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랭보2

박은숙 |2007.05.21 04:26
조회 38 |추천 0
-탕
-탕
두발의 총성소리가 들려왔다.




1873년 7월 10일 새벽 6시...
이른 아침이었지만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깊은 잠에 빠져들지 못하고 눈을 떴다.
-여름이라 그런가...
그는 점점 더 길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염증을 느낀다.
오랜 시간을 고민해왔다.
베를렌은 오늘에서야 그 모든 고민의 끝을 내고자 침대에서 일어나 씻지도 않은채
방문을 열었다.
-정말로 이것이 끝일까?
그는 같은 물음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그는 며칠전 만났던 그 남자를
다시금 찾아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를 만나면서 시작했던 하얀 가루에 취해 이제는 그를 갖기 위함이 아닌
그를 잊기위해 찾고 있었던 것이다.
한모금을 주욱 빨았다.
눈앞이 아른해지면서 동시에 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다.
꼭 어느 여름날이 아니라 그와 즐거웠던 그 봄날의 나른함과
숫재 다를바없는 그 느낌이었다.
베를렌은 눈을 감았다.
 
A는 검정색, E는 하얀색, I는 빨강색, U는 초록색, O는 파랑색
모음들이여, 나는 언젠가 너희들의 은밀한 탄생을 말하리라.
A, 지독한 악취 주위에서 윙윙걸리며
번쩍거리는 파리들의 털로 뒤덮인 까만 코르셋, 혹은 어둠의 만(滿)
 
E, 안개와 천막의 옅은 하얀색,
고결하고 오만하게 치솟은 빙산의 끝, 백발을 휘날리는 제왕들,
산형화의 전율.
 
I, 붉은 빛, 각혈, 분노하거나 참회에 잠긴
아름다운 입술에 감도는 웃음.
 
U, 천체의 순환, 푸른 바다의 성스러운 율동,
짐승들이 흩어져 노니는 목장의 평화,
연구에 골몰하는 위대한 연금술사들의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의 평화.
 
O, 날카롭고 기이한 소리로 가득찬 천사의 나팔,
지상과 천상을 꿰뚫는 고요,
- O 오메가, 신의 눈에서 나오는 보랏빛 광선
 
- A.E.I.O.U
이것을 나에게 보낸 청년은 도대체 누구요?
 
-하하하, 베를렌. 우리네가 이런 편지를 받아보는 것이 한두통이오
그냥 시를 좇는 한 청년의 장난글이겠지
원래 이런 부류들이 어떻게 한번 눈에 띄고자 쓴 것이 아니겠소?
아직 철이 들나서 그렇지 어디 이게 시에 들기나 하겠소?
 
AE I Owe Uou...
허허 어메리칸 잉글리쉬로 나는 당신을 소유하겠소라는 것인가?
어린 것이라 어쩔 수 없구료
그 천박하고 야만적인 어메리칸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을 보니...
 
-하하하, 농담이 지나치시오
그렇다면 우리가 불쾌해야겠소
그런 야만적인 사랑은 우리에게 걸맞지 않으니까 말이오
 
-어메리칸 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미합중국은 요근래에 겨우 전쟁이 끝났다고 하더군요
남북전쟁이라고 하던가?
자기들 나라끼리 남북으로 갈라져서 싸우는 꼴이 여간 우습지 않다고들 하더라오
그리고 역시 야만인이라 다르더라구
백인과 흑인이 같다는 생각으로 인권이 어쩌구...
참내, 살다보니 별소리를 다 들었다니까,
백인과 흑인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는지...
 
오래간만에 모인 자리라 그런지 친구들의 말도 안되는 논쟁은 끝이 없었다.
 
- Rimbaude, 랭보라...
 
베를렌은 오래간만에 만난 지기들과의 만남이었지만
술자리가 너무도 지루해서 끼는둥 마는둥하며 얼른 집에 돌아가
이 랭보라는 청년이 보낸 편지를 곱씨어보고 싶은 마음이 역력했다.
참 마음에 들었다.
탁월한 시어들뿐만 아니라 그 강렬함이
오래간만에 그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집어넣어 주는 듯 했다.
비생산적인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겼고 그는 피곤한 마음에 안주머니의 편지도 잊은채
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당신이에요?
-음, 아직 안잤어요?
-아니에요, 자다가 잠깐 깼어요. 피곤하죠, 얼른 주무세요.
-뜨거운 물에 몸 좀 담그고 자리다.
오래간만에 술을 거나하게 먹었더니 조금 취하는 구려
-목욕준비를 해드릴까요?
-피곤할텐데 부탁해도 되겠소?
 
부스럭거리면서 베를렌의 아내는 일어나 목욕준비를 하러
욕실로 가려다가 이내 옷장앞에서 무엇을 찾아서 베를렌앞에 쑥 내밀었다.
 
-여보, 속옷이에요
-고맙소
 
베를렌의 아내는 물을 데워놓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베를렌의 목욕준비를 해주고는
일전에 다녀갔던 몽테뉴의 아내가 몸의 긴장을 풀어준다며주었던
장미수 몇방울과 장미꽃잎을 욕조안에 떨어뜨렸다.
 
-준비되었어요
-그러지
 
베를렌은 요즘 여자답지않게 착한 아내를 바라보다가 욕실로 향했다.
김이 뿌연 욕조안에 들어가려다 이내 피식 웃었다.
 
-몽테뉴의 아내가 다녀간 모양이군...
 
장미꽃잎이 몇잎 떠있는, 장미향이 나는 욕조를 바라보며
그는 몽테뉴의 부인의 호사스러움에
왠지 모르게 나의 아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발끝부터 천천히 발을 담그었다.
 
-철벅
 
하며 베를렌의 무게만큼 이기지 못한 물이 욕조바깥으로 넘쳐흘렀다.
욕조의 가에 겨우겨우 붙어있는 장미꽃잎을 바라보며
무언가 떠오르려 했지만 피곤해서일까
그냥 이내 눈이 먼저 감긴다.
 
20여분이 흘렀을까?
 
-씻는 것을 도와드릴까요?
 
아내는 아직 잠이 들지 않았는지 욕실로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럴까?
 
처음에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국부를 가리곤 했지만
이것도 익숙해져일까 이제는 괜찮다는 것에 빙긋 웃음이 났다.
수증기 속의 아내는 고대의 그리스 신화에나 나옴직한 여신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약간 구불거리는 갈색머리.
부드럽고 긴 속눈썹
도톰한 입술
풍만한 가슴선과 엉덩이
 
아내는 향비누를 거품내어 나의 몸 구석구석에 그 거품을 얹는다.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나의 몸을 깨우는 여신이라도 되는 것 마냥
물을 몇차례 끼얹고는 다됐어요 라고 귀옆에 살랑이며 말하고는
볼에 입을 맞추고 욕실을 나갔다
베를렌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나와 수건으로 몸을 닦고는
가운만을 걸친 채 침실로 갔다
 
아내는 벌써 자고 있는 것일까?
잠시동안의 일이 꿈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내는 잠이 들어있는 듯 했다
베를렌은 옆으로 누워 아내를 바라보다 언덕같은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아무 반응이 없다.
 
-정말로 자나?
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베를렌은 포기하지 않고
그의 몸을 깨운 여신의 귓불에 생명을 살려내듯 뜨거운 바람을 훅 불어내며
살짝 깨물었다.
베를렌의 아내는 몸을 피하는 듯하다가
베를렌이 허리에 감는 손에 이끌려 그의 품안으로 이끌려왔다.
 
-베를렌...
 
아내는 무어라 하기전에 입술을 막은채 오랜 잠을 깨우듯
그녀를 꺠우고는 그녀의 몸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