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사태의 여파가 국내에서 때 아닌 방송사고(?)로 비화되었다. 20일 손석희가 이태식 주미 대사와의 인터뷰에서 설전을 벌였던 일 때문이다. 18일 <연합뉴스>는 “이 대사가 한국과 한국인을 대신해 유감과 사죄를 표한다며 희생자 수에 맞춰 한인사회에 32일간의 금식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사의 '사죄' 발언 보도가 나오자 국내에서는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대사가 일개인의 범죄에 대해 '사죄'라는 표현을 쓸 수 있냐"는 비판론이 일었다.
인터뷰는 이런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이 대사가 "본인들이 만나고 싶지가 않다고 한다"고 답했지만, 손 교수가 "왜 만나길 원치 않는가에 대해 파악 안 했냐"고 재차 물었고, 이 대사는 "그게 중요하냐? 본인들이 만나지 않길 원한다는 건 중요하지 않냐"고 반문했고 양측의 설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어색한 분위기 속에 인터뷰는 계속 진행된 가운데, 이 대사는 문제의 '사죄'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가운데, "(원어로) 'We feel very sorry'라고 했다"고 밝혔다.
손석희가 오버했다는 평, 심지어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날 출근길에 그 인터뷰 방송을 들었던 입장에서 그 정도였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손석희를 비난 하는 쪽에서는 두 가지 관점을 들고 있다. 첫째는 방송인의 취재원에 대한 자세를 걸고넘어지는 입장인데, 전 <월간조선> 대표 조갑제라는 거물급 언론인이 그러했다. 조갑제는 2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손석희씨는 많이 겸손해져야'라는 글을 통해 "엄격하게 말하면 진행자는 질문할 권리밖에 없다.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면 질문자의 책임이다. 만족스런 답을 얻지 못했다고 언성을 높이고 감정적 야유를 보낸 것은 MBC가 정상적인 언론기관이라면 징계사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갑제는 "손씨가 더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상당히 점잖게 시작했지만 "세계최대강국이자 한국의 동맹국에 대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위직 인사를 이런 식으로 수모 주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수모”라면서, “미국 유학생이 서울 대학교에서 32명의 한국 학생을 처형하듯이 쏘아죽였다면 주한 미 대사에게 '왜 대사가 사과합니까'라고 말할 배짱이 있는가"라는 식의 어거지 가정법으로 네티즌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손석희씨가 소속된 MBC가 국가와 민족에 대해서 어떤 악행을 저질러 왔는지 우리는 잘 안다. 국가가 정상화되고 어용언론의 반언론적, 반사실적 보도행태가 엄정하게 평가될 때 이 MBC와 손석희씨가 해왔던 일들도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조승희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이 배은망덕한 나라라는 욕을 먹게 생겼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사과, 희생자 위로 국내 촛불집회 등을 주장한 바 있는 조갑제가 손석희의 이 대사 인터뷰 논란을 기화로 반미감정을 물타기 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손석희와 MBC에 대한 네티즌의 반감을 불지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번째는 손석희와 이 대사간에 사과 여부에 대한 견해 차이를 지적한 경우였다. 어떤 논객은 I feel very sorry를 사과로 몰아간 손석희 아나운서의 무식함을 보면 한국 언론의 수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문상갔을 때 미국말 표현 I am sorry은 위로의 말이라며 시작한 그의 손석희 비판은 I am sorry의 용법으로 시작하여 [Anti반미감정]으로 끝이 난다.
문상갔을 때 말고 쓰는 I am sorry의 또 다른 용법은, 어느 두 사람 사이에 이견으로 인한 논쟁이나 쌍방과실 자동차 사고 등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때 이 말을 쓴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우리말로 하면, “미안합니다, 어, 내 실수였습니다” 하는 과실 인정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 간에 대화를 하다 상대방이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엉뚱한 말을 하는 경우, “내가 말을 제대로 정확히 표현을 잘못해서 당신이 그렇게 잘못 알아들으셨군요” 할 때, “아, 죄송합니다” 하는 말도 I am sorry 를 쓴다고 했다.
그 대신, "사과합니다,"라고 하는 말을 쓰려면 apologize 라는 말을 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명백한 계약위반이나 노조 앞에서 사용자의 월권행동으로부터 나오는 이의제기에 사용자의 대리인인 매니저가 더 일이 크게 확산되어 자신의 명백한 월권행위와 고용계약 위반으로 해고처분을 받지 않으려고 자신이 잘못 대한 피고용자(노조원 등)를 매니저 오피스에 단 둘이 불러 두 손 싹싹 비는 심정으로 "잘못했다, 용서해주삼" 하고 빌때 쓰는 말이다. "사죄한다"라는 말의 정확한 대응어가 바로 이 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논객은 손석희가 I feel very sorry 라고 말한 것을, "유감과 사죄를 표한다"라고 하는 식으로 번역하여 감히 대사앞에서 시비거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른” 언어의 표현미를 도무지 알지 못하는 한국 언론의 수준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지는 않은가 의문이 든다. 상을 당한 상가집에 가서 누가 "사죄합니다" 또는 "죄송합니다" 하는가 반문하면서 상가에 가서 쓰는 조문 표현으로서의 I am sorry 를 "유감과 사죄"라는 고상틱한 무식함으로 번역해 시비거는 게 우리 언론 수준이라며 한 칼에 대한민국을 재단한다. 우물안 개구리들의 영한사전 잉글리쉬가 본토 잉글리쉬의 문화적 배경과 장면을 담아낸 미국말 표현을 욱대긴다고 억지도 부린다. 그저 열심히 영한사전을 보고 배운 어학 실력시험공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미국 유학 갔다 온 자랑을 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그러면서 덧붙인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 손석희 이 자도 노무현 띄우기 위한 기획 인터뷰 전공자인 좌빨 위장 늑대이리라는 생각이다. 지난 번 언젠가 노무현 대통과의 특별 인터뷰 방송을 하는 걸 보고, 천하에 없는 연기자로구나 한 게 틀린 관찰이 아니었음을 여기서도 본다.”는 사족은 조갑제류와 다르지 않게 위험스럽다.
무슨 일이 터지면, 어떻게 해서든지 끌어내릴 희생양 제물을 찾는 언론들. 저들이 하는 짓이라곤 고작해야 남의 나라 언론보도 내용 그대로 베껴 정리해 전하는 ㅡ 그것도 메인 스트림 뉴스의 줄기가 아니라 어디 구석퉁이 뉴욕타임즈 셋째 면의 왼쪽 가운데 귀퉁이에 조그마한 칸막이 옆구리에서 미국 정부를 비판하는 반대자 기사 일부만 발췌해 반미감정에 버무리면서 광고값 올리는 작태수준의 언론이 바로 손석희 따위를 인기맨으로 만든다. 예의도 없이, 모든 걸 긁어부스럼 만들어 시선을 집중시키고자 하는 생리....더 이상 글을 쓰면 화가 나서 욕 나올 것 같으니, 여기서 끝....
참으로 무서운 폄하다. 아무리 옳은 주장이 있어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두 가지 시각이 그렇게 한 곳으로 수렴할 수 있음이 아름답다. 그 곳에는 반미라는 공통의 언어가 있었다. 무조건적 반미감정과 똑같이 무서운 [Anti반미강점]이....
그럼 조갑제든 누구든 그렇게 비난일색으로 치닫게 만든 손석희의 그날 방송태도나 지적수준이 그 정도로 형편없었는가? 방송 초반부에서 손석희가 계속해서 물어 본 것은 조씨 부모의 안전에 관한 것이고 이 대사는 조씨 부모가 접견을 거부한다는 이야기로 일관했다. 이에 손석희는 부모가 미국 영주권자면 국적이 한국인인데 우리 정부가 파악할 권리가 있지 않냐. 그래도 정부의 입장에서 해야 될 일은 해야 되지 않느냐고 더 깊이 인터뷰를 진행시키자 이 대사는 “지금 정부 입장에서 해야 될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질문하는 거냐”고 언성을 높였다.
만약 손석희가 개인적인 이유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런 질문을 했다면 진행자의 균형성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었던 부분이다. 그러나 그동안 해외에서 외교부가 교민안전과 지원에 얼마나 만족할 만한 노력을 해왔던가에 대해 되돌아볼 때 손석희의 이런 공격적인 질문은 이 대사를 의도적으로 몰아부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국민적 의구심을 확인하기 위한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의 불가피한 질문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세계 최강국 미국의 주미대사에 대한 무례가 미국에 대한 무례라는 조갑제식의 주장이나 미국 유학생이 그랬는데 미국대사가 사과해도 똑같이 반문할거냐는 조갑제식의 억지라면 곤란하다.
다음으로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갖춰야 할 조건에는 관련 사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관련 내용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공부, 준비다. 이 대사의 ‘사죄표현’ 여부에 대해 손 교수는 정확한 어휘사용을 알아내고자 했다. 손석희는 “한국과 한국인을 대신해서 유감과 사죄를 표한다” 라는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테니, 그렇다면 “이 발언은 공식적 발언이었냐 아니면 개인적 발언이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대사는 “그 ‘사죄’라는 표현을 제가 쓰지 않았다. 영어로 표현했는데 그것을 우리말로 아마 쓰다 보니까 그렇게 된 모양인데 사죄라고 하는 영어단어가 어떤 단어인지 제가 잘 모르겠지만 다만 저는 사용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정도에서 인터뷰는 대부분 넘어가는데, 이날 손석희는 “영어로는 뭐라고 표현했는지, 아까 사죄라는 말은 안했다고 했는데 영어로는 어떻게 말했느냐”고 재차 보다 분명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이 대사는 “We feel very sorry라고 했다. 더 나아간 표현도 있다 ”라고 답했다. 앞에서 말한 한 논객은 이 부분을 놓고 손석희의 교양이니 한국언론의 수준이니 하다가 결국 좌파로 몰아간 셈이다.
하지만 ‘sorry'에 유감이란 뜻도 있지만 사죄라는 뜻도 분명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 하찮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함부로 ’sorry'라는 표현을 하지 말도록 교육받는다. 이 단어에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다는 뜻이 내포돼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물며 일반인끼리도 그런데 말을 가려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면 대사가 쓸 말이었는지 생각해봄직 한데 손석희 같은 1급 언론인을 sorry 뜻도 모르는 사람으로, 나아가 언론 전체를 그렇게 무지몽매한 집단으로 몰아간 것은 심히 유감이다. 더구나 ‘더 나아간 표현도 있다’고 이 대사 스스로 표현했는데, 그 말이 뭔지 손석희나 이 대사나 끝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어보면 왜 손석희가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졌는지도 알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 대사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이슈와 사람>와의 인터뷰에서는 "'repent'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되어 있고 이는 이 대사도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로서 현지인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예배 자리에서 어떤 표현이라도 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feel sorry'는 논란이 있지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으로 해석하자. 하지만 'repent'는 '(잘못을) 뉘우치다' '회개하다'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분명한 어감의 차이가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이다.
각종 포털과 미디어에서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와 이태식 주미대사의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가진 설전을 주요뉴스로 다뤘고 관점에 따라 손교수가 ‘심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이 대사가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어느 쪽 평가에 더 점수를 줄 것인지는 들은 사람, 보는 사람의 맘이겠지만, 시사프로그램의 존재이유와 진행자의 역할, 이와 함께 고위 공직자의 직무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같은 언론인이자 그것도 대언론이라는 조갑제가 좌파니 반미니 하는 까칠한 말로 닦아 세울 수 있는지, 적당히 아는 수준으로 전장에 나간 장수를 흔드니 마니 하면서 그에 동조할 수 있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손석희가 엽기니 아니니 개인적 호불호를 말하면서 동조하는데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MBC가 뭐 이쁜 것도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 질문 하나하나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라면 이 대사가 그렇게 까칠하게 반응할 이유가 없었다. 언제부터 외교관을 그렇게 애정어린 시각으로 보시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손석희만한 제대로 된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또 있는지, 나는 그날 그 프로를 청취한 청취자로서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