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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음에 관한-Q의 표류기] 내가 독일에서 처음 먹은 음식은?

조규영 |2007.04.26 15:49
조회 25 |추천 0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명훈은 나를 발견하곤 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는 작고 땅딸막 하고 통통했다.

 

게다가 넓은 이마 때문는 더 나이들어 보였다.

 

30대 중반정도?

 

그의 긴 머리는 내 중학교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토요일 오전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올때면 TV에서 방영됐던 외화 '레니 게이드'.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의 인디언 친구처럼 그의 머리카락은 어깨를 살포치 스치며 바람에 날렸다.

 

그가 성악을 한다고 외삼촌은 내게 말했었다.

 

 

내 앞까지 온 그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 Q? 오느라 고생했어요. 사실은 공항에 데리러 안 갔던게 내심에 마음에 걸리더라구.

 

이름을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그는 나를 Q라고 불렀다.

 

- 조금 헤매느라 늦었어요.

- 처음이라 조금 복잡했을꺼야. 나도 적응하는데 시간 좀 걸렸는데, 그런데 이젠 독일 대중교통 시스템처럼 편한 게 없는 것 같어.

 

그가 슬그머니 말을 놓는다.

 

뭐 어차피 나보다 나이가 많은 건 확실하니까..

 

그가 세워놨던 큰 가방을 끌고 앞장을 서자, 나는 기내용 캐리어를 끌고 뒤따랐다.

 

고요한 오전의 평화가

 

두 대의 짐 가방이 아스팔트와 보도블럭을 구르는 소리로 깨지기 시작했다.

 

'드르르르 륵 턱 드르르르-'

 

한가로이 산책을 하던 머리가 하얗게 센 노부부가 맞은 편에서 우리를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와 눈이 마추치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다시 짐가방이 드르럭 거리자 약간 인상을 찌푸린다.

 

마침내 우리는 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연두색 긴 줄이 달린 열쇠를 꺼내 현관 문을 열고 내게 먼저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한사람이 겨우 탈 수 있을 것 같은 엘리베이터가 바로 앞에 있었다.

 

우리는 짐 가방을 그 안에 쑤셔넣고 몸을 최대한 밀착해 3층으로 올라갔다. 천천히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안에서 나는 혹시 이게 기계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을까 우려가 됐다.

 

물론 너무 작은 엘리베이터였기 때문에 떨어진다고 해도 다칠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바이킹을 타고 내려갈 때와 같은 기분이 갑자기 느껴질까봐 심장이 두근거릴 뿐이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땡!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우린 그의 집으로 들어섰다.

 

 

혼자 살기에 작당한 크기에 원룸이었다. 작은 욕실과 부엌이 달린.

 

무엇보다 탁 트인 커다란 창이 마음에 들었다.

 

창 밖으로 뒷 집의 정원이 내려다 보였다.

 

한 중년남자가 뒷 뜰에 놓인 나무 안락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온통 아름드리 나무들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대각선 왼쪽에 보이는 주황색 지붕의 연립주택이 보였는데, 집집마다 작은 발코니가 딸려 있었다.

 

모든 발코니에는 모양이 똑같은 빨간 꽃들이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 오랫동안 비행기 타고 오느라 몸이 찌뿌둥하지 ? 좀 씻고 싶을 거야. 난 그동안 아침 준비 할테니까. 좀 늦었긴 하지만. 편하게 생각해.

 

명훈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방 한쪽에 짐들을 내려 놓고 그의 작은 욕실로 들어갔다.

 

옷을 벗고 샤워부스로 들어가 꼭지를 돌리자 차가운 물이 세차게 쏟아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곧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지만 내가 지금 독일에 있다는 게 아직까진 실감이 나지 않는게 사실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그는 식탁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 자 어서와서 먹어.

 

그는 자랑스러운 듯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눈으로 가리켰다.

 

둥글고 커다란 접시 위에는, 막 중국집에서 배달 온 것과 똑같이 생긴 볶음밥이 김을 모락모락 뿜고 있었다.

 

'뭐야, 볶음밥? 독일에도 중국집이 있나?'

 

나는 숟가락을 들고 그에게 잘 먹겠다고 말하며 볶음밥을 한 숟가락 입에 떠넣었다.

 

완벽했다. 이 사람.. 성악을 하는게 아니라 이곳에서 중국집을 하는게 분명했다.

 

- 어때? 한국에서 먹는거랑 거의 차이 없지?

- 정말 똑같은데요? 직접 하신거에요?

- 여기에서 혼자 살면서 늘은 거라곤 요리실력 뿐이야. 왠만한 한국음식 금방이야. 아! 깜빡했구나.

 

그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냉장고로 향했다.

 

이윽고 그의 손에 들려온 건 제대로 맛이 들어 보이는 김치였다.

 

너무나도 뿌듯해 하는 그의 얼굴을 보며 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맙소사... 독일에서의 첫음식이 볶음밥에 김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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