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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읽기 사랑에 빠진 여자 사랑에 빠진 남자

박용민 |2007.05.14 19:18
조회 98 |추천 0

사랑의 정열에 파묻혀 있으면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연인들은 그저 같이 있는 순간을 즐기는 데 빠져 내일이 필요치 않다. 오늘 지금 현재의 사랑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연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유혹하고 그 유혹에 아낌없이 몸을 내던져도 그것이 정녕 자신을 옭아매는 올가미인 줄 깨닫지 못한다. 사랑의 도취에 빠져 진정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고 싶지도 느끼고 싶지도 않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할 시간이다. 연인들에게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랑은 시간이 흘러가면 가슴속에 상처와 사랑했었다는 아름다운 추억만 남기고 덧없이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사랑이 다하는 순간까지 서로에게 열중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의 시간이 멈춰 있다면 현실을 잊어버리고 열심히 사랑하지는 않는다. 언제든지 사랑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랑의 열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래서 짧은 사랑에 취해 있는 연인들은 자신의 사랑이 전부인 줄 알고 있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여자
티치아노 베첼리오 ‘우르비노의 비너스’

사랑을 기다리는 여자는 아름답다. 봄바람에 자신을 숨기지 못하고 만개하는 꽃처럼 여자는 사랑의 바람 앞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연인에게 펼쳐 보인다. 여자에게 사랑은 어떤 향수보다 짙은 향기를 품게 만들고 어떤 옷보다 아름답게 해준다.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작품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커튼으로 반쯤 가려진 침대에서 벌거벗은 채 사랑을 기다리며 유혹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 작품은 곤차가 가문의 귀도발도 델라 로베레와 줄리아 다 바라노의 신혼 방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비너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은 16세기에 아주 흔한 소재 중에 하나다. 원래는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의 그림으로서 귀족들이 자신들의 신혼 방이나 침실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심지어는 다산을 상징하기 위해 화가들에게 주문을 의뢰한 것이다. 티치아노는 이 작품을 위해 르네상스 시대 처음 기대어 누워 있는 누드를 주제로 한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의 모티브를 그대로 사용했다. 조르조네의 목가적인 작품을 티치아노는 가정적인 분위기로 바꾸어 놓았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는 여신이 아니라 현실속의 여인이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우르비노의 비너스’, 이 작품속의 비너스는 침대에 누워 화려한 보석 팔찌를 두르고 장미꽃 다발을 손에 쥐고 있다. 커튼 뒤로 보이는 독특한 모양의 기둥이 있는 창문은 우르비노의 궁전을 묘사한 것으로 이 작품이 어디에 걸릴지 암시한다.

창문 난간에 있는 둥근 은매화 나무는 비너스가 들고 있는 장미꽃과 더불어 결혼의 영원한 애정과 헌신을 상징하고 있다. 개는 주인에게 복종을 하는 충성스러운 동물이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 발밑에 개를 그려 넣은 것은 부부가 서로 결혼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서로에게 정절을 지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창가의 두 사람의 하녀가 옷궤에서 옷을 꺼내고 있다. 결혼식의 함으로서 신부의 옷이 들어 있는 옷궤에는 그 당시 보통 남녀의 누드가 그려져 있었다.

이 작품처럼 실내를 배경으로 한 누드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고전문학에 영향을 받은 데서 비롯되어 16세기 전반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티치아노 베첼리오(1487년께~1576)의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사랑의 여러 가지 측면과 순결과 관능의 결합이다.

사랑에 빠진 남자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 ‘아르미드의 쾌락의 정원에 빠져 있는 르노’

사랑의 정열에 휘감겨 있는 남자는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세상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을 몰락의 길로 인도할망정 지금 단 하나의 사랑에 자신의 전부를 걸고 있다.

티에폴로의 ‘아르미드의 쾌락의 정원에 빠져 있는 르노’ 이 작품은 사랑의 쾌락에 빠져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린 남자를 표현했다.

용맹스러운 프랑스 기사 르노는 팔레스타인 항구 도시인 아스칼론을 함락시키기 위해 십자군을 이끌고 출정했다. 도착한 어느 날 어딘가 어색한 병사가 그를 찾아온다. 아스칼론의 왕의 딸인 무녀 아르미드다. 그녀는 십자군을 속여 다른 곳으로 유인할 목적으로 남장을 한 것이다. 르노는 남장을 한 그녀를 눈치 챘으나 여자로서의 매력을 느낀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금방 빠져들었다. 그녀의 접근 목적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피해 아르미드와 르노는 사랑을 속삭인다. 그런 사실을 눈치 챈 마법사가 두 사람을 비밀의 정원으로 유인한다. 아르미드의 매력에 빠져 있던 르노는 현실을 잊고 그녀에게 빠져 나오지 못했다. 두 사람은 정염으로 불타 비밀의 정원에서 한없이 사랑을 나누었다.

르노가 사라진 사실을 안 십자군들이 마침내 비밀의 정원에서 사랑의 쾌락에 빠져 있는 그들을 발견한다. 르노는 병사들이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사랑만 속삭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목적도 잊어버린 채 르노를 사랑하게 된 아르미드는 결국 그에게 고백을 한다. 사랑의 꿈에서 깨어난 르노는 군사들을 이끌고 비밀의 정원을 폐허로 만들어 놓는다.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아르미드는 비밀의 정원 폐허 더미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비밀의 정원 한 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침대에서 아르미드와 르노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앉아 있다. 사랑에 빠져 있는 르노는 갑옷과 칼 그리고 방패를 바닥에 던지고 그녀의 허리를 안고 있다. 두 사람이 깔고 앉아 있는 주홍빛의 천은 두 사람이 정열에 빠져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화면 왼쪽 큐피드는 하늘에서 화살을 쏘아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담 너머 두 명의 십자군들이 그들의 사랑을 훔쳐보고 있어 그들의 사랑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1696~1770)는 사랑과 배신으로 얼룩진 비극적인 이 이야기를 몇 편의 작품으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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