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용, 고속도로가 아니라 국도의 맛을 아는 남자
<거침없이 하이킥>의 최민용
이 남자, 까칠하다. 항상 뚱한 표정에 시니컬한 말투, 단체 활동에는 죽어라 비협조적이고 속 썩이는 제자들에 대한 응징은 일상,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형수와는 천적 관계, 애인에 대한 호칭은 멋대가리 없게도 ‘서선생’이다. 그래서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민용 선생은 ‘까칠민용’이 되었다. 하지만 이 남자를 두고 제작발표회에서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다. 외모도 외모지만 이민용이란 캐릭터의 내면이 예술이다”라고 호언장담해 모두를 웃겼던 배우 최민용은 진지하다. “이민용은 절대적으로 가식적이지 않은 캐릭터예요. 멋진 남자에겐 여자를 배려하는 것 외에도 얼마나 정상적이고 건강한 생각과 신체를 가지고 정도의 길을 가느냐도 중요하죠.” 즉, 그에게 ‘가식’과 ‘정도’는 영원히 평행선을 그리며 맞닿을 수 없는 두 개의 다른 길인 것이다.
“시트콤이나 정극이나 배우에게는 같다”

<비단향꽃무>의 우혁

<논스톱3> ‘변태짠돌이’ 민용
물론 ‘정도’와 ‘정석’은 또 다른 문제다. 연기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매니저가 짜장면 사준다고 해서 구경도 할 겸” 따라가 앉아 있던 방송국 구석에서 그는 엉겁결에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어떤 남자애랑 나한테 여자애 하나를 두고 싸우게 시켰는데, 만약 그 때 대본을 줬으면 줄줄 읽었을 텐데, 나는 중고등학교 때 이런저런 장사를 해서 말발로는 어디서도 뒤지질 않았어요. 마침 즉흥연기라서 재미삼아 막 몰아붙여봤죠.” 그렇게 얼떨결에 만난 이가 박찬홍 감독이었고, 최민용은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 주목받는 신인이 되었지만 스타가 되기 전에 선수치듯 군에 입대해 버렸다.
2000년 제대 후 <비단향꽃무>에서 과묵한 순정남 ‘우혁’ 역으로 화제를 모은 그가 또 다시 수개월의 공백을 거쳐 선택한 것은 시트콤 <논스톱3>였다. 시트콤 연기에 도전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뉴논스톱>의 팬이자 친구 양동근의 연기를 좋아해서 구경을 간 것이 게스트 출연으로 이어졌다. “그 전까지 딱딱한 스타일의 연기를 했기 때문에 시트콤의 풀어지는 연기는 자신이 없었는데 어느새 제가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워지더라구요. 정식으로 출연해달라고 하시는 감독님께 두세 달의 시간을 주시면 혼자 알아서 해보겠다고 했어요.” 고집 세고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한 짠돌이 대학생 역을 맡은 그에게 다행히 두 달도 안 되어 김민식 감독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 한마디에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구요. <논스톱3>는 배우로서의 나 자신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작품이라 평생 잊을 수 없어요.” <논스톱3>에 이어 <혼자가 아니야>에 출연한 뒤 3년이 지나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돌아온 그는 요즘 “시트콤을 자꾸 고집하는 이유는?”이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고집하긴 누가. (웃음) 시켜주니까 하는 거죠. 사실 시트콤이나 정극이나 사극이나 액션이나 호러나, 배우가 나와서 연기를 하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남들은 쉽게 시트콤, 시트콤 하지만 사실 시트콤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 힘들고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장르거든요.”
덤덤한 남자의 엉뚱한 매력

<거침없이 하이킥>의 ‘꽈당민정’과 ‘까칠민용’
하지만 “제 얘기는 모 아니면 도예요. 방송에 못 나가거나 아니면 너무 진지하거나”라며 웃는 최민용은 시트콤과 정극, 혹은 시트콤 안에서의 정극 연기가 모두 가능한 배우다. “과장하고 오버하고 비현실적인 걸 싫어해요. 내가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한다면 보는 사람들은 더 부담스럽겠죠. 살면서 왜 남한테 부담을 주겠어요?” 사진 촬영 도중 담배를 피워문 최민용에게 주위에서 멋지다고 외치자 웃지도 않고 받아친다. “그런 얘기를 가끔 들어. 그래서 내가 담배를 못 끊는 거에요. 어머니가 이걸 아셔야 하는데 참 안타까워.”
<거침없이 하이킥>의 민용이 이혼한 전처 신지의 집에 한밤중에 툴툴거리며 고장난 변기를 고쳐주러 가는 것처럼, ‘까칠민용’의 실제 인물도 칭찬을 쑥스러워하는 나머지 무표정과 농담으로 받아넘기는 남자다. “팬들이 저더러‘좋아요’그러면 ‘그러지 마. 왜 쓸데없이 날 좋아해? 딴 사람 좋아해.’그러죠. 물론 기분은 좋지만. 왜 그래? 사람 보는 앞에서 민망하게.(웃음) 앞에서 좋은 말하고 뒤에서 욕하는 것보단 앞에서 구박하고 뒤에서 좋은 말하는 게 챙겨주는 건데.” 그러고는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 카메라를 향해 툭, 던진다. “저 때문이죠? 죄송합니다. 장동건이 아니라서.”
“앞으로도 국도를 달릴 겁니다”
절제의 묘, 평범함 속의 비범함, 혹은 멀쩡한 얼굴 뒤에 숨은 엉뚱함은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힘을 싣고, 자기만의 방식대로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최민용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는 ‘출연료 받으면 공과금 내고 적금 들 것 같은’일상성을 갖는다. 그래서 배우로서의 그의 성적표에는 유독 공백이 많지만 띄엄띄엄 남겨진 흔적은 그만큼 인상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최민용에게는 또 한번 어떤 ‘기회’가 왔다. 자신의 캐릭터를 살린 CF도 이미 세 편이나 방영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는 그 다음의 도약을 내다보는 대신 자유와 여유를 꿈꾼다. “고속도로를 싫어해요. 여행 다닐 때. 고속도로는 빨리 갈 수 있지만 그건 노동일뿐이에요. 하지만 국도로 돌아가게 되면 많은 것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죠. 고속도로에서는 정차를 할 수 없지만 국도에서는 잠깐 쉬어가며 따뜻한 자판기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그 5분 동안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 또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어요. 내 인생도 국도를 달리고 있는 거예요. 처음 시작도 톨게이트가 아니라 로컬이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나는 국도를 달릴 겁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까칠민용’에서 벗어난 최민용의 말투는 부드러워져 있었다.
“점점 이민용화 되어가고 있다. 최민용이.”

<거침없이 하이킥>이 어느새 120회를 앞두고 있다. 일일 시트콤의 스케줄은 살인적이기로 유명한데 방영 7개월이 가까워지는 요즘 어떤가.
최민용 : 다크 서클이 점점 짙어져가고 6kg이 빠졌다.(웃음) 대부분 일일 드라마는 캐릭터가 구축될 때쯤 되면 촬영 여건이나 스태프들이 같이 자리를 잡기 때문에 수월해져 간다. 그런데 <거침없이 하이킥> 같은 경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의 강도가 점점 세져서 스케줄도 힘들어지고, 워낙 많은 분들이 봐주시니까 찍는 사람이나 연기하는 사람이나 소홀할 수가 없다. 각 파트마다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에, 또 밤을 새고 새벽에 시작하는 식으로 더뎌진다. 스태프들은 쉬는 시간 없이 풀로 일하고 연기자들은 가끔 씬이 없을 때 잠깐씩 쉬는 정도다. 아무래도 연기자는 보여지는 직업이니까 피로가 쌓이면 피부상태를 떠나서 컨디션이 좋을 때 뿜어져 나오는 감정과 지친 상태로 뽑아내는 건 차이가 있다. 하지만 다들 업이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거고, 아무리 죽겠다 죽겠다 해도 슛 들어가면 신경 써서 연기한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일할 맛이 난다.
“이민용은 내면이 멋진 남자다”
초반에 비해 출연 분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더 바쁠 것 같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민용의 등장은 특히 멜로 라인에서 빼놓을 수가 없는데, 중반 이후 시트콤이 지나치게 멜로에 의존한다는 평도 있었다.
최민용 : 겨울까지는 그랬던 것 같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멜로가 덜해졌다. 사실 <거침없이 하이킥> 같은 경우는 단순한 시트콤이 아니라‘이종(異種) 드라마’다. 드라마국이 아니라 예능국 소속이다 보니까 그냥 ‘시트콤’이라고 불러서 그렇지 오히려 드라마의 성질을 더 많이 가진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초반에 김병욱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멜로 라인을 맡아서 정극 연기를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그러면서도 시트콤, 코미디 요소가 다분히 가미된 대본을 주셨고, 그래서 처음에 톤이나 설정 같은 것들 때문에 많이 애먹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민정이와의 이민용과 신지와의 이민용, 학교에서의, 집에서의, 형수하고의, 유미하고의 이민용이 다 다르다. 그래서 각각의 연결고리를 찾느라 애먹었다. 연기 톤이 안 잡힐 땐 가뜩이나 잠잘 시간도 없는데 고민하느라 잠도 못 잔다.
<비단향꽃무>에서는 절절한 사랑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캐릭터를, <논스톱3>에서는 여자친구에게도 깐깐한 짠돌이 대학생을 연기했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이민용이라는 남자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최민용 : 남들이“까칠민용, 까칠민용”하듯 겉으로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시니컬하지만 내면이 멋진 남자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남자의 멋스러움은 아무래도 그 사람이 지닌 속마음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이민용이란 캐릭터가 그렇다. 절대 남 보기 좋고 듣기 좋은 행동은 하지 않지만 가식적이지 않고 속마음으로는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있다. 서선생(서민정)과의 러브 라인에서 그런 장점이 많이 부각된 것 같고, 형수(박해미)와의 대립에서는 서로 죽일 듯 싸우지만 그건 불화가 아니라 가족간의 사랑으로 인한 트러블에 코믹 요소를 가미한 것뿐이다. 요즘 제자 유미(박민영)와의 에피소드도 자주 나오는데 그것도 제자를 괴롭히고 혼내는 게 아니라 잘되라고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거니까 끝에 가서는 툭, 넌지시 물도 주고 하는 거다. 그리고 그럴 때의 액션 하나하나가 나한테는 소중하다. 이 물을 따서 주느냐 쥐어 주느냐 던져 주느냐, 하나하나가 다르니까 신경을 쓴다.
정말 기분 좋은 건 요즘 시청자들이 그런 노력 하나하나를 알아봐준다는 거다. 그런 보람 때문에라도 내가 좀 더 신경쓰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일정이 너무 바쁘다 보니 촬영이 없는 하루 동안 본연의 최민용으로 돌아가기가 어렵다고, 그래서 그냥 이민용으로 살고 있다고 말한 것도 봤다.(웃음)
최민용 : 점점 이민용화 되어가는 거다, 최민용이. 이미 이민용이 되어 버렸고. 그리고 애초에 최민용 안에 이민용이 적어도 2-30%는 있기 때문에 다듬어지고 표현될 수 있었던 거다. 왜, 그런 게 있잖나. 이건 내가 소화할 수 없는 캐릭터다, 이건 나와 맞지 않는 캐릭터다 하는. 그러면 나는 그냥 정중히 거절을 한다. 소위 말해 “이거 하면 뜬다”고 해도 그렇다. 스무 살 때도 그런 말을 들었지만 내가 연기를 전공한 놈도 아니고 지금 가진 역량이 없는데 떠서 뭐 하나. 그 다음에 보여줄 게 없는데. 그래서 그냥 “군대나 갈래요.”했다.
그렇게 군대에 갔다가 2000년 10월에 제대하고 그해 겨울에 <비단향꽃무>의 주연을 맡으며 돌아왔다.
최민용 : 제대하고 나서는 원래 장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를 카메라 앞에 처음 세우셨던 박찬홍 감독님께서“이거(<비단향꽃무>) 한번만 하고 그 다음에 니가 하고 싶은 걸 해라. 그 땐 뭘 하든 붙잡지도 않고 말리지도 않을 거다”라고 하셨다. 군대 가기 전에 연기를 했던 놈이 갑자기 그만두는 건 잘못하는 거라고 감독님은 생각하셨던 거다. 결국 그렇게 다시 시작해서 <비단향꽃무> 끝나고 8개월쯤 있으면서 단막극을 몇 개 하고 <논스톱3>을 했다. 그러고 보면 많이 하지도 않았다. (웃음)
“부담없이 편한 국민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데뷔는 96년경이었지만 지금까지 해온 작품 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인기나 성공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면 활동 방향은 굉장히 달랐을 텐데, 그게 아니라면 처음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최민용 : 어릴 때부터 ‘참 진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여러 가지 종교를 다 경험해보고 뛰쳐나온 상태였다. 그러다가 고 2 때 어떤 단체를 알게 됐다. 종교는 아니고 스스로 깨닫는 학문을 연구하는 단체였는데, 그 때는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방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순수했던 것 같다.
최민용 :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정말로 단순했다. 나로서는 좋은 거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했던 거고 좋은 일하는 사람들이 보다 수월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예전에“최민용이 사이비 종교단체에 빠져서 연기를 그만두고 포교활동을 한다”는 오보가 나가면서 많은 것이 왜곡되어 버렸다. 그로 인해 우리 가족과 그 단체가 엄청난 타격을 받고 고통을 받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냥 방송을 하지 말고 해외에 나가서 조용히 살까 하는 생각도 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그렇게 남다른 목적이 있었지만, 지금 당신에게 연기자라는 직업은 무엇인가.
최민용 : 목적으로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내 본업이 되어버렸고 지금은 연기자로서의 목표가 있을 뿐이다. 그 목표가 국민배우인 거고, 그건 부담없는 배우, 편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다.“오오~”하고 떠받드는 것보다는 누구든 날 보고“아, 안녕하세요?”할 수 있었으면 한다. 사실“오오~”할 만한 캐릭터도 아니지만.(웃음) 사람들이 날 봤을 때 편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편하다. 그리고 그 목표가 단순히 ‘국민배우’만이 아니라는 건 내 자신이 알 테니까 그 길을 쭉 가는 거다. 서두를 필요도 없고 서두르고 싶지도 않고. 시간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스쳐지나갈 시간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남들보다 좀 더 느긋해 보일 수도 있고 게을러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니까.
피플(ini0607): 그럼 <거침없이 하이킥>이 끝나고 난 뒤의 계획은 어떤가.
최민용 : 아직 모른다. 연달아 작품을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거침없이 하이킥> 덕분에 전보다 많은 곳에서 요청이 있는데 정말 나한테 맞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거고 남들이 봐도 부담없고 재미있는 작품을 선택할 거다. 그게 흔히 말하는 좋은 작품이냐 나쁜 작품이냐, 뜰 작품이냐 안 뜰 작품이냐와는 상관없다.
바뀌지 않는 것이 있어 늙지 않을 것 같다

나훈아 앨범을 모두 사모았을 만큼 열성팬이라고 들었다. 쓰던 물건을 잘 못 버리는 성격에 휴대폰 컬러링은 10여 년 전에 인기 있었던 X JAPAN의 곡인데,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애착이 큰 것 같다.
최민용 : 그렇다. 애착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새벽에 한국 영화가 TV에 나오면 너무 좋아서 빠져서 봤다. 50년대, 60년대의 영화를 보면 그 당시 서울 풍경을 볼 수 있으니까. 그렇게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좋다. 이야기도 좋고. 과거도 좋다. 그 컬러링은 몇 년째 똑같은 노래인데 그것만큼은 영원했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그렇게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게 없고 영원한 게 없으니까. 나는 지극히 현실주의자지만 그렇다고 항상 현실과 타협해 나를 끼워넣고 싶지는 않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살기 위해 이것만큼은 지킬 수밖에 없다, 포기할 수 없다, 하는 게 있나?
최민용 : 도리다. 남들이 뭐라 해도 도리만큼은 지킬 거고 정도가 아니면 걷지 않겠다. 무모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그게 맞을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불의를 보면 못 참고 그런 성격은 아니다. 잘 참는다. 성질을 부려서 그렇지. (웃음)
그로 인해 뭔가를 잃게 된다고 해도?
최민용 : 후회 안 한다. 뒤늦게 후회하는 것보단 낫다. 나를 잃는 것보단 그게 낫다. 그로 인해 후회한다면 바로 나란 놈을 잃게 되는 건데 그럼 사는 의미가 없는 거니까.
피플(가루비): 그렇다면 미래의 최민용이라는 인간은 어떨 것 같나. 어떻게 늙고 싶나?
최민용 : 나훈아 선생님처럼. (웃음) 그건 외향적인 거고, 사실은 안 늙을 것 같다. 예전부터 갖고 있는 생각인데, 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다. 발전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나도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안에서 안 바뀌는 게 있다. 그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다져지고 강해지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피부톤이 약간 어두워지겠지만 이 안의 것은 똑같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게 정말로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그 때 우리 둘 다 살아 있다면 다시 인터뷰를 해서 말해주겠다.“그 때 그게 바로 이거대요.”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