게는 호감을 느끼기도 했다. 성장과정에서 인간관계를 맺는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 그는 스토킹이라는 방법을 사용해서 이성에게 접근하려고 했다(그가 할수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을수도 있다). 또, 수업시간에 제출한 과제물도 끔찍하고 잔인한, 증오가 가득한 내용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나는 그 과제물들이 그가 세상에 보내는 SOS신호였다고 본다)
그러한 과제물들과 그의 행동들을 통해 그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그의 영문과 교수들은 학교당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조승희 본인에게도 정신과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했으나 그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신과 상담 몇번으로 해결가능한 상태가 아니었을것이다)
그러던 중 그의 여자친구가 그와 헤어지고 다른남자를 만나는 일(그 혼자만 그렇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친구도 못사귀는 사람이 어떻게 여자친구를 만들수 있겠는가)이 일어났고 그 일에 그가 느낀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지금까지 그를 그렇게 만들었던 세상에 대한 증오, 적개심이 한꺼번에 그날 아침, 그렇게 터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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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즐겼다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비디오게임들과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총기를 소지할수있는 미국의 법도 비난의 대상이 될수있겠지만 나는 성장기에 가족들, 특히 부모님과 주변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 할수있는지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혹시나 아이와 함께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발 다시 한번, 아니 백번이라도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한국에 계신 분들도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맞벌이를 하시거나 생각하고 계시다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아이와도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실것을 당부 드린다.
한국의 많은 부모님들이 아직도 학교에서 공부만 잘하면 아이가 잘 크고 있는걸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것같다. 그러한 생각때문에 우리나라 안에서도 학교폭력 등 많은 문제들이 생기고 있고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더 중요한지 다시한번 - 제발,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 전에...우리나라에도 이런일이 없으라는 법은 전혀 없다 - 생각해 볼 수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