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 마음 다르고 올 때 마음 다르다더니...
표가 양도되지 않아 괴로워한 시간들은 어느샌가 잊고=_=
눈물까지 글썽거려 가면서, 바람의 바다에 풍덩 빠져들었다.
5월 11일에 R석 C열 63(?)에서 보고,
오늘 5월 24일엔 S석 B열 47번에서 관람.
좌석 등급마다, 그리고 열마다 느낌이 다르니-
마침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최고.
(양도 받을 땐 마음이 급해서 몇 번쨰 열인지도 안 보고 덥썩;)
지난 번에는 무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기분이라면,
오늘은 무대 중앙석열인 까닭도 있고
앞자리라 배우님들 표정이 더 생생한 것도 있고 해서,
감정이입이 몇 배는 잘 되었던 듯한;
첫 곡부터 찌릿찌릿, 전율이 왔었으니까.(웃음)
캐스팅도 적절하게 바뀌어 있었다.
연: 여정옥->김혜원/ 괴유: 문예신->김산호로.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기쁨이 두 배(웃음)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더욱 더 확실히,
정말 멋진 배우님들과 앙상블 단원님들이란 생각이 들더라.
고영빈님이, 홍경수님이, 고미경님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저 캐릭터들을 소화할 수 있을까?
완전히, 배우들을 위해 맞춤 제작된 작품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이미지도 연기도 노래도, 감탄을 연발할 만큼 멋졌다.
아무래도 11일이면 초반이고 하니까,
어색했던 부분도 아주 없진 않았는데
('저 부도로'에서 무휼-해명 사인 안 맞은 부분이라던가)
막공이 다가오는 만큼 이젠 배우님들도 익숙해지셨을테고,
나도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서 더 몰입하기 쉬웠던 듯.
-혜압(고미경), 새타니(김은혜)
11일에는 좀 힘이 빠지신 것 같아서
'...응?' 했던 고미경님께서 오늘은 120% 이상 활약해 주시고
지난 번엔 R석이라지만 거리가 있어서, 표정연기를 놓쳤었는데
오늘은 '저승새의 신부'에서 새타니와
'망무기굿'에서 혜압의 표정 연기....압권ㅠ
많은 사람들이 호동 죽는 부분에서 울던데,
난 '저승새의 신부' 에서부터 글썽거렸다.
새타니와 해명의 사랑...만화보다 더욱 절절하게 느껴지는 부분.
-호동(김호영)
완전히 '임형주의 재림' 이었던 김호영씨도
바이브레이션을 많이 빼 주어서인지, 훨씬 호동이스러워졌다.
상당히 조정석씨의 호동에 가까워졌더라.
그래서 편안하게 느낀 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초반 공연의 호동은....
담배 좀 빠는-_- 호동이라 생각했었으니까. 허스키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호동이가 '제 가슴은 이렇게 작은데.....'운운하면
지난번엔 마음 속에서 "거짓말하지 마!"라고 외쳤는데,
오늘은 그래도 '음음, 호동이가 가슴 아파 하는구나'
라는 생각은 들었었다. (좀 어색하긴 했지만;)
아, '저 부도로'에서 분발해 주어서 내 일처럼 기쁘기도:)
에서 제일 가슴이 뜨거워져야 하는 부분이니 말이지...
11일에는 '저-부-도로--'하는 부분에서 음이 흔들렸었다.
오늘 공연에는....정말, '와- 많이 발전했구나.
이 사람,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만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음.
-해명태자(홍경수)
지난번이나 오늘이나, 최고의 컨디션 보여 주신 해명 홍경수님ㅠ
'무게감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단발머리도
가까이서 보니 어쩌면 그렇게 예쁘게도 어울리시는지...
정말이지, 빛이 나서 눈이 부신다는 기분이었다...
특히 노래 부르실 때에는 무휼조차 압도하는 존재감!
'저승새의 신부'때 눈물이 글썽글썽하셨는데,
나도 홍경수님을 따라서 눈물이 글썽글썽....
난 '저승새의 신부'가 에서 제일 슬프다ㅜ_ㅜ
-무휼(고영빈)
말이 필요없는 우리 왕, 대무신왕 무휼 고영빈님...
전에도 만족스러웠지만, 오늘은 더욱 안정적인 노래를 보여주셔서
소녀는 대왕의 그림자에도 가슴이 뭉클했(...)
게다가 그 독무, 워킹...어쩔거냐고요...
나는 '이기적인 XX'라는 말 안 좋아하지만,
영빈님께는 저 수식어를 쓸 수밖에 없다ㅠ
'정해라, 몸을 낼 것이냐 말 것이냐. 가야 할 곳은, 부도다.'
...이미 거기서부터 혼절;
그 이기적인 얼굴에, 이기적인 몸매를 하고,
그런 이기적인 목소리로, 이기적인 춤을 보여주시다니=ㅂ=
음...대소와 연비가 대립하는 장면에서의 아크로바틱스런 독무는,
지난 번보다 약간 흔들리신 듯도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데?'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뭐, 그건 내 시선의 위치가 변한 탓도 있을 테고.
앵콜공연 초반, '무휼의 캐릭터가 너무 약해진 것 아닌가'
라는 말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무휼의 전쟁 이후에 무휼이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인가'라고 한탄하는 장면이
극 중에 삽입되는 것이 맥락상 맞다고 생각한다.
무휼도 인간이니까.
숱한 사람들의 기대와 소망을 머리에 얹고,
어떻게 아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고 약한 자신을 다잡고
부도를 향해 걸어가기에- 그렇기 때문에 무휼이라고 생각한다.
전장을 뒤로 하는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일 수 있었던 이유.
-이지(도정주)
이지는 지난 번이나 오늘이나, 고르게 아름다운 음색이었다.
나도 만화를 보긴 했지만, 난 이지가 연보다 더 불쌍하더라.
특히 뮤지컬에서는 이지의 독기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 편이니,
더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해서도 사랑받지 못하고,
수천 수만의 인연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공허를 품은 남자를
그저 사랑하기만 하고, 바라만 보아야 하는 운명...
여자로서는 많이 공감가고, 안타깝고 슬프고....그런 캐릭터였다.
'돌아서지 마, 외면하지는 마'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무휼의 상처도 이해가 가지만, 이지에겐 참 잔인한 사람.
이지와 무휼의 초야는,
약간 위쪽 좌석에서 보는 것이 더 아름다웠다.
아래쪽에선 좀 천이 엉켜 있는 느낌;
위쪽 좌석에서 봤을 땐 그렇게도 아름다웠던 장면인데 말이지...
기분 탓인지 엎치락뒤치락하는 횟수가 좀 줄어든 듯. 착각인가?
-연(김혜원)
연은...지난번 여정옥님에 이어, 오늘은 김혜원님.
혜원님이 더 '연다운' 외모.
노래는 막상막하(....), 연기는 김혜원님이 더 잘하셨나...?
춤은 여정옥님이 더 나으셨던 듯도 한데....
여정옥님의 연은....'그냥 노래만 불러'라는 생각이=_=
대사가 너무 어색해서, '컨셉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뭐 그런 걸 컨셉으로 밀지는 않겠지;;;
그러고보니, 그 가오리 모양 머리장식은 바뀐 듯. 박수, 박수.
-괴유(김산호)
괴유는, 지난 번 문예신님과 오늘의 김산호님.....
문예신님은, 정말 '날아다니셨다.'
도약도 어쩜 그렇게 높은지....
칼이 빙빙 돌아가고 (처음엔 고리도 없는 줄 알고 깜짝 놀랐;)
춤 쪽으로 본다면, 절대 문예신 괴유님.
동작 하나 하나에 절도가 있고,
부드러울 부분은 부드럽고 강할 부분은 강하다는 느낌.
정말 그 도약....잊을 수가 없다.
무용수 출신이셔서 그런지, 과연 몸동작이 다르신 배우님.
무협지 보는 듯한 기분이라 하면 이해가 되려나...
작고 다부진 몸으로 무대 전체를 장악하셨었지:)
그런가 하면, 무용수 출신이시기 때문인지....
노래가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이었고
(또 우리 해명태자님께서 워낙 압도해 주시는 성량이라
'무휼의 수호신' 같은 경우는 괴유의 노래가 거의 노래가 안들;)
음..대사라던가 표정같은....연기 면에서는 꽤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김산호님은, 신체 조건이 정말 좋으시더라. (웃음)
'기럭지' ('키'나 '길이'로는 표현이 안 되는 바로 그 느낌)
자체가 워낙 되시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죽죽,
사지가 예리한 선을 그려서 아름다워 보였다.
노래도 꽤 괜찮은 편이었고, 연기도 좋으셨던 배우.
가희랑 헤어지는 부분에서 그 미묘한 표정이ㅠ_ㅠ
하지만 춤에서는 너무나 너무나
문예신님께 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조건 면에서 이점도 있고, 도약이라던가, 나쁘지는 않다만
'문예신님이라면...'싶은 부분이 도처에서 발견.
몸도 아름다우시고-ㅠ-
선도 아름답게 그려졌지만, 힘이 없으셨디.
무엇보다 괴유는 칼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단 말입니다.(웃음)
산호님은 아직 약해요-
그 밖에, 세류공주 역 맡으신 신영숙님,
여전히 멋진 모습 보여주셨고
('무휼의 수호신'에서 너무 멋져요ㅠ)
가희 역 이채경님, 배극 배성일님께선
지난 공연 컨디션이 더 좋으셨던 듯....
오늘도 멋지셨지만 지난 번이 더 나았다.
앙상블 분들은 뭐...말할 필요도 없이 멋지셨고...
(지킬 앤 하이드때 그 깨는 앙상블 생각하면, 바람 앙상블팀은 그저 감탄)
뭔가, 배우님들 얘기만 썼는데도 줄줄줄줄....너무 길어졌구나.
공연 끝나고 마지막엔 기립 기립~
아, 끝에 사인회 있었는데,
영빈님, 혜원님, 채경님, 정수님(대소), 산호님, 호영님.
영빈님 웃는 얼굴.....그리 웃으시는 분께서
바람에선 얼굴 굳히고 계시느라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이;;
시베리아의 빙산도 녹일 것 같은 그 미소라니,
무휼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더라.
(극중에선 다른 무휼을 생각할 수도 없지만'')
사인회 끝날 때까지, 모든 분들이 무척 친절하게 해 주셔서
감동에 감동:D 난 거의 끝이었으니까.
시험에 쫓겨, 양도 하려 발버둥치다가
떠밀리듯 가게 된 였지만,
시험은 은하계 저 편으로 날아가더라도(....)
후회 안 할 만큼 멋진 공연이었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오래오래 공연되면서 한국 대표 뮤지컬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네^^
돈과 시간만 있으면 내일 막공도 보러 갈 텐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