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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카시..

백효은 |2007.05.26 08:38
조회 21 |추천 0


아침, 다카시가 전화를 걸어 내가 나오는 꿈을 꿨다고 했다.

둘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는 꿈이었다고 한다.

 

" 그런데 그 트리가 좀 이상했어. 나무가 아니고 알전구만 달려있었는데, 파란색, 콩알만하고 예쁜 전구였어."

 

나는 어쩌면 울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남자가 그렇게 암시로 가득한 꿈을 꿨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찬데, 그렇게 솔직하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을 해 주다니..

대참사다...

 

"흥미로운 꿈이네."

 

하지만 나는 차분하고, 미소까지 머금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 말이야."

 

다카시는 수화기 저 너머에서, 그렇게 말한다.

 

"나무인 줄 알았는데 나무가 아니라 알전구뿐이고, 이상하다 싶어서 이리저리 찾아봤거든, 나무에 감겨 있는 거겠지, 하고 그 파랗고 조그만 전구를 잡아당기는데, 아무리 당겨도 전구만 엉켜있고 나무는 없는거야."

 

다카시가 일을 그만두고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갖고는 집을 나간지 반년이다.

그런데도 다카시에게 아야노는 물론 각별한 존재라서 - 아야노는 내 이름이다 -  때로 찾아왔다가 또 나간다.

 

다카시는 건강한 영혼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다카시를 좋아한다.

하지만 한 남자를 진정 좋아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 일이다.

 

.....

 

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 배는 저주했다. 저주하면서, 여행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한껏 사랑받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기를 기도했다.

 

나무가 없는 크리스마스 트리 꿈을 꾸었다.

 

좋아하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 그런 말을 해도, 꿋꿋이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 에쿠니 가오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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