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을 찍었다.
이 곳에서 부터 저 곳까지
열심히 걸었다.
투명한 유리병에 하나하나 채워지는
흰색의 자극제들은 나의 입가에
절로 미소를 만들어 주고
한 알씩 삼킬 때의 그 짜릿함은
느릿해지는 심장의 고동을 앞당긴다.
시들어가는 누런 빛 잔디 위에 누웠다.
맨살에 와닿는 파삭거리는 감촉은
언젠가 책장을 넘기다 날 세운 종이 끝을
스친 나의 엄지를 떠올리게 한다.
적막한 밤이 찾아오면 또 다시 누군가들은
누군가를 잡아먹으려 두 눈에 불을 켜고
닫혀진 귀는 박쥐처럼 흠칫 거린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고 또 다른 아침이
찾아오면 태연하게 속을 게워내고.
저만큼 멀어져 있던 어둠이 내 두 눈위로 왈칵
쏟아지는 그 순간 시퍼런 통증에 정신을 차리고 나면
어느새 난 반쯤 먹히고 있다.
살이 찢겨나가고 피가 터져나오는 그 순간에도
난 비명 한번 지를 수 없다.
내 두 손에 쥐고 있는 게 없으니까 그저 먹혀들어 간다.
이겨내려면
때로는 우악스러운 이빨 처럼 날카로운
칼날도 필요하고
온 몸을 기어다니는 시뻘건 지렁이 처럼
질긴 고무줄도 필요하고
단번에 쏘아 붙일수 있을 만큼 재빠른
화살도 필요하지만
난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지금의 나를 미치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