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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명한 쇼핑

유재연 |2007.04.23 16:47
조회 96 |추천 0


옷장과 신발이 꽉 찬 나머지 더 이상 들여놓을 공간이 없어요 !”

“ 깜빡하고 똑 같은 톱을 두 벌이나 샀어요 .” “ 돈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늘 쇼핑을 해요 .”

“ 옷장 뿐 아니라 침대 밑까지 온갖 종류의 옷과 슈즈 , 액세서리가 가득해요 . 이 중엔 몸에 맞지 않는 것이나 가격표가 그대로 붙은 것도 있죠 .”

 

이런 고백들이 낯설지 않다면 당신은 쇼핑 중독에 빠진 것이다 .

특별히 부유하지도 또 평소 기행을 일삼는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여성들이 이렇게 엄청난 쇼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토머스 하인의 < 쇼핑의 유혹 > 이라는 책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온다 .

스탠퍼드 연구소가 과중한 빚을 지고 있는 20 명의 쇼퍼홀릭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분석보고서를 보면 , 쇼핑 중독자들은 상점에서 곧잘 ‘ 정신이 멍한 상태 ' 가 되어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또한 물건을 사는 순간이나 바로 직후에는 긴장에서 풀려나는 해방감을 느끼지만 뒤이어 죄책감 , 분노 ,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 .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흔히 포장을 뜯지 않거나 가격표를 떼지 않은 채 물건을 감춰두기도 한다고 .

 

스탠퍼드 연구소의 코린 코란은 쇼핑 중독이 불안과 우울증의 결과라고 하면서 항우울제로 그 문제를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 
 
또 정신과 의사들은 쇼핑 중독을 빈약한 자존심에 뿌리를 둔 공허감 , 소외감 또는 불만스러운 성생활을 극복하려는 여성들의 독특한 대응 방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

실제로 36 퍼센트의 여성과 18 퍼센트의 남성이 필요 없는 물건을 구매했다고 인정했으며 , 여성 4 명 중 1 명 꼴로 바겐세일이라면서 사족을 못 쓰고 여성 3 명 중 1 명은 좋은 일이 있으면 축하하기 위해 쇼핑을 한다고 한다 .

 

시장 조사 업체인 AC 닐슨이 전 세계 42 개 국가에서 2 만 3 천 5 백 명을 대상으로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쇼퍼홀릭 국가 중 한국이 10 위를 차지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

쇼핑 천국 홍콩에서는 34 퍼센트가 매주 한 차례 쇼핑을 하고 17 퍼센트의 사람들은 두 차레 이상 쇼핑한다고 대답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18 퍼센트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쇼핑한다고 대답했다 .

 

전 세계 쇼핑객의 74 퍼센트는 쇼핑을 오락이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여길 만큼 쇼핑 중독은 특이한 소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

사실 요즘은 굳이 백화점이나 로드숍에 가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쇼핑이 가능하다 .

게다가 무언가를 사들이다 보면 저절로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면서 왠지 모를 만족감과 안도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 .

바로 이런 이유로 쇼핑에 중독성이 따라 붙는다고 할 수 있다 .

 

패션 신경증에는 쇼핑 중독증만 있는 게 아니다 .


유독 트렌드에 민감하고 가장 ‘ 핫 ' 하다는 패션과 뷰티 아이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패션계를 둘러보면 이런저런 쇼핑 장애를 가진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

“ 월급의 대부분을 쇼핑하는 데 써요 . 주중에 받는 스트레스를 주말에 쇼핑하면서 풀거든요 .

잡지를 보거나 컬렉션 자료들을 보면서 이걸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하루종일 그 생각만 하죠 .

아무리 통장 잔고가 바닥을 쳐도 조셉이나 띠어리의 수트 , 프라다의 스커트 , 마놀로 블라닉의 슈즈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라고 말하는 패션 디자이너 S 의 패턴은 식이 장애인 폭식증을 떠올린다 .

 

구매와 소유는 깊은 존재의 허기 , 즉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그녀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더불어 스트레스 해소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

가벼운 운동이나 연애처럼 쇼핑에서 눈을 돌릴 만한 기분 좋은 일을 만들어야 한다 .

반면 엘르 편집부의 Y 양은 쇼핑 욕구가 모두 사라졌다고 고백한다 .

“ 예전엔 친구들과 제일평화시장을 돌아다니며 밤새 쇼핑을 해도 지칠 줄 몰랐어요 .

쇼핑을 위해 살았다고 할 만큼 쇼핑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어떤 것을 봐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귀찮기만 해요 .”

쇼핑에 피로감을 느끼는 그녀는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떠올린다 .

 

정신분석가인 카트린 주베르는 이런 현상들에 대해 자신에게 피로감을 느끼는 것과 연관된 아주 흔한 증상이라고 한다 .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입을 옷을 고르는 것조차 업무의 연장선상이라고 느끼는지도 모를 일 .

 

하지만 이런 무기력증은 어느 순간 돌변하여 쇼핑 폭식증을 초래할 수 있으니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간단한 도전을 해야 한다 .

 

약간의 돈을 모아 자신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하거나 짧은 다이어트 후 쇼핑에 나서는 식으로 말이다 .

“ 스무 살 이후로 나는 내가 사는 옷을 절대 입어보지 않어요 . 남자친구는 내가 가 나 자신을 실제보다 훨씬 뚱뚱하게 느낀다고 짜증을 내죠 . 친구들은 내가 옷을 사는 것을 보고 미쳤다고도 해요 . 수영복조차 입어보지 않고 산다고 말이죠 .”

스타일리스트 J 씨의 이야기는 1 그램도 체중이 느는 것을 참지 못하는 거식증을 떠올린다 .

 

신체에 대한 이상화 된 생각을 갖고 20 세 시절의 몸 ( 늙지도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가장 이상적인 몸 ) 에서 벗어난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

 

삶과 시간 , 신체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욕구와 그것에 동반되는 형태장애 공포증은 입어보지도 않고 구매하는 수영복에서 극치를 보여준다 .

거울에 익숙해지려면 우선 부드러운 조명과 날씬해보이는 거울이 있는 고급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는 것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

 

뷰티 마케터 K 의 경우 종종 다른 사람을 카피하는 패션 그루피다 .

“ 늘 쇼핑을 하지만 진짜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 다른 사람들이 입은 옷을 흉내내거나 셀러브리티를 따라서 옷을 입죠 . 옷을 잘 입는 직장동료가 퍼프 소매 블라우스를 입은 것이 예뻐보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블라우스인지 그게 나에게 어울리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같은 블라우스를 사요 . 똑 같은 것이 없으면 비슷한 것이라도 구하려고 집착해요 . 그리고 그걸 사고 나서야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곤 하죠 .”

 

사실 동일시 원칙은 청체성을 구성하는 기본이다 .

K 는 타인에게 경쟁 심리와 부러움을 강하게 느끼는 것이다 .

이것은 자신 고유의 여성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 자신에게 어울리는 우상 ( 주변 인물이든 셀레브리티든 자신하고 분위기와 체형이 비슷한 인물 ) 을 선택해 그에게 충실해지는 것이다 .

그렇게 시도하다 보면 자신만의 여성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옷을 고르고 사는 것은 결코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니다 .

내 모습을 새롭게 창조하고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수단인 쇼핑은 어떤 이들에게는 힘든 수련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마약이다 .

 

이쯤에서 쇼핑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처음으로 돌아가보는 것이 필요하다 .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쇼핑 중독과 무기력증의 중간 지점을 찾아가보는 것이다 .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고 쇼핑한 리스트를 정확히 기억하면서 쇼핑 습관을 컨트롤 하는 것이다 .

 

두 번 다시는 현명한 쇼핑의 즐거움을 잊지 말도록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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