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P,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은 덤덤한 느낌이 좋다..
- 이 말은 바나나의 책을 읽었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
그러던 중 요시모토 바나나의 '치킨'이후에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는 'n.p'를 읽어 봐야 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방 한쪽에 쳐박아 뒀던 것을 요즘에사 꺼내서 읽게 되었다..
책 표지에 보면
- 『N.P』는 그녀(요시모토 바나나)가 지금껏 소설 속에서 추구해온 것들의
집대성이며 바나나 문학의 정수라 평가되고 있다.
라고 설명되어 있다..
정말 'N.P'에는 일본 소설의 소재(?)들이 집대성 되어 있다..
근친상간, 초능력, 텔레파시, 레즈비언....
거의 터부시 되는 소재들이 총망라 되어 조금은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바나나 특유의 문체와 덤덤함은 이미 그 거부감을 거둬내기에 충분하다..
어쩜 그래서 바나나의 소설들을 자꾸 찾아 읽게 되는건 아닌가 모르겠다..
소설은 다카세 사라오의 'N.P'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N.P란 다카세 사라오라는 작가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으로
'north point'의 약자이다..
소설집에 얽힌 기묘하고 독특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봄이 끝나는 무렵에서 여름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카자미는 대학 연구실에서 일하는 그저 평범한 20대 처녀였다(?).
어린시절 쇼지라는 번역가와 원조교제 비스무리 한것을 하면서 알게된 'n.p'..
열아홉이었던 어느날 출판 파티에 쇼지를 따라서 갔던 카자미는 다카세 사라오의 아들과 딸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렇게 우연히 만났던 그들을 20대가 넘어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좀더 독특하게 흘러간다..
그 소설 'N.P'에 얽힌 이야기들..
그래서 그에 얽혀 이어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초능력과 예지력과 근친상간이 이어지고 종국에는 레즈비언까지 나오게 된다.. ^^
너무 급진적인 내용이지만 소설의 문체나 흐름은 너무나 잔잔하다..
그래서 조금은 따분하고 졸립다.. ㅎㅎㅎㅎ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표지에 씌여있는
'사랑은 천국보다 더 아름다운 지옥이었다'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 중간중간 반전들이 엿보인다..
아주 조금씩.. ㅎㅎㅎㅎㅎㅎ
인상깊은 구절
죽은 사람의 이름이 다른 사람 입에서 흘러나오면,
늘 그 사람이 눈앞에 있는 풍경에 녹아들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은 그렇게 풀리지 않는 자기암시를, 저주라고 하는 걸 거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시시하다.
그리고 조금은 쓸쓸하다.
길거리에 있는 자동 판매기에서, 보리차를 샀다.
타당타당, 하고 두 개가 떨어진다. 깜짝 놀랄 만큼 큰 캔.
그리고 셔터가 내려져 있는 대로변의 가게 앞에 펄썩 주저 앉은 채
마시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핑핑 지나갔다.
트럭이 지나갈 때는 진동마저 전해져 왔다.
- 길에 앉는다는 것, 이제보니 굉장한 일이네.
현장감이 있고.
일상에서 벗어난 리듬으로 딱 멈춰서, 자동차와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세상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다.
죽 늘어서 있는 가로등도 평소보다 훨씬 높게,
하늘에 가깝게 보였고, 자동차의 불빛도 알록달록,
경적 소리와,
멀리서 개 짖는 소리,
도로 위를 달리는 다양한 소리,
사람들 소리, 구두굽 소리.
셔터를 울리는 바람의 소리도.
뜨뜻미지근한 공기, 한낮의 뜨거웠던 아스팔트의 감촉.
여름의 먼 내음.
생명의 밀도가 농밀하던 시절,
과거의 냄새가 나는 이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은,
현실이란 위상과 약간 어긋나 있는 화원에 있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렇다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다.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실로 아름다운.
그러나 한계가 있다. 언제까지나 지속될 리 없다.
내가 왜 새삼스레 이 자리에 있는가, 하고 정신이 든 듯한 느낌이었다.
해질녘이었다.
저마다의 집에 파랑이 밀려들어와 전등을 켜게 하는 시각.
요즘은 알코올 중독자처럼, 의식이 분명해졌나 싶으면 언제나 해질녘이었다.
저녁 어둠 속으로 떠오르는 거리의 불빛, 언덕길의 주택가.
맥주를 한 잔 마시고 비로소 '아아, 오늘 하루, 지금까지의 인생에 참가했네'
라고 문득 깨닫듯이 아아, 오늘도 벌써 해가 지는 구나, 하고 생각한다.