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 커피 + α ''

조진흥 |2007.04.28 21:45
조회 900 |추천 0
[중앙일보 홍주연.권혁재] 1990년, 자판기 커피. 짝사랑하던 남학생이 도서관에서 커피 한 잔을 건넸습니다. 종이컵을 감싸쥔 손이 따뜻했습니다. 1995년, 헤이즐넛 커피. 카페에서 소개팅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커피 향으로 달랬습니다. 2000년, 테이크아웃 커피. 아이스라테를 들고 명동 거리를 걸었습니다. 반짝이는 햇살이 커피 맛처럼 달콤했습니다.

2007년 오늘. 어떤 커피를 마실까요. 답은 '커피+α'입니다. 커피는 이제 혼자가 아닙니다. 케이크.와플.샌드위치.쿠키 등 새콤달콤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커피+α'가 바꾼 거리 풍경을 그려봤고요, 소문나게 맛있다는 집도 가봤습니다. 커피, 이제 음료가 아니라 음식입니다.

최근 '에비타' 공연을 마친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 연습이 없는 휴일이면 부인 정희욱씨와 '커피+α'를 즐긴다. "커피가 주는 휴식이 좋아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즐기면서 여유를 찾습니다. 아내와 평소 못다한 이야기도 할 수 있고요." 남씨가 말하자 정씨도 한 술 거든다. "커피의 쓴 맛과 와플이나 케이크의 달콤함은 정말 잘 어울려요.

다른 듯 조화를 이루는 것이 꼭 우리 부부같죠."'커피+α'에 빠진 것은 이들 부부뿐이 아니다. 회사원 권세령(25)씨는 점심 시간 직장 동료와 함께 식당 대신 카페에 간다. "배부르게 밥.반찬 먹는 것, 별로예요. 아메리카노 한 잔에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먹습니다. 따로 차 마실 필요가 없고 다이어트도 되고, 일석이조예요." '커피+α'는 퓨전 레스토랑 일색이던 청담동의 골목 지도까지 바꿨다.

이 지역 회사에 다니는 오소림(32)씨는 "요즘 청담동에서 뜬다는 곳은 죄 다 카페형 식당들"이라며 "식당들이 값비싼 임대료를 피해 이태원.삼청동으로 옮겨간 대신 그 자리에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의 '메종드카페' 강상욱 매니저는 "카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커피만 가지고는 입소문이 나지 않는다. 케이크.샌드위치.와플 등 부대 메뉴가 맛있어야 사람들이 모인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커피빈 등 커피전문점에 따르면 커피와 함께 먹는 '사이드 메뉴'의 매출이 요즘 빠르게 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경우 올 들어 커피 소비자의 절반(50%)이 케이크.샌드위치 등 부대 메뉴를 주문했다. 지난해까지는 그 비율이 세 명 중 한 명꼴(30%)이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올 초 샌드위치 메뉴를 확대했고 일부 매장에서는 10일부터 떡도 선보이고 있다.

SPC는 제과점 '파리바게뜨'의 매장 50여 곳을 카페형으로 바꿨다. 김현옥 광고홍보팀장은 "테이크아웃 시대는 갔다. 이제 소비자들은 카페에 머무르면서 커피와 휴식을 즐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빈스앤베리즈' 지상현 과장은 이를 외식업계의 컨버전스(융합)로 설명했다. "별도의 사업인 식당과 카페가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 특히 20~30대 여성이 트렌드 변화를 주도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입맛과 기호가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미국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젊은 층이 미국의 델리(샌드위치나 샐러드를 파는 식당)나 유럽의 카페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논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커피전문점이 포화 상태로 늘어나자 업체들이 부대 메뉴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게 한 커피업체 관계자의 분석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김봉석씨는 "일부 소비자들은 커피를 문화의 하나로 이해한다. 한 잔에 5000원짜리 커피, 1만원이 넘는 케이크도 아까워하지 않는 이유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이 같은 소비 취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