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디 워홀 팩토리
Andy Warhol Factory
기간 : 2007.3.15 ~ 2007.6.10
주최 : 삼성미술관 Leeum, 피츠버그 앤디워홀미술관
'앤디 워홀(1928~1987)' 이라 하면 팝아트라는 명제하에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마릴린 먼로를 비롯한 많은 스타들의 반복된 초상화, 코카콜라 병이나 캄벨수프 깡통을 이용한 작품, 그리고 여장을 하거나 혹은 가발을 쓴 앤디워홀의 자화상 같은 작품은 앤디 워홀 자신만큼이나 유명하고 어디선가 한번쯤 봤음직한 작품들이다.
사실 팝아트라는 미술자체가 대중문화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는 미술인걸 감안하더라도, 예술이나 미술쪽에 그닥 관심없고 기초적인 지식조차 미비한 일반인들(나를 포함하여)에게 그의 이름이나 작품들이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는 건 그만큼이나 앤디 워홀이 훌륭한 아티스트였고 그의 작품들과 시도들이 지금까지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다는 뜻일거다.
나 역시 그 정도의 친숙함은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앤디 워홀이나 그의 작품에 대해선 아는 것은 전무하기에 전시회에서 본 작품들의 절반도 채 느끼지 못한것 같은게 사실이다. 도슨트를 듣겠다고 도슨트 하는 시간대에 맞춰 미술관에 도착하긴 했지만 사실 도슨트도 조금 듣다가 말았다. 분명 그걸 들으면 설명 그대로 듣기만하고 '아 그렇구나' 하고 그냥 고개만 끄덕일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혼자 돌아다니며 작품들만 보았다. 보면서 내가 느끼는대로 이해하는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꽃이나 깡통, 병, 구두 같은 일반 사물에서부터 영화배우를 비롯한 수많은 스타와 인물, 예술가들을 비롯한 자기 자신. 그리고 교통사고 현장이나 사망사건 신문의 보도사진과 역사속 유명화가들의 명화까지 죄다 소재로 삼고 있다. 주로 실크스크린을 이용하여 반복된 이미지를 나열하는게 작품의 구성인데 소재 그대로 담기보다는 임의적인 색채를 가미하거나 강한 음영대비를 통해 표현된다.
이런 작품들의 소재속엔 그 당시 유명 범죄자의 사진이나 캐네디 암살사건의 대한 신문기사, 그리고 소련의 상징이기도 했던 낫과 망치, 마오쩌둥, 레닌등도 포함되있는데 앤디 워홀이 활동했던 시기는 냉전시기였고 50년대엔 매카시즘이 불었을 정도로 공산주의에 대해 강박이 있는 시대였단걸 생각하면 그가 이렇게 대담하게 공산주의적 소재들을 노골적으로 차용해 오브제로 이용했다는 건 아티스트로서의 그의 강단이 느껴지기도 했다. (잘 모르겠지만 분명 이런 작품들을 통해 적지않을 논란이 있었을것 같다.)
앤디워홀은 미술뿐만 아니라 영화, 사진, 디자인, 광고, 소설 등 예술전반에 걸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작품을 남겼는데 적지 않은 작품들이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었지만 이것들만 보고서는 그의 방대한 세계를 이해하기엔 부족할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매스미디어나 일상의 사물, 스타등을 재생산하고 반복시키는 작업을 통해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현대의 대량소비문화를 찬미하는 동시에 비판했던 그의 활동에 대해선 어느정도 보고 느낄 수 있었지만 그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하거나 감동을 받을 순 없었다. 그렇게까지 대중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것에 대해 왠지 동의 할 수 없는 나 혼자만의 예술적 사견, 즉 잡생각도 있었지만, 현대 미술에 거의 슈퍼히어로적 존재로 남아있는 이 아티스트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의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 중에 가장 흥미로운건 그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자화상들이었다. 그의 생전에 그는 이미 헐리웃 스타만큼이나 유명인이 되었고, 여장을 하거나 가발을 쓰거나 혹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자화상으로 많이 남겼는데, 그의 다른 작품들과 같이 그의 모습도 세부묘사가 생략되고 강한 음영의 대비로 표현되있다. 그렇게 자기 자신마저 오브제로 이용해 만든 자화상엔 역설적이게도 왠지 모를 어두움과 우울함이 더 많이 느껴졌다. 슈퍼맨처럼 느껴지는 그의 존재감만을 가지고 있다고 그냥 외롭고 우울해 보이는 아저씨를 그의 자화상에서 보게 됐는데 그 느낌이 좋았다.
앤디워홀을 잘 알던 모르던,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이건 아니건 어쨌든 미술관으로 그의 전시회를 보러 가는 사람들은 모두 앤디워홀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커다란 덩어리 같은 존재감을 껴안고서 가게되는게 대부분일텐데, 그 덩어리를 옆에 잠시 덜어놓고 한 사람으로서의 그의 작품을 보고 그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면 그거 하나만으로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았다. 물론 팝아트 및 현대미술에 대해 조금 더 얄팍한 지식인 감상이 생긴 건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