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는형에게 일자리를 소개 받았다.
Trolley를 정리하는 일인데 시급은 $10로 보통이였고 16시간동안 트레이닝을 받는 동안 반밖에 받지 못하지만 지금 이일저일 가릴때가 아니였다.
무조건 한다고 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5존이라는 거리가 실감이 되었다. 무려 1시간 10분이나 걸렸는데 내가 잘 몰라서 돌아서 간것 빼면 1시간 정도 되는 거리이다.
5존에 엄청나게 큰 쇼핑몰이 있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140번,150번버스를 타면 종점이 Grand Plaza인데 Woolworth부터 시작해서 Big W, Coles, Target등 호주를 대표하는 할인 매장이 밀집 해 있었다.
이렇게 거대한 마켓들이 몰려있다보니 주차장도 당연 거대하다.
소규모 놀이동산을 방불케 할 정도인데 이렇게 넓은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트롤리를 모아야하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이것이 Trolley다. 우리가 흔히 '카트'라고 부르는 건데 모으면 무게가 꽤 무거워진다.
*Trolley(Brisbane Grand Plaza)
-준비물: 로프, 물통, 모자, 도시락, 선로션, 운전면허증(필수 아님)
-복장: 형광색 상의, 반바지, 운동화
-트레이닝 기간: 3일간 16시간(수퍼바이져 마음이므로 좀 더 작을수도 많을수도 있다.)
-시급: $10
이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주차장에서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각 마켓의 트롤리들을 분류하여 제자리에 놓는건데 주차장 규모가 크고 트롤리가 워낙 많아서 힘든편이다.
특히나 목,금,토는 쇼핑데이라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손님이 많이 오는 만큼 트롤리가 빨리 소모되므로 빨리 빨리 모아서 갔다줘야 한다.
스피드가 생명이다보니 보통 10개씩 겹쳐서 옮기는데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 트롤리들을 굴리다보면 가끔 컨트롤이 안될때가 있다.(준비물의 로프는 맨 앞의 트롤리를 잡아두기위해 필요하다) 그러다가 혹시나 옆에있는 차에 부딪히면 변상을 해야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시간당 $10벌려다 한순간에 몇백 달러 잃으면 이 무슨 재앙인가...?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한다.
한번은 베이스에서 카트를 정리하고 있는데 내 옷이 주차요원 옷 처럼 보였는지 한 할머니가 오셔서는 나에게 말을 건다.
"내가 차를 어디다 주차시켜놨는지 기억이 안나. Do you #@ &*&^} %%~`?"
'어쩌라고... -_-;;'
나는 친절하게(?) 'Security에게 물어보세요.'라고 대답했다.
트레이닝 둘째날, 첫째날 선로션을 바르지 않아서 후회한만큼 이 날은 선로션을 꼭 챙겨 발랐는데 더 중요한 도시락을 미처 준비하지 못 했다. 할수없이 Coles마켓에 들러서 빵과 음료수를 사먹으려는데 돈이 정확하게 $1가 모자랐다(Bugger!). 그래서 빵과 음료수중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갈등을 겪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슬며시 오더니 빵에다 뭔가를 붙이고 간다. 그가 붙이고 간건 다름아닌 Reduced Price 스티커였고 무려 반값에 빵을 살수 있었다. 스티커를 붙이고간 그의 뒷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정말 1분만 내가 더 일찍 왔었어도 빵을 사지 못 했었을 것이다.
트레이닝 마지막날, 이 날 집을 나설때 부터 날씨가 왠지 심상치가 않았다. 역시나 도착하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조금씩 오는 비가 차라리 내리쬐는 햇볕보다는 나아서 그냥 맞으면서 일했는데 두시간쯤 지나니 번개가 치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와도 손님들은 차를 타고 계속 오기 때문에 마냥 쉴수만은 없다. 세차게 몰아치는 폭우속에서 카트를 끌며 일을 하고 있는데 정말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이 실감이 되었다. 머리와 옷은 바닷물에 빠진 것 처럼 완전히 젖었고 정말 주저앉고 싶을정도로 힘들었다.
한국에 있을때, 식당에서 홀서빙을 하며 힘들어했던 때가 생각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일은 일도 아니었다. 바닥에 흐르는 물 때문에 경사를 따라 카트들이 또 굴러가기 시작한다. 붙잡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는데 다행히 차가아니라 벽에 부딪혀서 쓰러진다.
두시간쯤 지나자 겨우 비가 그쳤다. 바지 주머니 안의 완전히 젖어버린 버스시간표를 보며 '지금 내가 뭘하고 있는건가? 분명히 내가 이런 생활을 기대하고 온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든다. 비를 맞고있는 동안 느끼지 못 했던 추위가 비가 그치니 오히려 더 심하게 느껴지고 콧물도 턱까지 흘러내렸다. 베이스(카트들을 임시로 모아두는 곳)에 남아있는 옮겨야할 카트들을 보며 한숨짓고 있는데 웬 뚱뚱한 여자가 뒤뚱거리며 와서는 내 앞에 카트를 하나 끌고와서 놔두고는 말도없이 그냥 가버린다.
정말 때려 치우고 싶지만 트레이닝만 실컷 하고 그만두기엔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교통비가 아깝고 그냥 내가 아직 군대를 안 다녀와서 특히 나에게 더 힘든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버티며 일을 하는 중이다.
[23]에서 계속됩니다.--->>
[19.Dec.2005] Trolley... 평소엔 카트갯수만 알맞으면 그럭저럭 할만한데 비가오면 정말 최악의 직업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폭우온날 정말 힘들었습니다. 다음날 후속타 감기로 고생했다는... 이 글을 읽으신 분은 Trolley 경험이 있다고 하셔도 되겠군요. 왠만한건 제가 설명 해 놓았으니... [8]번글 전체공개 되었습니다.
[03.Jan.2006] 일을 그만두면서 사장님께서 베트남식 국수를 사주셨습니다.
순대를 못 먹는 저로써는 상당히 난감했다는...;; 어쨋든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이런것도 먹어보고... (국수에 간, 소내장, 콩팥 등등 순대 재료가 들어가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