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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3

유인영 |2007.05.02 23:23
조회 578 |추천 2

액션 스케일이 커졌다는 생각보다는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가장 '드라마'가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거미줄 쇼보다는 맨주먹으로 치고 받는 싸움이 더 많아

1,2 편에 비해 스파이더맨의 거미로서의 능력이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느낌도 받았다.

한 층 강해진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감상하기 원했던 나로서는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타고 씽씽 날아다니는 장면을 많이 보지 못해 실망한 면도 없지 않다.

대신 생각할 거리를 잔뜩 던져준 덕분에

나는 이런 재미와 오락 위주의 헐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텨 영화를 보면서

머리를 굴려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적어도 <스파이더맨 3>에서는

스파이더맨의 거미 인간으로서의 화려한 초능력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스파이더맨의 몸놀림은 여전히 고혹적이었다. (섹시해~ 섹시해~ @.@)

 

1. 늘어난 악당과 복잡해진 애정 관계

 

악당이 셋으로 늘었고 애정 관계도 1, 2편 보다 훨씬 복잡해 졌다.

갑자기 늘어난 악당 탓에 바빠진 것은 '스파이더맨'만이 아니었다.

'피터 파커' 역시 복잡해진 애정 관계로 골머리를 썩고

게다가 가장 어렵다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인해 꼴이 말이 아니다.

새로 등장한 '그웬 스테이시'와 '피터 파커', '엠제이', '해리'의 사각 관계와 더불어

'그웬'과 '피터', '애디'의 삼각관계까지.

물론 로맨스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피터'와 '엠제이'에게 있다.

그웬과 피터, 엠제이와 해리의 사각 관계가 비교적 분명히 드러난 반면,

그웬과 피터, 애디의 삼각관계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좀 아쉽다.

(이 삼각관계가 좀 더 확실히 표현되길 바랐는데......)

좀 더 확실했다면 애디가 '베놈'으로 변화되는 과정이 좀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피터에 대한 보복심이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은 느낌이다.

스파이더맨 최대의 악당이라고 하는 '베놈'의 최후 역시 조금은 시시하게 끝난다.

가장 늦게 등장해서 가장 싱겁게 끝나버린 베놈.

설마 그렇게 끝날리가 없다는 생각에

늘 그렇듯 마지막에 4편을 예고하는 뭔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2. 전편에 비해 늘어난 유머

 

'피터 파커' 자체가 어딘가 약간 모자라 보이는 캐릭터라

1편 때도 그의 어리바리한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3편에선 그의 얼빵한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게다가 블랙 스파이더맨 옷을 입은 후의 그의 행동이란......

뷰어 신문사 편집장님과 함께 그는 우리에게 적잖은 웃음을 선사한다.

 

3. 구분이 없어진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

 

고등학생 때 왕따였던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이 된 이후 모든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게 된 그는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다.

경찰 국장의 딸인 '그웬'을 구해낸 공로로

시민 공로상을 수여받는 날 마음이 들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나,

팬 서비스랍시고 '그웬'에게 키스를 허락하는 그는

'스파이더맨'으로서의 '피터 파커'가 아니라 '피터 파커'로서의 '스파이더맨'이었다.

(열 여자 마다 않는 남자 없다더니만...)

엠제이와 처음으로 나눴던 키스, 즉 엠제이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의 키스'를

엠제이 앞에서  그웬과 나누는 스파이더 맨. (스파이디, 너무 오바하셨다~) 

샌드맨과의 싸움 후 마스크와 신발을 벗으며 모래를 털어내는 모습은

스파이더맨의 인간성을 부각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번 편은 그 어느 편보다도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의 구분을 두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스파이더맨이 가면을 벗은 채 피터의 얼굴을 드러낸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이 둘의 구분을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슈퍼맨>에서 '클락 켄트'와 '슈퍼맨'이 철저하게 분리됐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4. 도움을 청하는 영웅

 

사람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기에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도움을 필요로 하며

설사 스파이더맨일지라도 도움은 필요하다고 말하는 엠제이.

피터에게 도움을 주고자 찾아온 엠제이에게

자신은 스파이더맨이기에 도움따윈 필요없다며 그녀의 호의를 매몰차게 뿌리치는 '피터'.

그런 그가 '스파이더맨'으로서 해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이 때 관객들 반응은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네가 그런 짓을 하고도 어떻게 도움을 청하냐는 그런 식의 반응이었다.)

이런 모습은 '스파이더맨'이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친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5. '해리 오스본'의 재발견

 

특히 이번 3편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스파이더맨도 스파이더맨이지만,

스파이더맨 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해리 오스본(제임스 프랭코)'이다.

한 때 해리에게 있어 피터는 자신의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스파이더맨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그가

스파이더맨, 즉 피터 파커에 대한 복수심을 버리고

그의 진정한 친구로 다시 돌아오기까지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집사의 결정적 한 마디로 인해 맥이 빠지는 면도 있지만

(처음 볼 땐 안 그랬는데 두 번째 볼 땐, 이 장면에서 사람들이 엄청 수군거렸다.

진작에 말할 것이지 왜 이제서야 말하냐는 반응인 것 같았다.)

그것은 아버지 죽음에 대한 오해를 풀어줄 뿐

피터가 해리에게 한 짓에 대한 용서는 전적으로 해리의 몫이었다.

그리하여 한 때 적이었던 뉴고블린과 스파이더맨이, 아니 해리와 피터가 손을 잡고

샌드맨과 베놈에게 맞서 싸우는 마지막 장면은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혼자 이 세상을 구하겠다고 고군분투했던 스파이더맨의 나홀로 원맨쇼보다

훨씬 훌륭했고 그 어떤 장면보다 빛이 났다.

'해리'의 이런 캐릭터를 더욱 빛내주는 것은 바로 '제임스 프랭코'의 외모였다.

1편 때부터 '해리 오스본'의 외모는 눈여겨 뒀지만

3편에서의 그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특히 스파이더맨과의 싸움 후 기억을 잃어버린 해리가 짓는 미소는 예술 그 자체다.

어쩜 그리 해맑게 웃는지....(어떻게 보면 '제임스 딘'이랑 닮았다.)

 

6. 복수가 부른 악

 

우주에서 떨어진 '심비오트'가 피터에게 기생하게 된 것은,

삼촌을 죽인 범인에 대한 피터의 복수심이 발동된 이후였다.

피터의 뒤를 따라온 후 계속 피터의 방에 있었지만 활동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심비오트가 애디에게 옮겨간 이유 역시 그의 피터에 대한 증오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악당은 없었다.

극 중 피터의 숙모가 말씀하셨듯이 '복수는 독약'과 같은 것이기에

선량한 사람도 망친다.

뉴고블린이 그랬고, 베놈이 그랬다.

상대에 대한 복수심이 악을 탄생시켰다.

샌드맨 역시 딸의 수술비를 위해 돈을 훔쳐야 했고

번번히 방해만 하는 스파이더맨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결국 그는 베놈과 손을 잡고 스파이더맨을 공격한다.

 

7. 용서와 화해 그리고 선택

 

영화는 시종일관 복수와 용서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해리가 피터를 용서했듯,

피터도 샌드맨을 용서한다.

 

"우리는 늘 자신과의 싸움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선택에 의해 우리의 본질이 규정되고,

옳은 것을 선택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길을 가던 할아버지가 피터에게 말한다.

"한 사람만 노력해도 세상은 변한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큰 힘이 아니다.

'나'부터 시작하는 마음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우리가

다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옳은 길을 선택한다면

이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8. 딴 이야기

 

사실 이런 설정은 다분히 성서적이다.

처음에 하느님이 인간을 만드신 후 에덴동산에서 살게 하신다.

그리고는 에덴 동산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먹되, 선악과 열매만은 먹지 말 것을 당부하신다.

인간은 결국 선택한다.

선악과 열매를 따 먹기로.

결국 인간의 선택에 의해 악이 생겨난 것이다.

하느님이 말씀하신 '먹지 말라는' 옳은 길을 선택했다면,

악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게 된 셈이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날려버리고 있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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