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유리가면’이 기획한 가 대학로 낙산씨어터에서 3월 14일부터 5월 27일까지 막을 올린다. 할리우드 단골 소재가 된 소설가 ‘안톤 체홉’의 단편들을 골라 옴니버스 형식으로 재구성해 보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연극 는 오리지널 웰메이드 코미디다. 국내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해도 그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또한 이 작품은 1973년 발표 이후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지금까지 많은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연극은 처음 구성된 원작에서 7개의 에피소드만을 골라 액자식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관객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삶의 따뜻한 이면을 이끌어 내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적 요소가 가미되어 소시민의 보편적 정서와 희망을 보다 재미있고 통쾌하며 따뜻하게 엮어놓았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주인공 '닐 사이먼'의 모습. ⓒ뉴스한국작가 ‘닐 사이먼’이 푸는 7가지 에피소드
#1. 프롤로그
극중 화자이며 작가인 ‘닐 사이먼(성형진 역)’은 자신이 겪는 창작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관객에게 다가선다. 그는 사소한 일상과 내면적 고민을 털어놓으며 이 길을 선택할까, 저 길을 선택할까 갈등 중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천상 작가의 일을 하는 것이 천직이다.
연극 는 ‘닐 사이먼’이 들려주는 에피소드를 통해 7개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특히 기존의 등의 공연에서 연극적 재능을 닦아온 배우 성형진.
그의 매끄럽고 유연하며 자상한 작가적 안내대사는 서민의 소박한 삶속에 관객의 호흡을 풀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더욱 연극 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그의 눈빛과 이미지는 강렬하다. 원숙하면서도 친절한 배우 특유의 예술적 성향을 엿보게 한다.
를 하는 소심한 이반 이야기. ⓒ뉴스한국#2. 재채기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이반(양수형 역)은 공원을 관리하는 하급 공무원이다. 어느 날 연극공연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자신의 앞자리에 앉게 된 장관을 만나게 된다. 너무 기쁜 나머지 90〬 각도로 머리를 숙여 깍듯하게 인사하고 돌아온 후에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최고 상관인 장관의 뒷자리에 앉은 이반은 연극공연을 보던 중 그만 실수로 장관의 머리에 재채기를 하게 된다. 눈앞이 캄캄하고 정신이 다 아찔할 지경이다. 그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실수는 더욱 커져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반 역할을 맡은 양수형 배우는 과거 외 다수로 연극인의 자질을 닦아왔다. 서민적인 외모와 풋풋한 연기로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순수하고 착하며 어수룩한 이반의 역할을 잘 소화해 낸다는 평이다.
급여를 주지 않으려는 여주인과 착한 줄리아. ⓒ뉴스한국#3. 가정교사
상류계층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는 줄리아(우창주 역)는 한없이 착하고 순종적이다. 그녀는 2개월 치 밀린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나 원망하는 기색이 없다. 영악한 여주인은 줄리아와 급료를 계산하며 갖은 타박과 부당한 조건으로 임금을 착취한다.
그러나 이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줄리아의 태도에 여주인은 오히려 억정을 낸다. “그렇게 착해 빠져서 어떻게 살 거야.” 측은지심이 발동한 여주인은 보다 못해 자신이 빼돌린 줄리아의 급료를 고스란히 뭉칫돈으로 주고 만다.
줄리아의 행동을 탓하며,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 대던 여주인도 순수하고 맑은 그녀의 태도에는 일말의 양심이 작용한다. 사람이 어찌 악하게만 살 수 있으랴. 세파에 찌는 여주인을 설복해 줄리아는 착한 심성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이렇게 변명 한 마디도 제대로 하지 않는 줄리아 역에 배우 우창주가 열연했다. 외 다수 출연한 감성파 배우의 아기자기한 맛이 살아나는 연극이다.
치과의원에서 일하는 조수의 돌파리 행각 ⓒ뉴스한국#4. 치과의사
치과의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무식한 조무사(조수)가 의사를 자처하며 나선다. 이때 치아에 진통을 느끼며 병원을 찾은 사제는 너무나 놀라 달아나려 한다. 하지만 간만에 들어온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조무사는 치료를 해준다고 악착같이 달려든다.
치과 조무사 역할은 먼저 프롤로그를 진행하던 배우 성형진이 열연했고, 사제 역에는 에서 장관 역할을 맡았던 배우 박재범이 노련하고 능숙하게 연기한다. 두 배우의 단촐한 등장이나 매우 진지하고 긴장감 있게 진행하는 극중 상황이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공원에서 처음 만난 두 노인의 ⓒ뉴스한국#5. 늦은 행복
두 노인이 공원에서 처음 만났다. 그들은 서로 호감을 느끼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헤어질 때는 입 밖으로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다. 그냥 마음만 태우며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그냥 헤어지게 된다.
초로의 나이에 황혼을 바라보는 애틋함이 있지만 또 역시 생활의 연륜이 무르익어 말하지 않고도 행복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젊은이의 격정적인 사랑이나 구애행각에는 비길 수 없는 소박하지만 애틋한 애정이 흐른다. 그래서 더욱 낭만적이다.
노옹 역에는 배우 정이선이 맡았다. 얼굴선이 굵고 강직해 보이는 인상을 풍긴다. 그는 등에서 열연한 바 있다. 또한 노파 역에는 배우 김서현이 맡았다. 등에서 관객과 얼굴을 익힌 배우다.
를 한탄하는 노파. ⓒ뉴스한국#6. 의지할 곳 없는 신세
다리 부상으로 절뚝이는 은행 지배인에게 웬 노파가 찾아온다. 그는 누군가가 조금만 큰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건드려도 통증에 견딜 수 없어 한다.
그러나 막무가내인 노파는 지배인을 붙들고 자신이 은행을 찾아온 이유와 억울한 사정을 이야기한다. 지배인에게 다짜고짜 억울함을 호소하며 급기야는 ‘자신이 의지할 곳 없는 신세’라며 하소연을 한다.
정중하게 거절하는 지배인에게 이제는 물리적인 행동마저 행사하려 한다. 지배인은 경비를 부르며 노파의 요구는 것을 다 들어주라 지시한다. 결국 인간적인 눈물호소보다 폭력적 무대포 행위가 앞선다는 사실을 코믹하게 볼 수 있다.
역시 지배인 역에는 배우 박재범이 맡았다. 그는 외 다수 출연한 경험이 있다. 또한 노파 역에는 배우 박은경이 열연했는데, 등에서 익힌 능란함으로 강한 이미지를 굳힌다.
#7. 생일선물
마지막 에필로그에 가까운 이 에피소드는 작가 ‘닐 사이먼’ 자신이 19세 때 겪었던 일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들의 성년식을 위해 생애 첫 여자 체험을 시켜주려는 아버지와 이에 반해 너무 순수하고 어리기만한 아들의 이야기다.
ⓒ뉴스한국극단 의 예술문화 창출
극단 은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익히 들어온 이름이다. 더욱 그들이 기획 공연한 는 대학로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 이제희 연출로 주목된다.
1967년 영화 에서 오드리 헵번이 열연한 ‘수지’ 역할을 연극 에서 완벽하게 소화해 낸 배우 이제희다. 그런 그가 ‘안톤 체홉’의 단편을 재구성한 이 극을 골랐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력과 개성, 재치가 넘치는 작품이다.
‘닐 사이먼’이라는 작중 화자를 등장시켜 옴니버스 형식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갖가지 에피소드가 액자 형식으로 구성되어 관객에게 다양한 행복과 눈물, 웃음을 준다.
끝으로 작가 ‘닐 사이먼’과 함께한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대박인생이 되라는 뜻으로 “50억 원에 당첨 되세요”라고 외친다. 막대한 치부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까. 현재는 “부자 되라”는 말이 더 덕담 같은 덕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