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책을 떨어뜨렸다.
누구와 부딪힌 것도 아니고 그 흔한 돌뿌리 하나 없었지만
갑자기 손목에 힘이 풀려 책을 놓고 말았다.
책을 주으려 허리를 한껏 구부리는데
분홍색 머리핀 하나가 책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길바닥에서 얼마나 굴러댔는지
잔뜩 때가 묻어 그 형체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 머리핀에 손이 갔다.
이 녀석도 참 사연이 많아 보인다.
돌덩이 하나에도 그 이름의 얽힌 유래를 찾고
단어 하나에도 어원을 따지는 판에
이 놈이라고 해서 어찌 나서부터 이 모양 이 꼴이겠는가?
입 없는 놈에게 그 사연을 물을 순 없는 노릇이나
놈도 분명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답답할만도 하지...
오가는 사람들 냄새나는 발에 실컷 걷어 채이고
비오는 날엔 빗물에, 바람부는 날엔 바람에 휩쓸려
제 집을 밥먹듯 옮겼을 터이니 꽤나 피곤했을 것이다.
다시 누군가의 머리위에서
예전의 그 우아함을 뽐내기엔 너무 늦어버린 지금...
녹슨 머리핀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
갑자기 왠 비인가 싶어 하늘을 올려다 봤더니 여전히 쨍쨍하기만 하다.
또 다시 떨어진다.
그제서야 그 진원을 알았다.
내 눈...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 이었다.
녀석의 사연이 애닲아서 였을까?
아니면 나와 놈의 사연이 너무도 닮아서 였을까?
- 070521 PM7:34 -
Written by. J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