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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접

박한솔 |2007.05.17 12:11
조회 54 |추천 0

70장...

 

이 장수가 내가 가지고 있는 $200짜리 여행자 수표를 뜻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당연히 아니다.

 

이력서를 70장 돌리는 동안 많은 것을 느꼈다.

 

처음 이력서를 복사할때 얼마나 설레였는지를 생각하면 지금 내 꼴이 우습다.

 

'어디서 일할까?'

'시간당 얼마 이하면 안해야지!'

 

 

참... 바보같은 생각 많이 했었다.

 

떨리는 손으로 처음으로 한장을 건넸을때, 받는 사람이 미소를 지어서 나는 한번에 일자리를 구할수 있을것으로 생각했다.

 

당연히 그것은 '착각'이였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나를 누가 써 주겠는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여기가 시드니라면 한국사람이 넘쳐나기 때문에 일자리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긴 시드니가 아니였다.

 

더군다나 이제 호주 대학생들 방학을 해서 일자리를 구하는 학생들이 길거리에 넘쳐난다.

 

그들은 당연히 나보다 영어를 잘한다.

 

덩치도 나보다 크다.

 

가게의 사장들은 수북히 쌓인 이력서 중에서 필터링 해 갈 것이다.

 

경험...

 

한국에서 일한 경험은 있지만 호주에서 일한 경험은 당연히 없다.

 

영어...

 

호주학생들에 비해 딸리는건 당연하다.

 

이렇게 나의 이력서는 뒤로 뒤로... 그렇게 되다 보니 전화가 걸려올 가능성은 '넉넉잡아' 5%라고 치자. 이력서를 20장 돌리면 5% × 20장이되어 100%로 취직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5%가 반올림 되어 0%가 되고 0% × 20장 = 0이라는 참담한 결과가 현실적이라고 할수 있다.

 

 

책상에 앉아서 책이나 보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보나마나 내가 인터넷에 올려놓은 물품을 산다는 전화겠거니 하고 힘없이 받았다.

 

한솔: (한국어로)여보세요?

상대방: (한국어로)여보세요?

 

분명 나랑 똑같이 한국어로'여보세요?'라고 했다. 근데 말투가 약간 어색하다.

 

한솔: 네 말씀하세요.

상대방: (영어로)#^%*&**%#@%$?

한솔: (그제서야 영어로) 혹시 일할사람 구하는 건가요?

상대방: 그래 너 오늘 우리 가게에 이력서 남기고 갔지?

한솔: (놀래서) 네! 혹시 빈자리 있나요?

상대방: 내일 오후에 일단 우리가게로 일단 와봐.

 

그의 이름은 Greg이였고 자신의 가게 이름을 알려주었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알았다고 한후 전화를 끊었다.

 

'드... 드디어 일을 시작하게 되는 건가?!!!'

 

내 인생에 일자리 구하고 이렇게 설레여 보긴 처음이다. 내 주위의 수 많은 사람이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하고 농장으로 들어 갔고 나 또한 결국 돈만 쓰고 귀국하게 될줄 알았다.

 

다음날.

 

나는 정말 일찍 일어났다. 시티에가서 잠시 볼일을 보고 1시쯤 Greg의 가게가 있다는 South Bank(은행 아님! Train Station 이름)로 갔다.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주소를 못 들었다. 할수없이 상호명으로 South Bank에 있는 식당을 내가 이력서 뿌렸던 순서대로 다 뒤져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한솔: 어제 전화받고 왔는데요.

Greg: 저기 의자에 잠깐 앉아 있어.

한솔: 네.

 

의자에 앉아서 가게를 대충 살피고 있는데 웬 동양여자가 눈에 띄었는데 그 여자가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헷갈린다. 나는 대뜸 말을 걸었다.

 

한솔: 어느나라에서 오셨나요?

그 여자: 당신이랑 똑같아요.

한솔: 아... 한국에서 오셨나 보네요.

 

그녀는 여기온지 나보다 오래되었고 영어실력도 나와 차원을 달리했다(점점 내 자신이 초라해져가는 느낌...). 그녀는 이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를 하고 있었는데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외국인 손님을 자연스럽게 대하고 있었다. 앉아서 가게를 둘러보고 있는데 Greg이 왔다.

 

Greg: 일해본 경험은 있어?

한솔: 호주에서는 아직 못 해봤습니다.

Greg: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너 영어 너무 못 한다.

한솔: (아픈 곳을...-_-;;) 그래도 시켜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Greg: 일단 그럼 저녁 5시에 다시 와봐. 그때 일하고 있는 친구하는거 보고 제대로 따라할 수 있으면 시키고 아니면 끝이야.(그는 말하면서 발로 뻥 차는 시늉을 한다.)

한솔: 네. 그런데 제가 무슨일을 하게 되나요?

Greg: 설겆이

한솔: 네.-_-;; (예상은 했다. 설마 내 영어실력으로 웨이터를 할리는...;;)

 

오후 5시.(무려 4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단 한줄로 넘어가 주는 센스~!)

 

내가 가게에 들어서니 앞치마를 주며 일하고있는 키친핸드(설겆이 하는 사람; 주방보조)를 소개시켜주었다. 그의 이름은... 들었는데 워낙 발음이 어려워서 까먹었다.^^;; 어쨋든 헝가리에서 왔는데 무척 착해보였다. 이러 저러한 일을 배웠는데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배우고있는 중 Greg이 와서 나보고 어떻냐고 물었다. 내가 별로 어렵지 않아보인다고 말하니 그 헝가리 친구와 Greg이 웃는다.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저녁은 마감타임이라 별로 바쁘지가 않단다. 식기세척기 돌리는 법, 청소하는 법, 쓰레기 버리는 법을 모두 배운후 Greg이 나에게 일을 가르쳐준 헝가리 친구에게 어떻냐고 물었다. 헝가리 친구는 시원스럽게 'Perfect!'라고 답해주었고 그때부터 나의 일은 확정이 되었다.

 

*저 같은 경우, 추천인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담당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헝가리 친구가 Greg에게 좋게 말해준 것이 아마도 제가 일하게 될수있게된 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Greg은 나보고 토요일 오후 5시에 한번 더 오라고 했고 나는 들뜬 마음으로 가게를 나섰다.

 

아직 일을 시작한건 아니지만 드디어 내손으로 돈을 벌수 있다는 사실에 날아갈 것 같았다. ㅎ

 

 

[20]글에서 계속 됩니다--->>

 

 

[2005.12.07] 아...이글 쓰는데 엄청 애 먹었습니다. 이번 글은 글쓰다가 마우스에 달려있는 [뒤로가기] 버튼(여기 마우스에 뒤로가기 버튼이 달려있습니다. -_-;;)을 실수로 누르는 바람에 다 날려서 다시 적은 글입니다. 그나저나 호주사람들 개념이 없는건지 무감각한건지 음악을 정말 간단하게 듣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면 우리나라처럼 음악이 다양하지 못 하고 정말 오래된 음악을 듣거나 최신곡이라도 히트쳤다 하면 라디오에서는 하루종일 그 음악이 나옵니다. 지금도 옆의 라디오에서 수십번도 더 들었던 그 음악이 나오는데 정말 짜증이 날 정도군요...;;(오른쪽의 라디오를 꺼버리고 싶다는...;;) 한번은 Yesterday와 Let it be라는 90년대 초반으로 들리는 음악을 지겹도록 들었는데 정말 호주인들의 음악 감각에는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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