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슴을 쓸어 낸다
박광진
나
큰 맘 먹고
가슴을 쓸어 낸다.
진공 청소기는 사용하기 싫다.
시끄럽고...
혹시나 가슴에 생채기를 낼까
조금은 걱정이 된다.
난
숱이 많고 부드러운
빗자루 하나로
조심스레
내 가슴
쓸어 내고 싶다.
얼룩은...
내 가슴 오래된 얼룩들은...
쓸리지가 않는다.
성능 좋은 약품을 가져다
닦아내 본다.
그렇게 쓸어내고 닦아낸다.
하루 종일 그렇게...
쓸어내고 닦아 낸다.
근데...
그렇게
쓸어 내고 쓸어냈는데도 없어지지가 않는다.
내 감정들이...
그렇게
닦아내고 닦아냈는데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내 가슴의 얼룩들이...
아...
난 참 바보인가보다.
청소한다면서 쓰레받이도 준비하지 않았구나!
내 감정을
그저 여기서 저기로...
또, 저기서 여기로...
밀고만 다녔구나.
그렇게
내가 얼룩이라고 그렇게 지우려했던 저것은...
오래전 내가 소중히 그려놨던
내 추억들이구나.
혹시나
상하지나 않을까 그토록 염려하며
소중히 간직했던
내 삶의 조각들이구나...
결국
난,
가슴 쓸어내기를
포기한다...
그저 가끔씩
변질된 감정의 찌꺼기만
슬쩍 걷어내면
그 정도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마음 한 귀퉁이에
튼튼하고 예쁜 액자 하나 마련해서
내 추억들.
소중히 걸어 놔야겠다.
가끔씩 응시하며
지나가버린 소중한 것들을
떠올려 봐야겠다.
가슴을 쓸어내려고 맘먹은 거...
내가
너무 어리석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