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바람에 주목받지 못하고 넘어갔지만 지난 25일 밤에 본 두 꼭지의 뉴스는 한국 사회의 썩을 대로 썩은 모습과 썩은 자에게만은 한없이 약해지는 한국 공권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생생한 리포트였다.
썩으면 약해지는 게 또한 인지상정인지는 모르지만, 약해지려면 철저히 약해지던가, 왜 그럼에도 약한 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척 하는지 같은 약자끼리 동정하지 못한 채 저주해야 하는지... 그래서 한국의 공권력만 생각하면 더욱 서글프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욱 약해지고 왜소해지는 나 자신을 느끼면서 우리네 소시민의 삶이 언제나 어깨 활짝 펼 날이 올지 손꼽아 본다.
먼저 화면 가득히 선혈낭자하게 등장한 것은(실제 선혈은 아마 애들 교육상 안보여주었던 것으로 안다), H그룹의 총수가 지 아들이 술집에서 폭행당했다며 조폭들 데리고 가서 북창동을 다 날려버린다고 주접떨면서 보복 폭력을 행사했다는 보도였다.
애새끼 잘 키우든지 할 것이지 어떻게 생겨 처먹은 놈이 북창동까지 가서 뭔 짓을 하다가 죽사발났을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거기가 웬간하면 하느님 대접해주는 동네라던데 거기서 얼마나 개판을 쳐댔으면 그 수모를 당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철딱서니 없으면 술 처먹다 얻어터졌다고 애비한테 이르고 그 애비라는 작자는 그래도 명색이 기업의 총수라는 작자가 조폭들을 끌고 전격작전을 한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그저 이름만 그룹이고 조그만 조폭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이나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드러난 걸 보니 그게 그 유명한 한화그룹이고 그 문제의 총수가 김승연이라네. 하긴 한화그룹이 화약 만드는 데라니 북창동 날려버린다고 한 게 이해가 가누만. 그리고 1개 중대급 동원한 것도 생각해보면 방위산업체니 군사훈련 삼아 했음직하고, 군이 동원되면 동네 경찰들이야 피해주고 길거리 정리해주는 게 맞겠지!
다 좋은데, 얼마나 모질게도 못났으면 애가 그 모양이고 그 애에 그 애비라고 애새끼가 술 처먹고 주정부리다 얻어 터졌으면 가서 사과해도 시원찮을 텐데 뭐 잘했다고 중대병력을 동원해서 산에까지 끌고 갔는지 참내... 그 성질에 산에 끌어다 안 묻은 게 다행이구만. 하긴 한 사람은 아직 행불이라니 어디다 묻어 버린 지 누가 알까마는...
그 뉴스 말미에는 또 이상한 짝퉁 싸가지들이 있었다. 200톤도 넘는 화물차 끌고 조그만 시골길 지나가겠다고 나흘밤밪으로 대치하면서 난리치다 덤프 트럭으로 막아 놓으니 조폭들 1개 중대 데려다 그 덤프를 밀어냈다면서? 경찰보다 더 많은 병력으로 인해전술까지 쓰는 전격 작전을 치루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니...
이게 웬 쌍난리인가? 이건 또 어떤 그룹인가 봤더니 한화그룹 정도는 아닌가 보던무슨 수출산업 역군이라고 보무도 당당하더만. 언제까지 실어내야 하는데, 그래야 수출길 안 막힌다는데 왜 공권력이 막아서냐교? 법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경찰이 말리면 경찰보다 더 많은 병력 동원한다나? 참나 지랄들을 쌍으로 한다. 이게 고려초도 아니고 조선초도 아닌데 사병동원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다니 법치국가가 맞긴 한 나란지 모르겠다.
아마 지금쯤 북창동에는 돈다발이 풀리고 있을 거다. 이미 저질러 놓고 보니 사건이 너무 큰지라 얻어터진 인간들 입 막으랴, 정치권이든 공권력이든 무마하랴 숱하게 뿌리겠지? 연말 대선 정국에 쓰려고 꼬부쳐 놓은 돈 많이 축날거다. 하긴 나도 이 글 쓰면서 뒤통수가 가려운데 끝까지 쓰는 이유는 그 임자없는 돈 잔치에 초대받을까 해서다. 혹시 나 이후로 안보이거든 한화그룹인지 아니면 그 200톤짜리 트럭으로 경찰을 짓이겨놓은 그 업체든지 거기 가서 소재를 파악해주기 바란다. 그렇지만 입만 이라도 살아 있으면 한 밑천 잡게 될지도 모르니 기다려 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