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선택권이 왜 오롯이 여성에게만 있는 것처럼 인식되나요?
저는 경기도 포천에서 행정병으로 군생활을 했구요. 정확히는 군단 정보처에서 근무했습니다.
행정병은 땡보보직(쉬운업무) 라는 인식이 많은데요, 인정할 부분도 있지만 보직에 따라
년 평균 취침시간이 3시간이 체 안되는 불쌍한 사람들도 여럿 보았습니다.
아래 시간표는 저의 군생활 중 이등병 ~ 상병 6개월 하계 생활을 밑바탕으로 했습니다.
상병 7,8개월 부터는 좀 더 널널 해지므로 제외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군미필자와 여성분들을 위해 추가 설명을 해드릴께요.(현재군대 및 소속부대 마다 차이 있음.)
6시 기상 : 나팔소리와 함께 발딱 일어서야 합니다. 자신의 취침도구를 신속히 정리한 다음
병장님들의 자리로 가 일어나시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병장님들의 취침도구를 대신 정리해야 하거든요.
6시 30분 : 점호(월요일 아침 조회라고 생각하시면 비슷) 와 도수체조(요건 국민체조)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 실수하거나 자세가 불량하면 군 생활 힘들어집니다. 일이등병들은 초긴장입니다.
7시~7:45분 : 구보 와 외곽청소 시간입니다. 구보가 궁금하시면 싸구려 등산화를 신으신 후
최소 1km에서 그 이상을 교가를 목청껏 부르시면서 친구와 발맞춰 뛰시면 됩니다. 꼭 해보세요.
아! 계절에 상관없이 상의는 맨몸입니다. 땀이 식으면 안됩니다. 바로 외곽청소 합니다.
드넓은 영내를(대학교 교정을 생각하시면 무리없을 듯) 구획별로 나눠 빗자루로 청소합니다.
7:45~8:30분 : 밥먹습니다. 일이등병들은 짬밥마저 맛있습니다. 양치하고 세수하고 청결히 하루를 준비합니다.
8:30~12:00 : 오전 일과 시간입니다. 주로 타이핑, 서류정리, 상황판 제작(큰거는 사람 키 2배도 넘습니다.),
지하창고 정리, 작업, 간부 시다바리.. 등등 할 일은 정말 많습니다. 일반 보병의 경우 작업.. 작업.. 작업..
12:00~13:00 : 점심 먹습니다. 점심먹고 나서 20분 정도 쉴 수 있는데 가끔씩 일병 최고 고참이 아랫것(?)들
불러 모아 정신 교육도 시켜주십니다. 내용은 대략 욕설과 일병님의 일장 훈계입니다.
13:00~17:30 : 오후 일과 시간입니다. 오전 일과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7:30~19:00 : 아~ 드디어 보람찬 하루가 끝났어요. 는 공익근무요원들만 외칠 수 있습니다. 더욱 고난이도의
미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녁을 먹고나서 근무자 신고를 준비합니다. 요건 뭐냐하면
야간에 부대를 지키기 위해 외곽 울타리 등에서 총을 들고 보초를 서게 됩니다. 또는 내무실에서
내무실을 지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날의 근무자의 수칙 및 경계 포인트 등을 당직사관(간부님)에게 전파 받고 자신과 함께
근무를 할 사람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일이등병들에겐 점호 이상으로 긴장되는 시간입니다.
자기 차례에 크~게 소리쳐 관등성명과 근무시간을 외치게 되는데 실수하면 그날 저녁 점호시간에
표적이 되기 쉽상이죠. 30분여간 꼼짝마 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건 물론이구요.
19:00~20:00 : 짧게는 10분에서 30분 정도 근무자신고가 끝나면 행정병이라 각자 근무하는 사무실에 가서 청소를
해야합니다. 보통 두군데 인데요, 하나는 자기가 일하는 사무실이고 다른 하나는 과장님 또는 참모님
사무실입니다. 과장님은 중령이고 참모님은 대령입니다. 내 얼굴보다 더 반짝반짝 빛이 나게 청소합니다.
30분만에 빠뜨리지 말고 끝마쳐야 하기 때문에 긴장 가득 머리속으로 되뇌여야 하는 정신노동이기도 합니다.
청소가 끝나면 내무실로 냅다 뜁니다. 늦으면 안됩니다. 다음 미션이 기다리거든요.
전 이등병 때 비탈길을 뛰어 내려가다가 돌에 걸려 3~4m를 붕~ 날았던 기억이 나네요. 어떻게 ㅂ ㅅ이
되지 않았는지 신기하고 다행입니다. 이등병이란... ㅎㅎㅎ
20:00~21:00 : 숨이찹니다. 점심시간에 일병님들의 일장훈계를 들었으면 이제 상병님들 차례입니다.
계급순으로 주~욱 각잡고 앉은 우리는 잔뼈가 굵을대로 굵어지신 상병님들의 주옥같은 말씀을 경청합니다.
뭐, 대략의 내용은 좀 더 위압감이 실리긴 합니다만 점심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말씀을 20~30분 정도 들은 후 내무실 청소를 합니다. 계급별로 철저히 구분 된 구역을 깨끗히 정말 깨끗히
청소합니다. 아~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었네요.
21:00~22:00 : 9시 30분부터 점호시작인데요. 30분 전부터 자리잡고 앉아 있어야 합니다.
상병장님들은 재미있게 tv를 보시네요. 연예가중계도 하고 주말이면 개콘도 나옵니다.
하지만 자리가 맨 끝이라 화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저에겐 라디오네요.. 지지직
점호나팔이 울리고 초초초초초긴장속의 점호가 시작됩니다. 당직사관이 각 내무실을 돌면서 내무실
청소 상태와 군바리들의 청결을 체크합니다. 우리 이등병들은 불행히도 샤워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아... 지적 받았습니다. 큰일났습니다.
점호가 끝나고 이번엔 병장님들의 말씀을 들을 차례네요... 지칩니다.. 오늘은 병장님들이 상병님들을
갈구시네요. 이등병도 샤워 좀 시키라구요...냄새난다고... 후우...... 내일 또 큰일났네요...
저 엄청 깨지게 생겼습니다.
22:00 : 드디어 취침나팔소리가 울리고 700여일 중 하루가 갔네요 ^^. 이제서야 부모님 얼굴,
여자친구 목소리, 친구들을 떠올렸네요. '아... 하루종일 까맣게 잊고 있었네...'라고 가슴 속으로 미안해합니다.
체 얼굴 한번 떠올리기 무섭게 눈꺼풀이 무거워집니다...
23:30~02:30 : 아빠? 친구? 누군가 제 이름을 나즈막히 부르네요... 꿈인가?
아... 군대왔지....... 헉! 고참입니다. 아주 높은 고참! 근무시간이라고 깨우는 목소리였습니다.
한번에 일어나서 경례해야 하는데 한번에 못 일어났네요... 아.. 전 왜이리 멍청한 걸까요.....
"ooo병장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틈도 없습니다.
급히 함께 근무 나갈 고참님의 복장을 챙긴 후 고참님을 깨우러 조용하지만 빠르게 걷습니다.
"ooo상병님 근무시간입니다." 도통 일어나지 않네요. 하지만 절대 손을 대선 안됩니다. 겨우 사수를
깨워 근무지에 나갑니다.
오늘은 그래도 운이 좋네요. 착한 사람이라 괴롭히지 않고 자고 있습니다.
이등병은 피곤할텐데 긴장해서 잠도 오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 시간이 행복합니다. 24시간 중 유일하게
나를 돌아볼 시간입니다. 엄마는 어디 아프시진 않으실까... 여자친구도 내 생각 할까, 징징대지 않고 잘
지내나... 친구녀석들은 다들 어떻게 지낼까... 가슴속으로 노래도 불러봅니다. 휘성의 '안되나요'가
입안에서만 빙빙 돌아갑니다. 오늘 하루 욕 먹은 것도 생각났습니다. 돌대가리래요.. 전 진짜 머리가 나쁜
걸까요? 왜 한번 들으면 기억을 못하는지... 후~
다음 근무자와 교대하고 사수님의 복장을 정리 후 다시 취침에 들어갑니다. 3시간 30분 정도 잘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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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설명은 이상입니다. 저의 경험을 토대로 썼기 때문에 다른 예비역 분들과 의견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대부분 군대를 갑니다. 피할 방법이 없지요. 태생적으로 부여되는 의무입니다.
군대는 낭만적인 곳이 아닙니다. 또한 헬기에서 활강하고 전략과 전투를 배우는 남자로 태어나는 곳도 아닙니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체 왜 혼나는지도 모른체 마구 떠밀려 정신없이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고생을 합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연봉 30만원 가량을 받고 혹독한 사회생활을 체험합니다.
구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ㅂ ㅅ이 되거나 죽기도 합니다. 그리고 남자에게 강간을 당할수도 있습니다.
어느새 그곳에 익숙해져 현실감각이 둔해집니다. 여자는 배꼽이 있었나?... 아닌가?... 음... 어렵다.
그곳의 몇몇 간부는 정말 판타스틱합니다. 우리 본부대장은(소령) 우리에게 이런말을 자주 했습니다.
"나는 진급 하려고 군생활하는게 아냐. 순수하게 이 나라에 봉사하려고 복무하는 거야."
퇴근 후, 반짝반짝 빛나는 1호차를 타고 단란주점으로 향합니다. 정말 퍼펙트하게 쒸발새끼입니다.
또 다른 간부 한 넘은 내 5개월 고참의 허벅지를 압정으로 콕콕콕 찌릅니다. 왜 찌르는지는 모릅니다.
그리곤 베시시 웃거나 화난 표정을 짓습니다. 우리 고참은 고개만 떨굴 뿐입니다.
* 저는 군대 간 남자들이 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면, 고무신들은 도덕적 의무를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이쁜 나이인 21~24살의 청년입니다. 모든 걸 뒤로하고 군대에 왔습니다. 세상과 격리되었습니다.
내가 세상과 이어져 있다는 느낌은 여자친구 외엔 무엇으로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 그녀는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너가 그렇듯 나도 너만 생각하고 너와의 추억에 의지해 2년 살겠노라고..
남자들은 벼랑끝으로 몰립니다. 벼랑끝에서 나뭇가지에 의지해 버티고 있습니다. 2년 버티면 살려준다네요..
그 때 눈물 고인 눈으로 안타까운 듯 내려다 보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그녀의 여린 팔로는 날 끌어 올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거기 있어만 준다면 어쩌면 잘 버텨낼 지도 모르겠네요.
* 비록 기다리는 것이 지칠지라도 그 안에서의 10만번의 한숨보다는 낫습니다.
모두 힘내세요. 군바리 ♥ 고무신 ㅎㅎㅎ
* 제 여자친구는 군대 2년동안 한번 흔들림없이 꿋꿋이 기다려 주었죠. 너무 고맙습니다.
여자친구는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버팀목이 되어줄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